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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여의나루] 중국의 성장과 일관된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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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우리가 주춤하던 지난 30년간 중국은 세계의 생산기지를 넘어 혁신도 주도하는 경제대국으로 발전했다. 이는 올해 4월 열린 제18회 상하이 모터쇼에서도 확인되는데 중국 업체들이 약진한 것이다. BYD, 상하이자동차, 베이징자동차, 창진자동차, ZOYTE 등 지방정부마다 설립된 70여개 중국 토종 완성차업체들의 규모와 혁신속도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다양한 전기차와 함께 수소차도 경차까지 만들어낸다. 처음에는 짝퉁 수준이지만, 차츰 역설계(reverse engineering)를 통해 외국 수준에 다다르고 각종 정책지원과 연구개발에 힘입어 혁신까지 주도해가고 있다.

근본원인이 무엇일까? 풍부한 노동력, 낮은 임금수준, 광활한 시장크기 등 여러 요인이 있지만 경제성장 최우선의 안정된 정부에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개혁·개방 정책하의 산업육성 정책이 중장기적으로 일관되게 추진돼 중국 토종 기업들에 안정적 성장여건을 조성해준다. 안정된 경제환경 조성의 중요성을 아는 정치인과 관료가 대거 등장하면서 권위주의적 일당지배의 정치체제가 오히려 산업성장에 긍정적 역할을 한 것이다.

반면 우리는 어떠한가? 권위주의 시절, 임시방편으로 만들어진 5년 단임 대통령제가 30년 이상 지속되면서 어떤 정부든 집권 이후 3년차엔 식물정부가 되고 산업성장을 위한 정책의 힘은 약화된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다음 정부에선 부인되고 또 다른 정책이 도입된다. 세계화에서 혁신으로 다음은 녹색으로, 또 다음은 창조로, 이번엔 혁신으로, 정권마다 다른 성장정책이 펼쳐지면서 끝은 보지 못하고 시작만 반복한다. 국회 간섭을 최소화하려고 만든 단원제 국회는 예산과 법안 왜곡을 양산한다. 지역의 민원성 예산과 법안이 남발되면서 쉽게 수없는 규제가 생기고 예산이 낭비돼 산업성장의 발목을 잡는다. 어떤 의원들도 자신의 역할에 충실함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지속성장의 발목을 잡게 된다.

아주 힘 있는 한 의원은 19대 국회에서 LPG 주변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을 추진한다. 그 법안은 2∼3개 지역만 혜택을 보는 국가 차원에서는 수용되기 어려운 법이었다. 정부 반대로 상임위 통과가 어려우니 특별위원회까지 만들어 법사위를 거쳐 본회의까지 올라간다. 정부가 거부권 행사를 거론하며 반대하면서 입법이 없어도 지역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하자 그 의원은 입법을 포기한다. 다행히 해결되었지만 이는 필자로 하여금 두고두고 단원제 폐단을 생각하게 했다. 필자의 산업부 차관 재직 시 더 답답한 일이 벌어졌다. 산업단지에 정부 예산으로 건물을 세워 기업과 대학을 입주시켜 산학협력을 촉진하는 사업과 관련된 일이었는데 한 건물 준공식에서 필자는 질색한다. 이 건물이 10여개 기업만 있는, 텅 빈 산업단지에 설치돼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 의원이 국회에서 예산을 확보해서 벌어진 일이었다. 그 의원은 지역구를 위해 열심히 일했으나, 국가 차원에서는 예산 왜곡을 초래한 것이었다. 두 사안 모두 국가 단위에서 선출되는 별도 의원들로 상원을 만들어 현재 국회의 법사위와 예결위 기능을 이들이 수행하게 했더라면 방지될 수도 있을 것이다. 선진국들이 상원과 하원을 갖고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헌법 개정 논의가 한참이더니 이제 쏙 들어갔다. 대통령중임제든 의원내각제든 최소한 6년 이상 안정된 행정부 구성과 국회 본연의 예산과 입법기능에 충실한 양원제 채택이 시급해 보인다. 국회의원수라는 작은 이익이 효율적 국가자원 배분이라는 큰 이익을 훼손하는 현재의 소탐대실은 사라져야 할 것이다. 정치권과 우리 국민의 역량이 발휘될 시점이다.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전 산업통상자원부 제1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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