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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혐오로 번진 안인득 사건…"조현병 낙인, 사회 안전 위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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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방화·살인사건 이후 조현병에 대한 혐오 인식 증가
정신질환자의 범죄율, 일반인에 비해 현저히 낮아
정신과 교수 "환자 품는 사회 분위기 범죄 예방할 수 있어"


파이낸셜뉴스

진주 아파트 방화·살인 혐의로 구속된 안인득(42)이 병원을 가기 위해 19일 오후 경남 진주경찰서에서 이동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피해자 양성하지 말고 조현병 환자들 따로 관리하자…어디서 벌어질지 모르는 두려움에 언제까지 떨어야 하나"

윗글은 진주 아파트 방화·살인사건 기사의 댓글이다. 피의자 안인득(42)이 과거 조현병 진료를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조현병 대한 불안과 혐오가 확산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정신질환 범죄자에 대해 동등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내용의 글이 수십건 넘게 올라오고 있기도 하다.

조현병은 사고, 감정, 지각, 행동 등 인격의 여러 측면에 걸쳐 광범위한 이상 증상을 일으키는 정신 질환을 말한다. 아직 완치될 수는 없지만 꾸준히 약물 치료 등을 병행하면 일상 생활이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다.

최근 일어난 강력 범죄의 피의자들이 조현병을 앓았다고 주장하는 사례가 늘면서 해당 질환에 대한 혐오도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2016년 강남역 화장실에서 한 여성을 무차별적으로 흉기로 찌른 남성도 조현병을 앓고 있다고 주장했고, 지난해 10월 서울 강서구 PC방 아르바이트생 살인 사건 역시 조현병 전력이 있었다고 전해졌다.

하지만 세간의 우려와 달리 정신질환자의 범죄율은 일반인에 비해 현저히 낮은 편이다.

대검찰청의 2017년 범죄분석에 따르면 정신질환자가 범죄를 저지른 비율은 0.136%로 조사됐다. 같은 기간에 발생한 전체 인구의 범죄율은 3.93%로 정신질환자와 비교했을 때 30배 가까이 높았다.

특히 살인, 강도 등 강력범죄를 저지르는 비율은 정신질환자가 0.014%로 전체 강력범죄율 0.065%를 크게 못 미쳤다.

물론, 통계와 별개로 정신질환자에 대한 관리가 필요가 한 것은 사실이다.

현행 정신건강복지법에 따르면 강제입원은 직계가족에 해당하는 보호의무자와 의사가 결정할 수 있다. 이때 보호의무자는 생계를 같이 하고 있는 민법상 직계 가족을 뜻하기 때문에 강제입원의 폭은 상당히 좁은 편이다.

진주 방화·살인사건 역시 안인득의 친형이 정신건강병원 입원을 권유했지만, 생계를 달리하고 안 씨가 거부한다는 이유로 입원시킬 수 없었다. 정신건강복지법의 허점인 셈이다.

또, 조현병 환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인식하는 선입견 탓에 환자 본인이나 가족 등이 질병을 숨기거나 방치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보건복지부의 '정신질환 진료 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중증정신질환 환자 중 지역사회 정신보건시설이나 재활기관에 등록한 비율은 2017년 기준 29.4%에 불과하다. 수치로 본다면 10명의 환자 중 단 3명만이 제대로 관리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중앙정신건강복지사업지원단 부단장을 맡고 있는 노성원 한양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정신질환자에 대한 낙인이 사회 안전을 위협하는 불이익으로 되돌아 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 교수는 "환자를 치료하지 못한 사회 시스템을 점검해야하지 치료를 잘 받고 있는 선량한 99%의 환자를 혐오하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는데 방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조현병에 대한 편견이 심하면 환자와 그 가족은 질병을 덮어두게 돼서 문제를 키울 수 있다"며 "환자를 품고 사회 속에서 같이 살아갈 수 있는 분위기 만드는 것이 범죄를 예방하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피의자가 사회적 약자나 환자라 해도 범죄가 정당화될 순 없다. 다만 조현병이라는 모든 범죄의 원인을 조현병과 연결하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며 "환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접근하기보단 치료를 받지 않거나 중단된 환자가 없도록 의료체계를 다시 살펴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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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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