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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사설] ‘경기 하강’ 떠받치기 역부족인 ‘어정쩡한 추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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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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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4일 국무회의에서 6조7천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확정하고 25일 국회에 제출한다. 미세먼지 대책에 1조5천억원, 산불 대응시스템 강화 등 국민 안전 투자에 7천억원, 선제적 경기 대응과 민생경제 긴급 지원에 4조5천억원이 투입된다. 정부는 추경을 통해 미세먼지 7천t을 줄이고 올해 경제성장률을 0.1%포인트 끌어올리고 일자리를 7만3천개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2015년 이후 매년 추경을 편성했다. 2015~2017년은 11조원이 넘는 대규모 추경이었고 지난해엔 3조8천억원의 ‘미니 추경’이었다. 올해 추경은 중규모에 해당한다. 그러나 미세먼지 대책과 국민 안전 투자를 제외한 경기 대응용 예산은 4조5천억원으로 지난해 추경과 비슷한 규모다. 세계 경제 둔화와 내수 침체 장기화 등 대내외 여건을 감안하면 경기 하강 속도가 추경 효과보다 크지 않을까 걱정된다. 한국은행은 최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에서 2.5%로 낮췄다. 지난 1월 2.7%에서 2.6%로 내린 데 이어 3개월 만에 또 낮춘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3월 우리 정부에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2.6~2.7%)를 달성하려면 국내총생산의 0.5%(약 9조원)가 넘는 대규모 추경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물론 꼭 필요하지 않은 사업에 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세금 낭비다. 정부는 올해 시행 가능한 사업은 추경에 모두 반영했다고 한다. 하지만 추경 내역을 보면, 전향적 시각에서 필요한 사업들을 적극적으로 발굴했는지 의문이 든다. 정부는 지난 3월 ‘2020년도 예산안 편성지침’을 확정하면서 내년에 소득 1분위(하위 20%)에 대한 맞춤형 지원 대책을 통해 저소득층의 소득 기반을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어차피 해야 할 일이라면 굳이 내년으로 미룰 이유가 없다.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완화나 기초연금·생계급여 인상 등 사회안전망 강화를 앞당겨 이번 추경에 담았어야 했다. 저소득층의 소비 진작뿐 아니라 소득격차 해소에도 도움이 되는 대책들이다.

재정 사정이 나쁘면 추경 규모를 늘리는 게 무리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재정 건전성은 양호하다. 정부는 이번 추경을 위해 3조6천억원의 국채를 발행하기로 했다. 그렇게 해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39.5%로, 올해 본예산 편성 당시 전망치보다 0.1%포인트 오르는 데 그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80.9%(2017년 기준)의 절반 수준이다.

추경이 언제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도 걱정이다. 여야가 선거제 패스트트랙 문제로 극한 대치를 벌이고 있는데다, 자유한국당은 “총선용 정치 추경”이라며 반대한다. 지난해 추경도 ‘드루킹 사건’으로 국회가 멈춰 서면서 45일 만에 통과됐다. 추경은 타이밍이 생명이다. 같은 돈을 써도 투입 시기가 늦어지면 효과는 반감된다. 국회가 세금이 허투루 쓰이지 않도록 꼼꼼히 심의해야 하지만 정쟁의 도구로 삼아 발목을 잡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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