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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팩트체크] '4·19' 때 국민에게 총을 쏜 게 한국당 전신(前身) 정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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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온 의원 발언에 한국당 반발 '윤리위 제소'…한국당 회의실에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사진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4·19 혁명 때 국민에게 총을 쏜 정치 세력을 지금의 자유한국당의 뿌리로 볼 수 있을까.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인 박광온 의원의 발언이 정치 쟁점으로 떠올랐다. 한국당은 "박 의원이 근거 없는 거짓망언으로 모욕했다"고 반발했다. 22일 한국당 의원 114명의 서명을 받아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한 이유다.


문제의 발언은 4·19 혁명 기념일인 지난 19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나왔다. 박 의원은 이날 "4·19 혁명 때 정권이 국민들을 향해서 총을 쐈다. 똑같은 일이 20년 뒤인 1980년에도 벌어졌다"면서 "그 정권들은 자유한국당의 전신 정권들"이라고 말했다.


4·19 혁명 당시의 자유당 정부와 5·18 민주화운동 당시 신군부 세력을 지금의 한국당 전신으로 볼 수 있는지가 관심의 초점이다. 1990년 '3당 합당'으로 탄생한 민주자유당(민자당)은 이후 신한국당→한나라당→새누리당→자유한국당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민주정의당(민정당)은 민자당 탄생의 주역이라는 점에서 한국당과 관련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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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자유한국당 신임 당대표가 28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내 우남 이승만 대통령 묘역에서 참배하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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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만 정부의 자유당, 박정희 정부의 민주공화당(공화당)과 민정당의 관련성을 살펴보면 이른바 '전신 정권'에 대한 의문은 풀릴 수 있다.


자유당은 1951년 12월 창당했다. 1960년 4월19일 이승만 정부의 경찰은 시위대를 향해 발포했는데 이 과정에서 사상자가 발생했다. 4·19 혁명의 후폭풍으로 자유당 정부는 무너졌다. 자유당은 1961년 5월23일 국가재건최고회의 포고 제6호에 따라 공식적으로 해산됐다.


1963년 2월에 창당한 공화당은 자유당 세력 일부와 군인 출신이 참여해서 만든 정당이다. 1980년 10월 해산될 때까지 17년 동안 여당 역할을 했다. 민정당은 1981년 1월 창당해 1990년 2월 3당 합당 직전에 문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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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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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밀히 말하면 1980년 5·18 민주화운동 당시 민정당은 존재하지 않은 셈이다. 다만 전두환 전 대통령이 1981년부터 1987년까지 민정당 총재를 지냈다는 점에서 신군부 세력과 민정당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공화당과 민정당의 관계다. 동아일보는 1980년 12월18일 1면 기사에서 "민정당 권정달 사무총장은 '지난 10일 공화당 청산위원회 결정으로 공화당의 재산을 양도받았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민정당이 공화당 재산을 무상으로 인수한 근거는 '유사 목적을 가진 정치단체에 재산을 양도할 수 있다'는 정당법과 민법의 규정에 따른 것이다.


현재 한국당 지도부 회의실에는 이승만 전 대통령과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사진이 걸려 있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국민에게 총을 쏜 정권이 전신이라는 박 의원 표현에 한국당이 모욕감을 느낄 수는 있지만 자유당, 공화당과 관련이 없는 정당이라고 한다면 자기모순"이라고 말했다.


한국당 역사의 뿌리를 되짚어볼 때 자유당과 공화당, 민정당과의 관련성을 부인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다만 박 의원 표현은 정치적 평가와 해석이 녹아 있는 발언이다. 과거의 정당과 현재의 정당은 역사적 맥락과 정체성에서 공통분모가 있다고 해도 100% 동일한 정당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박 의원 발언은 '절반의 사실'이라고 볼 수 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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