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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스리랑카 부활절 참사는 뉴질랜드 테러 복수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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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 정부, 예비조사 발표 / 테러 배후로는 ‘IS’ 강력 부상 / “美·印, 테러 징후 수주前 경고” / 정보당국 “늘 있는 일” 무시

스리랑카 연쇄 폭탄테러가 지난 3월 무슬림 50명의 목숨을 앗아간 뉴질랜드 테러에 대한 복수 차원에서 자행됐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도 처음으로 이번 테러가 자신들의 소행임을 주장했다.

세계일보

스리랑카 수도 콜롬보의 한 교회에서 부활절인 21일(현지시간) 폭발이 발생해 내부가 부서져 있다.


스리랑카 정부는 23일(현지시간) 이번 테러가 지난 3월 15일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의 이슬람사원(모스크)에서 발생한 백인우월주의자의 총격 테러에 대한 복수 차원에서 감행됐다는 예비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뉴질랜드 테러 당시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조직인 IS가 총격 테러에 복수를 다짐한 바 있다.

스리랑카 정부는 이번 테러의 배후로 현지 극단주의 이슬람조직 NTJ(내셔널 타우히트 자마트)를 지목하면서 그간 IS 등 국제테러조직과의 연관 여부를 조사해왔다.

이날까지 체포된 테러 용의자 40명 중에는 시리아인이 한 명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IS도 자체 선전매체인 아마크통신을 통해 자신들이 이번 연쇄테러의 배후라고 주장했다. 현지 매체들은 군소 극단주의 조직 수준이었던 NTJ가 중동에서 밀려난 IS와 손잡고 최근 급격하게 세력을 팽창한 것으로 보인다는 전문가 분석을 잇달아 보도했다.

한편 테러가 일어나기 수주 전 미국과 인도 정부가 테러 가능성을 인지하고 스리랑카 정부에 경고를 전달했으나 정부 내 갈등으로 테러를 막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세계일보

지난 21일 스리랑카 연쇄 폭발 테러 발생 지점 중 한 곳인 행정수도 콜롬보의 한 교회에서 경찰들이 사건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콜롬보=EPA연합뉴스


라지타 세나라트네 스리랑카 정부 대변인은 행정수도 콜롬보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이달 초 몇몇 용의자 명단을 받았다며 “4월9일 정보당국 수장이 테러리스트 조직원들의 많은 이름이 적힌 서한을 작성했다”고 말했다. 이 서한엔 NTJ가 성당에서 자살폭탄 테러를 계획하고 있다는 경고가 담겼다.

월스트리트저널도 미국과 인도 보안당국이 테러 징후를 포착해 스리랑카 정부에 전했으나 정작 스리랑카 정보 당국은 “늘 있는 일”이라며 경고를 무시했다고 전했다. 특히 외신들은 스리랑카의 정치분열이 사전 정보를 무시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스리랑카는 지난해 말 마이트리팔라 시리세나 대통령이 라닐 위크레메싱게 총리를 전격 해임하고, 마힌다 라자팍사 전 대통령을 새 총리로 임명하는 등 정치적 혼란이 극심했다. 위크레메싱게는 대통령의 결정이 위법이라며 버텼고, 라자팍사는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후에도 내분은 지속됐다. 위크레메싱게 총리 측은 국가안보 관련 정보에서 배제되고 양측이 관할하는 부처 간 정보 교류도 단절됐다. 스리랑카는 이원집정부제로 대통령이 외교, 국방 등을 맡고 총리가 내정에 관한 행정권을 책임진다. 총리측인 한 장관은 한 외신에 “총리가 사전경고에 대한 정보를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번 테러에 따른 사망자는 이날 321명으로 늘었다.

임국정 기자 24hou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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