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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사설] '패스트트랙' 개혁 빙자한 정치공학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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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4당이 22일 자유한국당을 배제하고 선거제도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법안을 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하는 ‘패스트트랙’ 합의안을 도출했다.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 4당은 두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개혁’이라고 포장한다.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총선을 겨냥한 ‘정치공학’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첫째, 공수처는 검찰·경찰뿐 아니라 법원까지 장악하려는 권력의 도구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 여권은 공수처 법안 추진이 개혁이라고 강변하나 자칫 개악이 될 수도 있다. 선진 민주국가에서는 공수처와 유사한 기관을 찾아보기 어렵다. 영국·홍콩·싱가포르 등에 검찰이나 경찰이 아닌 수사기관이 있지만 기소권까지 다 가진 경우는 드물다. 공수처를 추가 설치하는 것은 옥상옥이 될 뿐이다. 검찰과 경찰 바로 세우기가 답이다. 문재인 정부가 결심하면 검경의 중립성과 독립성 실현이 가능하다. 4당 합의에 따르면 공수처는 판사, 검사, 경무관급 이상 경찰 등 5,000여명에 대한 기소권을 갖기 때문에 법원까지 권력의 눈치를 보게 될 수 있다. 또 공수처장은 추천위원 5분의4 이상의 동의를 얻어 추천된 2인 중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했다. 문재인 정부 임기 중 공수처를 구성하면 차기 정권에서도 수사관 교체가 어려워 중립인사를 둘러싼 논란이 생길 수 있다.

둘째, 제1야당의 동의 없이 선거 룰을 바꾸는 것은 민주국가에서 전례를 찾아볼 수 없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만이 개혁이라는 것도 독선적 주장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다당제와 친화성이 있어 야권 통합을 어렵게 하고 정권교체의 동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당의 보스가 비례대표 공천에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 셋째, 민주당은 패스트트랙 연대를 통해 제1야당을 고립시키려는 전략을 펴고 있다. 여야의 치킨게임 대치로 민생이 표류할 수 있는데도 민주당이 ‘4여(與) 1야(野)’ 구도를 밀어붙이는 데는 내년 4월 총선 표심을 의식한 정치계산법이 있다. 민주당은 당장 패스트트랙 태우기를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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