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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이지 않는 보석 논란…원칙은 ‘불구속’ 현실은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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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 허가 여부' … 법원 밖 정치권서 논란 계속

최근 법조계에서 '보석'이 뜨거운 감자입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 김경수 경남지사 등 굵직굵직한 피고인들에 대한 보석 결정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피고인들의 혐의가 정치적 사안과 연관돼 있는 만큼, 재판부의 보석 결정이 나올 때마다 법원 밖에서까지 말이 많습니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보석 허가 결정 당시,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국민적 실망이 크다"고 반응했고 자유한국당은 "법적 절차에 따른 결정"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반면 김 지사에 대한 보석 허가 결정이 나오자, 더불어민주당은 "환영"의 뜻을 자유한국당은 "국민들이 정의롭다고 느끼실지 의문"이라는 입장을 나타냈습니다. 보석 허가 결정의 대상이 바뀔 때마다 여야가 극과 극의 반응을 내 논 겁니다. 지지자들까지 나서 논쟁을 벌이다 보니, 재판부의 선고만큼이나 보석 결정에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한 현직 판사는 "보석 허가 여부가 이렇게까지 사회적 이슈가 된 적이 있나 싶을 정도"라고 말했습니다.

상황이 이러니 재판부도 보석 허가 여부를 결정하면서 고민이 깊은 모양새입니다.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을 심리하고 있는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는 보석을 허가하며 "(곧 이 전 대통령의) 구속이 만료돼 석방되면 오히려 자유롭게 활동해 증거 인멸의 염려가 높아진다"며 "보석을 허가하더라도 구속영장의 효력이 유지되고, 조건을 어기면 언제든 다시 구속할 수 있다"며 구체적으로 이유를 설명했습니다.김 지사의 항소심 재판부 역시 보석 심문 당시 "보석을 불허할 사유가 없으면 불구속 재판이 원칙"이란 뜻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불구속 재판이 원칙 …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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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구속이 원칙"이란 재판부의 말처럼 형사소송법 95조에는 "보석의 청구가 있는 때에는 다음 이외의 경우에는 보석을 허가하여야 한다"고 적혀있습니다. 결격 사유가 없으면 보석을 허가하는 게 기본이란 말입니다. (그래픽 참고) 또 다음 96조에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직권 또는 규정한 자의 청구에 의하여 결정으로 보석을 허가할 수 있다"고 해 피고인이 95조가 정한 요건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재판부가 임의로 보석을 허가할 수 있게 해 놓았습니다. 해당 조항 덕에,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아 필요적 보석에 결격사유가 있던 이 전 대통령이 풀려날 수 있던 겁니다.

이처럼 '법'은 피고인의 보석을 적극적으로 보장하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법원행정처가 발간한 '2018 사법연감'을 보면 전체 피고인 가운데 보석이 허가 난 비율은 4% 정도에 불과합니다. 적극적으로 보석을 허가하는 미국은 물론, 보석에 보수적인 일본 (13%대) 보다도 낮습니다. 보석이 허가되는 경우가 드물어, 차라리 보석을 청구하지 않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는 편이 판결에 이득을 본단 인식 때문입니다. 애초에 보석을 청구하는 피고인이 10%를 간신히 넘습니다. 실제로 2017년 기준 보석을 청구한 피고인 가운데 보석이 허가된 경우는 36% 정도밖에 되지 않으니 그런 판단도 이해가 갑니다. 왜 재판부의 결정은 법과 거리가 있는 걸까요?

'황제 보석' 등 사회적 논란에 소극적으로 보석 결정한단 비판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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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에선 '보석 허가'가 곧 '특혜'나 '무죄'인 것처럼 여겨지는 국민 법감정에 판사들이 영향을 받고 있단 지적이 나옵니다. 가깝게는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부터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까지 '황제보석' 논란이 이어지는 상황. 아무리 사법부가 법에 따라 보석을 허가해줬다고 외쳐본들 국민들 사이에 '보석= 특혜'라는 인식이 깔릴 수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또 석방시켜 준 피고인이 재판에 출석하지 않는다거나 일탈을 저지르면 부담은 고스란히 사법부로 돌아오게 됩니다. 그렇다 보니 괜히 논란에 휩싸이느니 애초에 재판부가 소극적으로 보석 허가를 내어준단 겁니다. 이런 관행에 대해, 법원 안팎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황제 보석 논란에 애꿎은 피고인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결국 법을 잘 알고, 보석금을 낼 정도의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만 보석을 받는 것 아니냐'는 지적입니다.

사법부도 이런 문제점을 잘 알고 있어, 참여정부 당시부터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 참여한 판사들이 보석 제도를 개혁하기 위해 고심해왔습니다. 그 가운데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꼽힌 것이 모든 범죄 혐의에 대한 구체적인 '보석 기준표'를 만들자는 겁니다. 예를 들어 업무상과실치사, 의료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A씨가 있다면, 재판부는 A씨가 '보석 기준표'에 나와 있는 업무상과실치사와 의료법 위반에 대한 보석 조건을 만족시킬 수 있는지만을 판단해 보석 여부를 가리자는 겁니다. 도입을 찬성하는 쪽에서는 '보석 기준표'가 법원과 검찰 사이의 불필요한 대립을 없앨 수 있고, 불구속 수사·재판을 확립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미국은 각 주별로 '보석 기준표'를 통해 보석 제도를 운용하고 있으며, 누구나 확인할 수 있게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습니다.

美 보석금 없는 보석 허가 실험…방어권이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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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전유죄 유전무죄' 논란을 피하기 위해, 재판부가 보석금이 아닌 보석 조건만으로 보석을 허가해야 한단 조언도 나옵니다. 실제로 미국 워싱턴 DC와 캘리포니아주는 보석금 제도를 없앴습니다. 피고인은 돈 한 푼 내지 않아도 석방될 수 있습니다. 대신 전자발찌 등 위치 추적장치를 차야 하고, 주거지가 엄격히 제한되는 등 각종 보석 조건이 달립니다. 돈이 많든 적든 똑같이 불구속 재판의 권리를 누려야 한단 취지에서 시행되고 있는 겁니다.

한 현직 판사는 "우리나라는 보석금 보증보험증권제도가 대중적으로 자리 잡지 못했다"며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보석금을 폐지하는것이 (미국보다) 더 쉬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윤지영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박사는 "보석 제도의 개선도 중요하지만 제도는 어느 정도 정비된 측면도 있다"며 "제도 만큼 중요한 것이 불구속 수사와 불구속 재판의 원칙이 준수될 수 있도록 법집행기관의 인식이 전환되는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피고인이 수감생활을 하며 재판을 받는 것과, 풀려난 상태에서 재판을 받는 것은 법정에서 자신을 방어하는 데 천지 차이입니다. 보석으로 풀려난 상태라면 변호인을 자유롭게 만나볼 수 있고, 누구와도 연락할 수 있으며, 자신의 혐의와 관련된 인터넷 검색도 할 수 있는 등 재판에 이점이 큽니다. 이 때문에 피고인의 보석 허가 여부는 선고 결과에 큰 영향을 끼칩니다. 국민들이 지금처럼 보석 결정을 존중하지 못한다면, 사법부의 신뢰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끼칩니다. 평등 추가 기울어져 있단 지적이 이어져 온 현행 보석 제도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한 이윱니다.

김성수 기자 (ssoo@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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