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4 (수)

[오늘의 경제소사]구름 위의 1,000억대 살림집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1913년 뉴욕 울워스빌딩 준공

서울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1913년 4월24일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 울워스빌딩(사진)이 준공됐다. 57개층에 첨탑까지 높이가 241.4m. 사람들은 높은 건축물이 더 나오지 않을 것으로 여겼다. 1870년 에퀴터블라이프빌딩(43m)이 등장한 이래 시카고 오디토리엄빌딩(82m·1889년), 맨해튼 생명보험빌딩(106m·1894년), 밀워키 시청사(108m·1895년), 파크로빌딩(119.2m·1899년), 필라델피아 시청사(167m·1901년), 싱어빌딩(187m·1909년), 메트로폴리탄 생명보험타워(213m·1909년)로 이어진 마천루 경쟁은 울워스빌딩으로 종결될 것으로 봤다. 설계와 건축 기술이 극한에 이르렀고 건설비(1,350만달러·요즘 가치 22억달러 이상) 역시 천문학적으로 뛰었으니까.

전망은 절반만 맞았다. 1차 세계대전과 맞물려 고층 건물 건축이 자제되며 울워스빌딩은 17년 동안 가장 높은 빌딩이라는 타이틀을 지켰다. 높이 283m의 맨해튼 트러스트은행 건물이 완공된 1930년 이후의 마천루 경쟁 유형도 비슷하다. 최초로 300m의 벽을 넘은 크라이슬러빌딩(318.8m·1930년)이 완공된 이듬해 준공된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381m·1931년)은 1972년 세계무역센터(417m) 건립 전까지 41년 동안 최고층 빌딩이었다. 이후의 기록 경신은 눈부실 정도다. 1998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세워진 페트로나스트윈타워(451.2m)가 ‘가장 높은 빌딩’으로 등재된 후 마천루 건축의 중심은 미국에서 아시아와 중동으로 바뀌었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부르즈할리파(828m)를 넘어 사우디아라비아는 높이 1,000m 이상의 초고층 건물을 사막 위에 세울 생각이다. 날마다 새로운 건물이 올라가는 중국은 이미 미국을 제치고 마천루 1위 국가로 자리 잡았다. 뉴욕의 마천루 경쟁 전까지 가장 높은 건축물은 대부분 유럽의 고성당이 차지했다. 우리나라도 종교적 건축물이 이 리스트에 들어간 적이 있다. 개방형 사전인 영어판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7세기부터 12세기까지 세계 최고층 건축물은 황룡사 9층 석탑이었다.

마천루의 특징은 과시와 영업에 활용됐다는 점. 초기에 마천루는 대부분 백화점이나 보험회사가 세웠다. 울워스빌딩을 세운 프랭크 울워스가 창업한 회사는 할인판매점의 효시다. 준공 106년을 맞은 울워스빌딩은 요즘도 특정 기록을 갈아 치운다. 최상층부 펜트하우스의 호가가 1억2,500만달러를 찍은 적도 있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살림집이라나.
/권홍우선임기자 hongw@sedaily.com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