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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액 수표는 왜 다음날에야 출금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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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때문...블록체인 적용은 실익·효율성 떨어져"

(지디넷코리아=손예술 기자)국내 은행이 발행한 자기앞수표(수표)를 발행한 은행이 아닌 다른 은행에 입금할 경우, 다음 날 낮 12시 20분에 찾을 수 있다. 입금일 이후가 주말 혹은 공휴일이라면 은행이 영업하는 날까지 꼼짝없이 기다려야 한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국내가 아닌 해외에도 수시간 내 송금이 가능해졌지만, 왜 수표를 찾는 시간이 필요한 걸까.

23일 타행 발행 수표를 입금한 후 즉시 출금은 어려운 것인지, 원장을 분산해서 저장·관리하는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해 시간을 단축할 순 없는지 관련업계를 취재했다.

예를 들어 KB국민은행에서 발행한 수표를 갖고 우리은행의 계좌에 입금할 경우, 고객은 당일 그 돈을 찾을 수 없다. 물론 이는 반만 맞는 말이다. 금액이 크지 않고 수표에 액수가 표기된 '정액 수표'는 수수료를 내면, 창구에서 바로 그 금액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금액이 크고 액수가 정해져 있지 않은 '비정액 수표'는 불가능하다.

국내 은행들의 어음교환 업무를 맞고 있는 금융결제원은 수표의 진위 확인, 예금주 확인, 사고 여부를 확인하는데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물론 수표 정보를 처리한 후 찾을 수 있는 시간은 계속 줄어들어왔다. 오후 4시나 돼서야 출금이 가능하다가 오후 2시에서 현재 낮 12시 20분으로 단축된 것이다. 오후 4시에 찾을 수 있었던 시절엔, 은행 직원들이 수표를 모두 모아 전국 50여군데 설치된 어음교환소에서 타행 직원과 수표를 분류한 뒤 나눠가졌다. 조금씩 시간이 줄어든 배경에는 전산화가 있다. 2004년부터 실물이 아닌 전자 정보만으로 처리하면서 정산 시간도 단축된 것이다.

금융결제원 유영구 어음교환부 팀장은 "현재 어음교환소는 서울 어음교환소만 있으며 이 곳이 금융결제원"이라며 "실물이 아닌 전자적 정보만으로 거래가 완료되는 전자적 중개(仲介)교환소"라고 말했다. 즉, 금융결제원은 은행과 은행을 중개하는 역할을 하는 하나의 통로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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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은행과 은행이 직접 중개처를 거치지 않고 정보를 확인한다면 시일이 줄어들지 않을까. 특히 원장을 분산해 저장하고 거래 기록이 동시에 남는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해 수표 교환 시간을 단축하는 방법을 적용할 순 없을까.

유영구 팀장은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기 어렵다고 답변했다. 그는 "수표를 발행하는 곳과 수표만큼의 돈을 지급하는 은행이 다르기 때문에 은행끼리 직접 연결되기는 어렵다"며 "고객 거래 정보를 공유해야 하는데 은행이 그럴 필요가 있겠느냐. 예를 들면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고객 정보를 주고 받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이밖에 은행별로 전산시스템이 다르다고도 부연했다.

유 팀장은 "수표 거래는 결국 돈을 주고 수표를 구입하는 것인만큼 거래 고객 간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시간이 필요할 수 밖에 없으며 은행 창구서 수십장의 수표를 전담하기 어려워 시일은 지속적으로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단, 유 팀장은 "세계 국가 중에서도 한국만큼 수표의 현금화 작업을 빠르게 하는 곳은 없다"고 강조했다.

금융결제연구소 김옥선 블록체인기획반 팀장은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의 실효성에 대해 아직 의구심이 남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 팀장은 "금융결제원이 하는 업무 중 블록체인을 활용해 비용과 시간을 단축시킬 만한 것이 있는지 찾아봤지만 어음교환업무는 실익이 떨어진다고 결론이 났다"고 말했다.

김옥선 팀장은 "일단 블록체인의 핵심 사상은 분산과 공유, 투명성인데 어음교환 업무는 중앙화돼 있다"며 "이를 분산화한다고 하면 새로운 시스템을 마련하는 등의 복잡해 실익성이 떨어진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김 팀장은 틈새업무에 블록체인을 적용하는게 합리적인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신용카드는 물론이고 다양한 지급 수단이 개발되면서 수표의 시대도 저물어가고 있다"며 "중앙에서 수표 정보를 저장하고 관리하는데 분산화한다고 할 때 효율성은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한국은행의 '2018년 지급결제보고서'에 따르면 지급 수단 중 수표 비중은 2008년 14.4%에서 2018년 0.6%로 축소됐다. 금액도 같은 기간 7.8%에서 2.1%로 줄어들었다.

손예술 기자(kunst@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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