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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개혁 주저하는 사이 사교육에 백기 든 공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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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개혁 가로막는 교피아 ④ ◆

경기도 수원에 위치한 공립 고교에서 근무하는 영어교사 A씨(38)는 "요즘 학생들은 이미 학원에서 학교에서 배우는 것 이상의 영어를 학습하고 입학한다"며 "일부 학생이 학원 교사와 나를 비교하며 학원이 더 잘 가르친다고 이야기하면 부끄러움을 느끼면서도 현실적으로 학원 강사보다 더 나은 강의를 할 자신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열의에 찬 교사도 상당히 많지만 현실에 안주하는 교사가 많은 것도 사실"이라며 "교사에 임용된 뒤 꾸준히 자기계발을 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교원 임용시험을 통과하면 재평가 없이 정년을 보장받는 구조에서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교사 집단 내 경쟁은 실종된 지 오래다. 일부 교사는 아예 '수포(수업 포기)' 교사를 자처하고 있을 정도다. 사교육 폐해를 막고 교권을 확립하겠다는 취지로 내신 위주의 학생부종합전형이 확대됐지만 이조차도 사교육이 잠식하고 있다. 공교육은 사교육에 뒤처졌지만 국공립 학교 교사 상당수는 학원 강사와의 경쟁 자체를 시도하지 않고 있다.

사범대와 임용시험이라는 옥상옥 교원 양성 체계가 이 같은 경쟁 실종에 영향을 끼쳤을 뿐만 아니라 학령인구가 줄어들고 있음에도 사범대 설립을 오히려 늘린 교육부의 안일한 대처도 이에 한몫했다. 지난해 기준 중등학교(중·고등학교) 교사 자격증 취득이 가능한 사범대와 비사범대생을 위한 교직과정, 교육대학원 정원은 1만6513명이고 같은 해 실시된 국공립 중등교원 임용시험 정원은 6653명(40.3%)이었다. 10명 중 6명꼴인 59.7%는 사립 중등학교에 취직하지 못하는 이상 교직을 포기하거나 기간제 교사를 전전해야 한다. 사범대 설립 남발과 임용시험 정원 감축으로 임용시험 출신 정규교사와 기간제 교사로 구분되는 교정 내 카스트(인도 계급제도)도 고착화하고 있다. 담임 맡기를 꺼리는 임용시험 출신 교사 대신에 기간제 교사가 담임이나 각종 행정업무를 도맡는 경우는 부지기수이고 이른바 '얌체 복직'을 통해 어렵게 일자리를 얻은 기간제 교사를 내쫓는 경우도 더러 있다. 서울의 한 공립 고교 교장은 "출산휴가·육아휴직을 썼다가 방학식 날 복직해 월급을 받고 개학하면 육아휴직을 다시 쓰겠다는 얌체 교사들이 종종 있다"며 "해당 교사의 출산휴가에 맞춰 뽑은 기간제 교사는 방학에 맞춰 자동 해고되고 결국 양질의 기간제 교사를 뽑지 못하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토로했다. 직업적으로 정규교사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것은 기간제 교사의 희생에서 나올 수 있었던 셈이다. 또 다른 공립 중학교 교감은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기간이 되면 오전에 수업이 끝나니까 상당수 교사가 조퇴를 쓰고 나가버린다"며 "연가 사유를 물어봐도 인권 침해라며 교원단체는 반발하고 교육청은 연가 사유를 물어보지 말라고 공문을 내려보내는 등 교사들을 통제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교정 안에 경쟁 원리를 도입하고 소프트웨어 교육처럼 늘어나는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정년을 없애고 해외처럼 5년 단위로 교원을 재평가하는 시스템을 도입하자는 목소리는 공교육에 시장 원리를 도입할 수 없다는 교원단체 반발과 교육당국의 묵인에 번번이 가로막혀 왔다. 문제는 시장 원리 도입에 제동을 거는 명분인 공교육의 책무 역시 방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교육부가 학생들의 수업선택권 확보와 교원 경쟁 원리 도입을 통해 중·고교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대학처럼 학생에게 수업 선택권을 줘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같은 취지의 고교학점제를 2022년부터 도입하겠다고 교육부가 지난해 발표했다.

충북 소재 고교 교사 B씨는 "고교학점제를 시행한다 하더라도 교사에 대한 인센티브, 행정업무를 위한 인력 선발이 없다면 공교육의 질이 현재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교육부가 할 일은 교사의 자질을 끌어낼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라고 말했다. 김희삼 광주과학기술원(GIST) 교수(교육경제학)는 "사명감을 갖고 교직에 헌신하는 교사들이 매우 많지만 교육 시스템의 개선을 개개인의 선의에 기댈 수는 없는 것"이라며 "발전적인 경쟁원리가 교육 현장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는 정책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 정석우 기자 / 원호섭 기자 / 고민서 기자 / 김유신 기자 / 윤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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