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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작년 보험사기 적발액 8000억 ‘역대 최고’…고령층 사기 '껑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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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지난해 A한방병원은 공진단·경옥고 같은 보양 목적의 한약을 진료 기록부에 보험 적용을 받는 품목으로 가짜로 써놓거나 환자의 입원 기간·치료비 납부액을 부풀린 증명서를 발급하는 수법으로 보험금 총 32억원을 가로챘다가 덜미를 잡혔다. A병원은 보험금을 두둑이 챙겨주겠다며 ‘나이롱’ 환자를 끌어들였는데, 그중에는 보험 설계사와 설계사의 가족, 지인 등도 대거 포함됐다.

B씨는 지인과 짜고 외국 항구에 정박 중인 원양 어선에 일부러 불을 질렀다. B씨는 사고 전 화재 보험 담보액을 6배나 올리고, 현장에 없었다는 알리바이까지 만드는 등 치밀한 계획으로 화재 보험금 600만 달러(약 68억원)를 타냈다.

지난해 보험 사기 적발액이 8000억원에 육박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내 보험 사기는 2009년부터 벌써 9년째 역대 최고 적발액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고령층을 중심으로 가짜 질병 진단·장해 등을 통한 보험금 청구 사기가 많아지고, 보험사도 보험금 지급 심사를 깐깐하게 하는 등 사기 대응을 강화해서다.

◇작년 보험사기 적발액 8000억…역대 최고

이데일리

자료=금융감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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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 사기 적발금액은 7982억원으로 2017년보다 9.3%(680억원) 늘었다. 연간 기준으로 가장 많은 금액이다. 전체 적발금액 중 금감원 조사를 통한 적발액이 약 1300억원, 보험회사 자체 적발액이 6700억원으로 보험사가 직접 잡아내는 사기액이 전체의 80%가량을 차지한다.

보험 사기는 금감원이 통계 집계 기준을 바꾼 2009년 이후 해마다 역대 최대 기록을 새로 쓰고 있다. 2009년 3367억원에서 2014년 5997억원, 작년 약 8000억원으로 적발액이 매년 수백억 원씩 늘고 있다.

유형별로 계약 기간이 1년 이상인 장기 손해 보험 사기 적발액(3561억원)이 지난해 약 17% 급증하며 전체 적발액 증가를 견인했다. 질병·상해·실손 보험 등에 가입해 허위·과다 진단이나 장해 등을 이유로 보험금을 청구했다가 덜미를 잡힌 사람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손해 보험 상품이 다양해지고 보험 보장의 허점을 노린 계약자도 덩달이 증가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허위·과다 진단·장해 사기 적발액(761억원)은 전년 대비 30% 가까이 늘었다. 박종각 금감원 보험사기대응단 부국장은 “원래 보험 사기 적발액은 자동차 보험이 전체의 절반가량을 차지했지만, 지난해 처음으로 장기 손해 보험 적발액이 차 보험을 넘어섰다”고 말했다.

◇고령층·보험설계사 가담 보험 사기 ‘껑충’

이데일리

자료=금융감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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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보험 사기로 적발된 사람은 7만9179명으로 1년 전보다 4356명 줄었지만, 1인당 평균 사기 금액은 1010만원으로 140만원이나 증가했다. 간 큰 보험 사기범이 늘고 있다는 얘기다.

눈에 띄는 점은 고령층 보험 사기의 증가세다.

보험 사기 적발자 중 60대 이상 고령층은 지난해 1만515명으로 2016년보다 12%(1110명) 늘었다. 1만 명을 넘어선 것도 최초다. 금감원 관계자는 “사회 전반적으로 고령 인구가 많아지고, 어르신이 직장인보다 병원을 찾는 빈도가 높다 보니 허위 입원 등 보험금을 과다하게 청구하는 사례가 많아지는 것”이라고 했다. 직장을 퇴직한 후 노후 소득이 마땅치 않은 고령층이 보험 사기의 달콤한 유혹에 빠지는 것이다.

반면 30~50대 보험 사기 적발자는 작년 7만9179명으로 2년 전보다 5%(3833명) 줄며 전체 연령대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16년 70%에서 지난해 67%로 감소했다.

금감원은 최근 보험 사기가 조직화·대형화하는 추세라고 진단했다. 보험을 잘 아는 보험 설계사와 자동차 정비 업체 직원 등이 사기를 주도하는 경우가 부쩍 많아졌다는 것이다. 실제 작년 보험 사기 적발자 중 보험업 모집 및 정비업소 종사자는 모두 2366명으로 2년 전보다 440명 늘었다.

◇보험사기 늘면 보험료 인상 우려

보험은 계약자 다수가 십시일반 보험료를 모아서 미래의 위험에 대비하는 일종의 ‘계’와 같다. 따라서 거액의 보험금을 가로채는 보험 사기가 늘어나면 다른 계약자의 보험료가 오를 우려가 있다. 국민건강보험이 보장하는 급여 항목의 보험금 허위 청구는 정부의 재정 누수로도 이어진다.

금감원이 지난해 보험연구원에 의뢰한 연구 용역에 따르면 민간 보험의 전체 보험 사기 추정액은 적발액의 7배가 넘는 약 6조2000억원(2017년 기준)으로 추정됐다. 금감원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공영 보험의 보험금 누수액 추정을 위한 2단계 용역을 진행할 계획이다.

박 부국장은 “금감원은 보험 사기 취약 부문 기획 조사, 보험 사기 인지 시스템 지능화 등을 통해 보험 사기를 근절하도록 총력 대응할 것”이라며 “보험 사기를 알게 되면 금감원이나 보험사 사기 신고 센터에 적극적으로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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