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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궁예가 말을 키운 마성(馬城)인가-DMZ 중어성 육안조사에서 보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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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중어성의 흔적. 2008년엔 그나마 현장까지 접근해서 지표조사를 벌였지만 11년이 지난 지금에는 오히려 먼발치에서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 |국립문화재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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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예가 군마(軍馬)를 키우던 마성(馬城)인가.’ 문화재청은 두차례에 걸쳐 유해발굴 지역인 철원의 비무장지대 화살머리 고지 인근의 중어성(中禦城) 주변을 조사한 결과 성벽을 쌓은 흔적인 석렬(石列·정렬된 돌무더기)을 재차 확인했다고 23일 밝혔다. 조은경 국립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사는 “지뢰의 위험 때문에 현장접근은 불가능했지만 육안으로도 성벽의 존재를 추정할 수 있는 잔존길이 20m 정도의 3~5단 석렬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도로주변에서는 조선 전기(15세기)의 것으로 추정되는 분청사기와 도기편을 다수 수습했다”고 전했다. 이곳은 마을이 존재했던 곳으로 추정된다. 중어성 조사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8년 군사보호구역 지표조사를 위해 현장을 방문했던 이재 국방문화재연구원장은 “당시에는 제법 가까이서 중어성의 현장사진을 찍고 지표조사를 했는데 11년이 지난 지금에는 현장접근이 불가능했다”고 전했다. 조사 후 11년간 사람의 출입이 없다보니 다시금 지뢰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외려 이번에는 ‘먼발치’에서 성의 흔적을 육안으로 확인한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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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어성에서 확인되는 석렬(돌무더기). 지뢰 표식판이 이채롭다. |국립문화재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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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어성은 철원 가단리 평원 서쪽의 역곡천(임진강 지류)변 현무암 대지 평면에 직사각형 평면구조로 남아있는 돌성이다. 이 지역에 연고를 둔 1세대 주민들은 “태봉국을 세운 궁예와 관계가 있는 성”이라고 증언했다. 궁예가 군마들을 조련하려고 축조한 마성(馬城)이라는 것이다. 물론 역곡천변에서 백마고지가 보이는 곳에 있으므로 방어성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궁에가 왕건에게 쫓기던 위기일발의 상황에서 급박하게 세운 성일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떤 문헌자료에도 중어성의 존재는 확인되지 않고 있으니 현 상태로는 성의 실체를 정확히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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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어성과 화살머리고지 인근을 흐르는 역곡천. 임진강의 지류이다. |국립문화재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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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11명의 각계 전문가가 투입된 이번 조사는 지뢰가 완전히 제거된 구간과 개설도로 주변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조사단은 중어성의 흔적을 재차 확인한 것 외에도 식생과 동물서식, 지질 등의 자연문화재를 조사하고 분석 표본들을 채취했다. 자연문화재 조사는 지형·지질과 식생, 동물 서식흔 등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그 결과 이 지역은 편암과 운모편암 등 변성암류가 넓게 분포하고 있었으며, 역곡천과 땅의 경계 주변은 현무암으로 확인됐다. 조사단은 시험재료 조각들을 채집하였으며, 추후 분석을 통하여 이 일대의 지질분포도를 작성할 계획이다. 특히 이곳에서 다수의 용암분리구조(lava segregation texture)가 잘 발달된 현무암을 발견했다. 정재숙 문화재청장은 “교육적·학술적 가치가 높아 반출 협의를 국방부 등과 진행할 예정”이라면서 “더욱 적극적으로 비무장지대 내의 문화재 분포현황을 조사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기환 선임기자 lk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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