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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가져봐야 무서운 줄 알게 돼"…마약 전과 3범 정모씨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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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3세, 연예인 등 이름만 대면 알만한 사람들이 마약 범죄에 연루돼 줄줄이 포토라인에 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 사회가 마약 범죄에 뒤덮인 분위기"라고 말한다.
실제 최근 5년간 필로폰과 코카인, 헤로인, 대마 등 적발된 마약류는 약 6배 늘었다. 지난해에만 426kg(730건)이 적발됐다. 1회 투여량(0.03g)으로 계산해 보면 무려 1420만명이 한꺼번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적발 건수도 2배 이상 증가했다.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은 한국마약범죄학회의 추천을 받아 마약 전과 3범 정모(55)씨을 만나 자신이 마약에 빠져든 경위와 마약 유통 실태를 취재했다. 그는 지난해 4월부터 마약범죄학회를 통해 마약 중독 치료를 받고 있다.

정씨는 "마약 하겠다는 사람들에게 ‘정신 차려라’고 말하고 싶다. 망가질 대로 망가져 봐야 그 무서움을 알 수 있는 게 마약"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지금 당장 전화하면 10분 만에 마약을 구매할 수 있다"며 "지하철과 클럽 등 마약이 도처에 널려 있다. 과시로 하는 얘기가 아니라 진짜다. 더이상 한국은 마약 청정국이 아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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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친구 권유로…호기심에 ‘클럽’에서 마약 시작
정씨가 마약에 빠져든 과정은 이랬다. 20대 초 처음 필로폰에 손을 댔다. 나이트클럽에 함께 갔던 친구가 "즐기자, 한 번 해보라"며 건넨 것을 호기심에 투약한 것이다. 정씨는 "대부분 나처럼 클럽 등 유흥업소에서 호기심에 (마약에) 손댄다"며 "클럽은 마약 천국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클럽 업주가 손님에게 직접 마약을 건네지는 않아. 그건 자살 행위라는 걸 알거든. 대신 클럽 안에서 마약이 도는 건 알면서도 묵인하고 방조하지. 돈이 되니까. 손님들이 마약을 하면 신나서 술값을 더 쓰니까. 5시간 놀 거 10시간 놀고, 100만원 쓸 거 200만원 쓰거든. 클럽 문 앞에서 손님들 마약검사 싹 해보면 하루에 수십 명 잡힐 걸?" 정씨 얘기다.

②나도 모르게…"참는 힘보다 찾는 힘이 세진다"
30여 년 전 마약을 처음 투약한 그날의 기분을 정씨는 아직도 잊지 못한다 했다. 정씨는 "이게 마약이구나. 깜짝 놀랐다. 엔돌핀이 솟구 치고 가슴은 쿵쿵 뛰고 잠도 안 오고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이 기분이 좋았다"고 했다.

동시에 공포가 찾아왔다. 정씨는 "이러다 중독되면 어떡하나, 겁 나고 무서웠다"고 했다. 마약을 처음 한 그날부터 떨쳐낼 수 없을 것 같다는 공포심은 지금껏 계속돼 왔다고 했다.

정씨는 두 번은 안하겠다고 마음먹었지만, 친구와 술을 마시다 다시 필로폰에 손을 댔다. 이후 자신도 모르게 친구에게 "마약 더 없느냐"고 보채기도 하고, 돈 주고서라도 살 곳을 찾아다녔다. 정씨는 "점차 ‘참는 힘’보다 ‘찾는 힘’이 더 커지게 된다"면서 "먹어본 놈은 엔돌핀 맛을 안다. 필로폰이 있다고만 하면 서울에서 부산까지 택시를 타고 달려가기도 한다"고 했다.

③교도소 수감 후…본격적 ‘마약 인맥’ 구축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 결국 들켰다. 정씨는 한 차례 국내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감옥살이를 한 뒤 해외에 나가서 살았다. 일본과 호주에서도 종종 마약을 했다. 2015년 국내로 돌아와 두 차례 다시 구속됐고, 지난해 4월 출소해 새 삶을 살고 있다고 밝혔다.

정씨는 마약사범으로 교도소에 수감되면서 오히려 "인맥을 뚫었다"고 했다. "처음 마약할 땐 친구한테 받는 수밖에 없어. 어디서 사는지 모르니까 하고 싶어도 친구가 줄 때까지 1주일이고 2주일이고 참아. 근데 교도소 한 번 가니까 한 방에 마약사범 8명이 모여 있네? 방을 한두 번 옮기면서 첫 수감 때만 마약사범 20명을 만났어. 어차피 다 마약 하는 놈들이니까, 출소해서 마약 구하기가 너무나 쉬워진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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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정다운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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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3명 중 1명은 재범…"타임머신 있다면 마약 하기 전으로"
교도소에서 실형을 살고 나온 정씨 휴대전화에는 마약사범 수십명의 연락처가 저장됐다. 이날 정씨가 기자에게 보여준 자신의 휴대폰에는 그의 지인으로부터 ‘형님, 저 숨 좀 쉬게(마약 하게) 해주세요’ ‘돈 보낼 테니 (마약) 달라’는 메시지가 여럿 있었다. 다른 마약사범들이 마약을 구하고자 정씨에게 연락한 것이다. 정씨는 "이 문자를 보낸 애들 중 몇몇은 지금 구속돼 있다"며 "내가 이때 못 참고 했으면 같이 구속됐을 것"이라고 했다.

마약 투약자가 판매자가 되는 일도 흔하다. 마약을 전문적으로 수입·판매해 거액을 번다기보다는 ‘감방 동기’끼리 알음알음 사고파는 것이다. 정씨는 "마약 못 구해 골골대다 보면 결국 연락 돌리는 게 감방 동기들"이라고 했다.

마약 범죄는 다른 범죄보다 재범률이 높다. 마약사범 재범률은 약 36% 수준. 마약사범 3명 중 1명 이상은 다시 마약범죄를 일으키는 것이다. 정씨도 마약전과 3범이다. 출소할 때마다 ‘안 해야지’ 마음 먹었다가 끝내 다시 손댔기 때문이다.

마약사범은 의학적으론 마약에 중독된 마약환자다. 정씨는 "국가가 정말 마약사범을 잡고 싶다면 마약을 한 사람뿐만 아니라, 그들에게 마약을 판매한 판매책 그리고 중간책, 윗선을 모두 잡아들여 악순환을 끝내야하는 것 아니냐"며 "잡아넣고 사회에 던져둔 다음 제대로 치료도 안 해주고 또 잡아넣기만 해서 재수감되고 또 재수감되는 굴레에 던져진다"고 말했다.

정씨는 "타임머신이 있다면 마약을 하기 전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그는 "친구의 권유에도 유혹되지 않고 마약을 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삶이 달라졌을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마약을 호기심이라 생각하고 접근하려는 사람들이 있다면 진심으로 말리고 싶다"고 했다.

[고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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