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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 1명 때문에 국회가 ‘발칵’…사보임의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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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신환 사보임' 놓고 아수라장 된 국회의장실

오늘(24일) 오전, 국회의장실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습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바른미래당 오신환 의원의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사보임(교체)을 불허해달라며 문희상 의장을 항의 방문했기 때문입니다.

한국당 의원들은 "임시회 중 사보임은 불법이다", "야합을 위한 비정상적 사보임을 불허해달라"고 문희상 의장에게 요구했습니다. "이게 대한민국 국회 맞느냐", "독재 국가다"라는 고성도 터져 나왔습니다.

문 의장은 "절차와 관례에 따라 결정하겠다"며 맞섰고, 한국당 의원들은 재차 "이 자리에서 사보임 불허를 약속해달라", "의장을 못 믿겠다, 보는 앞에서 결정하라"며 언성을 높였습니다.

외부 일정 참석을 위해 자리를 뜨려는 문 의장을 한국당 의원들이 막아서는 과정에서 몸싸움도 빚어졌습니다.

문 의장은 이 과정에서 '저혈당 쇼크'를 받았고, 급기야 병원에 입원하기까지 했습니다.

오신환 사보임에 걸린 패스트트랙 명운

바른미래당 오신환 의원의 사개특위 사보임이 이렇게 첨예한 갈등 사안으로 떠오른 건, 오 의원이 사개특위에 있고 없고가 공수처법의 패스트트랙 지정을 좌우하게 됐기 때문입니다.

앞서 지난 22일 한국당을 뺀 여야 4당 원내대표는 선거제 개편안과 공수처법을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지정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선거제는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공수처법은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소관인데,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려면 위원 3/5 이상의 찬성이 필요합니다.

사개특위 위원은 모두 18명, 패스트트랙 정족수는 11명입니다.

한국당 소속 7명을 제외하고, 민주당 8명과 바른미래당 2명, 민주평화당 1명으로 간신히 패스트트랙 정족수를 채웠지만, 바른미래당 오신환 의원이 공수처 패스트트랙에 반대하며 상황이 복잡해졌습니다.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가 오신환 의원 대신 패스트트랙에 찬성하는 다른 의원으로 사개특위 위원을 교체하려 하자, 한국당은 문 의장에게 이를 불허해달라며 실력 행사에 나서며 의장실이 난장판이 된 겁니다.

오신환 의원 사보임이 패스트트랙의 명운을 가를 '정국의 추'인 셈입니다.

사보임 권한은 누구에게…원내대표? 국회의장?

사보임은 사임(辭任)과 보임(補任)이 합쳐진 말로, 국회 상임위원회나 특별위원회에서 위원을 교체하는 것을 말합니다.

사실 국회의원들의 상임위·특위 배치는 각 당 원내 지도부의 고유 권한입니다.

그래서 원 구성 시기가 되면 의원들은 원내대표실 문턱이 닳도록 드나듭니다. 소위 '알짜 상임위'에 가기 위해 민원을 넣기 위해섭니다.

사보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중요한 청문회나 국정조사가 있으면 속칭 '공격수'로 통하는 의원들을 원내 지도부가 사보임을 통해 해당 상임위나 특위에 전진 배치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당론과 다른 의견을 제기하다가 상임위나 특위에서 사보임을 당하거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의원에 대해 사보임이 이뤄지는 사례도 심심치 않게 있었습니다.

국회의장에게 사보임 허가 권한이 있지만, 통상 각 당 원내대표의 의사를 그대로 수용해왔습니다.

한국당 의원들의 사보임 불허 요구에 "절차와 관례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한 문 의장의 답변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국회의장이 원내대표가 사보임을 불허한 사례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지난 2017년 6월, 자유한국당은 김현아 의원을 국토교통위에서 보건복지위로 사보임해줄 것을 정세균 의장에게 요청했습니다.

비례대표인 김현아 의원이 탈당을 유보한 채 바른정당에 참여한 것에 대해 한국당 원내 지도부가 보복성 사보임 조치를 한 건데, 정 의장은 끝내 이를 허가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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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회중 사보임은 불법?…"관례적으로 해와"

'국회법상 임시회 회기 중 사보임을 할 수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립니다.

국회법 48조 6항은 '위원을 개선(사보임)할 때 임시회의 경우에는 회기 중에 개선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국회법 조항에 따라 4월 임시국회 회기 중인 지금 위원을 사보임할 수 없다는 것이 한국당의 주장입니다.

하지만 한국당 역시 불과 두 달 전, 지난 2월 임시국회 회기 중 사개특위에서 함진규 의원을 이장우 의원으로 사보임한 사례가 있습니다.

민주당은 이 점을 상기시키며, 한국당이 자기 편한 대로 법 해석을 하고 있다고 비판합니다.

20대 후반기 국회 임시회에서만 236명 사보임…사보임의 정치학

논란의 중심에 선 오신환 의원은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를 통해 "(사보임을) 강행한다면 그것은 당내 독재"라면서 "사개특위 위원을 사임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습니다.

문 의장에게 오 의원의 사보임을 불허해달라고 요청한 한국당 의원들도 "개개인이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이 본인 의사에 반해 사보임을 당하는 것은 의회 민주주의와도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국회에서 의원 개개인의 의사에 반한, 혹은 의사와 무관한 사보임은 비일비재하게 이뤄져 왔던 것이 현실입니다.

20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이 완료된 지난해 7월부터 최근까지 임시회중 사보임된 의원만 236명에 이릅니다.

"국토위는 애초 많은 의원이 희망하는 1순위 상임위다, (대선 이후로 사보임을 미룬 것은) 당으로서는 굉장히 인내한 것이고 이번 사보임 신청은 합당한 조치이다"

김현아 의원에 대한 강제 사보임 시도가 논란이 됐을 때, 당시 한국당 원내수석부대표였던 김선동 의원이 언론에 했던 말입니다.

당의 '합당한 조치'가 때로는 '의회 민주주의 유린'이 되기도 하는 것, 사보임의 정치학입니다.

최형원 기자 (roediec@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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