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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美 "예외 인정 받았던 한국, 이젠 이란산 원유수입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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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8國에 한시 적용한 수입금지 예외 조치, 추가 연장 없다"

이란, 중동 산유국의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 경고

미국 정부가 대(對)이란 제재와 관련해 한국 등 8국에 대해 한시적으로 인정했던 '이란산 원유 수입 금지 예외'를 연장하지 않겠다고 22일(현지 시각) 발표했다. 앞으로 어떤 이유에서든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는 나라에 대해선 미국이 경제 제재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백악관은 이날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내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5월 초 만료되는 제재 유예 조치를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결정은 이란 원유 수출을 '제로(0)'로 만들기 위한 것"이라며 이란의 주 수입원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임을 명확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의 지도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의 결정을 설명하고, 이란산 원유 공급이 줄어드는 만큼 추가적인 조처를 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리는 시카고트리뷴에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9일 최종적으로 이번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란 정예군 혁명수비대 해군의 알리레자 탕시리 사령관은 22일 국영 방송에 나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이익을 얻지 못한다면 이 전략적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말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 물동량의 20%가 지나는 길목으로, 이 해협이 막히면 유가 급등이 불가피하다.

트럼프 행정부는 작년 5월 이란 핵 합의 파기를 선언한 뒤 같은 해 11월부터 이란산 원유에 대한 수입 금지 제재를 복원했다. 그러나 한국을 비롯해 일본, 중국, 인도, 이탈리아, 그리스, 터키, 대만 등 8국에 대해서는 경제적 충격 등을 고려해 다음 달 2일까지 180일간 한시적 예외를 인정해 줬다.

제재 예외가 더 이상 인정되지 않고 이란산 원유 수입이 금지되면 국내 석유화학업계에 타격이 예상된다. 3~4개월 전만 해도 "이란 제재 예외국 연장은 따 놓은 당상"이라고 했던 우리 정부엔 비상이 걸렸다. 정부 관계자는 "미 정부 실무자들은 한국을 예외국으로 계속 인정해 주려고 했는데 백악관 기류가 돌연 싸늘하게 바뀐 것으로 안다"면서 "미국 설득을 위한 긴급 대응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 대사는 이날 "한국 등에 6개월이란 제재 예외 시간을 준 것은 콘덴세이트(초경질유)의 다른 공급처를 찾으라고 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그동안 이란산 원유 수입량을 꾸준히 줄여왔다.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이란산 원유 수입은 지난해 3월엔 전체 수입량의 14%에 달했지만, 8월엔 2.1%로 급감했다. 올 들어서는 1월에 2.1%, 2월엔 8.6%였다.

그러나 콘덴세이트(초경질유)는 연간 수입량의 약 50%(2017년 기준)가 이란산이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이란산 콘덴세이트는 석유화학 제품의 기본 원료인 나프타 함유량이 많아 고품질이면서 다른 지역산보다 배럴당 2~6달러 저렴하다"며 "이란산 원유 수입이 금지되면 국제시장에 나오는 콘덴세이트 물량이 줄어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생산성 악화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조의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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