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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BTS 월드'는 지적 호기심을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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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월드의 클래식·인문학 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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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in BTS 월드'라는 제목의 취재파일을 지난해 편집부에서 근무할 때 썼다. ( ▶ [취재파일] 클래식 in BTS 월드) 딸이 BTS의 뮤직비디오에 클래식 음악이 나온다고 해서 흥미를 느꼈던 게 이 글을 쓰게 된 계기였다. 방탄소년단의 뮤직비디오와 콘셉트 영상, 티저 영상들을 찾아봤고, 이런 영상들에 클래식 음악을 '그저 듣기 좋으라고' 쓴 게 아니라 앨범의 콘셉트에 맞춰 세심하게 선곡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클래식 음악뿐 아니라 미술과 심리학, 문학 등 다양한 요소들을 접목한 스토리텔링으로 겹겹이 의미를 만들면서 노래의 메시지를 강화하고 있었다.

당시에는 개인적인 흥미에서 시작해 '취미 삼아' 쓴 글이었다. 하지만 내가 편집부서에서 다시 취재부서로 '컴백'했고, 방탄소년단이 새 앨범 '맵 오브 더 솔 : 페르소나'를 내면서 '컴백'했고, 이 앨범이 '융의 영혼의 지도'라는 책에서 모티브를 얻었다는 사실이 화제가 되고 있어서, 내가 썼던 글의 내용을 방송뉴스에서 다시 다뤄봐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런 기사로 나왔다.

[SBS 뉴스 사이트에서 해당 동영상 보기]



방탄소년단 '피 땀 눈물'의 뮤직비디오입니다.

어린 시절의 안온한 세계에 머무르던 젊은이들이 유혹, 쾌락, 방황으로 묘사되는 청춘의 고통을 받아들이며 성장한다는 내용입니다.

[RM/헤르만 헤세 '데미안' 중에서 : 그 (데미안) 역시 유혹자였다. 그는 내가 더 이상 알고 싶지 않았던 또 하나의 나쁜 세계와 나를 이어주는 연결고리였다.]

헤르만 헤세의 성장 소설 '데미안'의 한 구절에 이어, 역시 데미안에 등장하는 장중한 오르간 곡이 흘러나옵니다.

이 밖에 바흐의 b단조 미사와 네덜란드 화가 브뤼겔의 반역천사의 추락, 이카로스의 추락이 있는 풍경 등 서양 예술사의 고전이, 금기를 깨고 고통에 직면하며 성장한다는 서사에 상징적 의미를 더합니다.

판타지 소설의 고전을 모티브로 삼은 뮤직비디오가 있는가 하면, 쇼팽과 드뷔시 등 클래식 명곡을 녹여내기도 합니다.

[미 묘/웹진 아이돌로지 편집장 : (클래식과 미술, 문학, 심리학 등을 끌어와서) 내부에 맥락을 만들고 그렇게 해서 작품 자체의 맥락을 좀 더 풍성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습니다. 팬들의 입장에선 방탄소년단의 작품이 그런 다양한 인문학적 소양을 향해 나아가는 하나의 통로로 기능할 수도 있습니다.]

팬들은 BTS 뮤직비디오에 등장한 클래식 곡 영상을 찾아 감상하고, 작품 세계와 연관된 책들도 새롭게 주목 받으며 팔려나갑니다. 음악과 영상, 메시지를 폭넓은 인문학적 요소로 뒷받침하며 다양한 해석과 발견을 이끌어내는 것, BTS 월드의 또 하나의 매력입니다.

원래 썼던 취재파일은 'BTS 월드 속 클래식 음악'에 주안점을 두고 여러 영상(노래가 아니라 영상이다)에 삽입된 곡들을 설명하는 것이었지만, 방송뉴스 기사에서는 '데미안'을 모티브로 삼은 '피 땀 눈물' 뮤직비디오를 중심으로 내용을 압축했다. 클래식 음악뿐 아니라 문학, 미술, 심리학 등을 접목한 사례들을 간단하게나마 제시했다. 뉴스 리포트 1분 40여 초 안에 내용을 전달하기 위해 고심했다. 시간 제약으로 내레이션에 소화 못 한 내용들은 자막과 영상을 통해 전달하려는 의도로 뉴스 영상 편집에도 공을 들였다.

'BTS 월드'는 방탄소년단의 노래와 춤만으로 구성되지 않는다. 음악과 결합된 영상과 메시지, 그 결과 구축되는 서사는 강력한 위력을 갖고, 이 모두가 총체적으로 BTS의 작품세계를 이룬다. 방탄소년단은 앨범의 콘셉트를 잡고, 이를 뮤직비디오와 콘셉트 영상, 티저 영상(이 영상 중에는 방탄소년단의 노래가 별로 등장하지 않고 단편영화처럼 만들어진 것들도 있다) 등 수많은 영상 콘텐츠로 '시각화'해서 보여주는 데 엄청난 공을 들인다. 이 영상들은 유튜브를 통해 국경을 넘어 실시간으로 전파되면서 강력한 팬덤을 구축하는 데 큰 몫을 했고, 지금도 하고 있다.
내가 'BTS월드'에 처음 '진지한' 관심을 갖게 된 것도 '피 땀 눈물'의 뮤직비디오를 보고 나서부터였다. 데미안과 이카로스 신화, 피에타, 타락 천사, 니체, 바흐, 북스테후데(소설 '데미안'에 언급되는 작곡가) 등등, 수많은 '레퍼런스'들이 촘촘하게 등장해서 지적 호기심을 자극했다. 뮤직비디오를 한 번 보고 끝나는 게 아니라 자꾸만 돌려보고, 레퍼런스를 찾아보게 만들었다. 다양한 해석과 새로운 발견을 이끌어내는 콘텐츠들이었다.

잘 알려지지 않았던 북스테후데의 곡 유튜브 영상에 BTS 뮤직비디오 보고 찾아왔다는 댓글이 줄줄이 달리고, 데미안을 찾아 읽는 사람들이 늘어난다고 했다. 방탄소년단 덕분에 드뷔시를, 쇼팽을 찾아듣게 되었다는 팬들도 있었다. 참 흥미로운 현상이었다. 나는 이런 콘텐츠를 만들어낸 사람들도 정말 궁금했다. 물론 전면에는 방탄소년단의 일곱 멤버들이 나서지만, 뒤에서 이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한 사람들이 있을 터이니까. 빅히트의 대표인 방시혁 씨를 비롯해 강력한 '크리에이티브 팀'이 있을 터이니까.

이번 기사를 쓰면서 그 '크리에이티브 팀'이 궁금해서 빅히트 측에 인터뷰 요청을 했었다. 하지만 아티스트, 즉 방탄소년단 멤버들을 제외한 다른 내부 인력들은 인터뷰에 응하지 않는 게 회사 방침이라고 했다. 아티스트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며, '제작 의도'에 대해 이야기하는 순간 팬들이 자유롭게 해석하며 즐기는 데 제약이 될 수도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내 궁금증을 풀지 못해 아쉽기는 했으나, 일리 있는 설명이라 더 이상 묻지 않았다.

'페르소나'를 내세운 이번 앨범은 '맵 오브 더 솔' 시리즈를 시작하는 첫 앨범이다. 바로 '영혼의 지도'를 탐구한다는 것이다. RM은 지난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콘셉트가 어떻게 나왔는지에 묻는 질문에 대해 이렇게 대답했다. 좀 길지만 인용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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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지도. 책을 사실 다 읽어보지는 못했습니다. 이 책과 개념은 회사에서 추천해주신 거예요. 그렇지만 심리학과 철학을 좋아해서 융이라는 심리학자의 페르소나와 이고의 개념은 대략적으로 알고 있었어요. '러브 유어셀프' 다음에는 뭘 할 거냐고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셨고, 저희도 궁금했어요. 이보다 더한 무슨 얘기를 우리가 할 수 있나? 다시 어디서부터 새로 시작을 해야 하나? 하다가, 결국에는('맵 오브 더 솔'을 하기로 했어요).

사실 '러브 유어셀프'는 저에게 스스로 외는 주문 같은 것이었는데, '맵 오브 더 솔'은 말 그대로 영혼의 지도, 내 영혼의 지도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를 찾아보는 것이잖아요. 저도 제 안에 뭐가 있는지 굉장히 알고 싶었어요. (칼 융은) 페르소나라는 개념을 제창했던 사람이고, 그래서 이 얘기가 굉장히 궁금했었던 것 같아요.

저희가 항상 방PD님과 앨범이 나오기 몇 달 전에 일찌감치 미팅을 합니다. 개인별로 미팅을 하고요. 혹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가, 지금 가장 꽃혀 있는 화두가 무엇인가. 다음 앨범에는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가. 이런 걸 각자 조사도 하고, 저희끼리도 많은 얘기를 합니다. 저는 그동안 보았던 포스팅이나 기사, 아니면 친구들이 해줬던 얘기들을 보통 캡처해서 그때그때 메시지로 보냅니다. 그런 식으로 회사에서도 많은 얘기를 하고. 끊임없이 커뮤니케이션 하면서 잡게 된 개념입니다.

'맵 오브 더 솔'에 대해 제가 정확히 협의가 안 되어서 많은 힌트를 드릴 수는 없지만, 대략적으로 이번 앨범의 '페르소나-인트로' 트레일러 뮤직비디오에 나와있었던 내용과, '영혼의 지도'라는 책으로 결론을 추측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아요. 제가 앞서 말씀 드렸지만 저희를 여기까지 끌어왔던 힘, 그 힘의 근원과 그늘, 그리고 이 힘을 통해서 나아가야 하는 내일에 대해서 얘기해 볼 계획이라는 정도만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치 '브레인스토밍' 같은 과정으로 보이기도 하는데,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지금 하고 싶은 이야기나 관심사들을 자유롭게 꺼내놓으면 기획사측에서 이걸 다듬고 고갱이를 뽑아내 하나의 '콘셉트'로 제시하는 과정을 거친다는 얘기로 이해되었다. 방탄소년단이 '영혼의 지도'라는 콘셉트를 앞으로 어떤 식으로 풀어낼지, 어떤 식으로 시각화해서 보여줄지, 이번에는 어떤 풍성한 '레퍼런스'로 팬들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할지, 나도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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