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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학 감독 찾아가 원망 쏟아낸 날, 이번 시즌 내 터닝포인트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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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챔프전 MVP’ 모비스 이대성

작심하고 불만·서운함 말했지만 화도 안 내시고 묵묵히 들어줘

우승 선물 ‘플레이 자유이용권’…앞으로 감독님 더 믿고 따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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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성이 지난 21일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한 뒤 골대 그물을 자르는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울산 | 이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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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님 때문에 제가 더 발전을 못하는 것 같습니다.”

부상을 털어내고 코트 복귀 하루 전인 지난 2월1일. 울산 현대모비스 이대성(29)은 유재학 감독을 불쑥 찾아갔다. 그리고 그동안 서운했던 부분들을 작심하고 쏟아냈다. 선수가 감독에게 쉽게 꺼낼 수 있는 얘기는 아니었다. 그러나 그날의 면담은 해피엔딩이었다.

이대성은 지난 21일 막을 내린 2018~2019 SKT 5GX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에서 팀의 우승을 이끌고 생애 첫 챔피언결정전 MVP에 올랐다.

이대성은 경기 후 “우여곡절도 많고 부상 선수도 많았는데, 좋은 결과로 마무리해서 모든 걸 좋은 추억으로 남길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5월11일 결혼을 앞둔 ‘예비신랑’답게 “예비신부한테 우승 반지를 갖고 결혼식을 올리면 좋겠다고 했는데 진짜 그렇게 됐다”며 환히 웃었다.

이대성은 유 감독 얘기에는 이내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감독님을 원망도 하고 미워도 했다. 감독님도 나한테 실망을 많이 했을 것이다. 시즌 중반에 감독님을 찾아가서 있는 감정을 그대로 말했다. 감독님께 더 다가설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 사연이 궁금해 기자회견이 끝난 후 이대성에게 속사정을 다시 물었다. 이대성은 “그동안 감독님과 함께하면서 서운했던 것들이 많았다”며 “솔직히 얘기를 할까 말까 고민도 많이 했다. 하지만 그때가 아니면 얘기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작심하고 찾아갔다. ‘감독님 때문에 내가 더 발전을 못하는 것 같다’는 얘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사실 팀 플레이를 중시하는 유 감독과 창의적인 플레이를 좋아하는 이대성의 스타일은 애초부터 부딪칠 소지가 많았다. 시즌 중반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인해 힘든 재활까지 소화하면서 묵은 감정들은 폭발 직전까지 갔다. 결국 이대성은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쏟아냈다.

예전의 유 감독 같았으면 화부터 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유 감독은 묵묵히 듣기만 했다. 이대성은 “감독님께서 내가 하는 말을 그저 듣기만 하셨다. 그리고 얘기가 끝나자 ‘네가 그렇게 느끼는 줄은 나도 미처 몰랐다’고 하셨다. 이후 감독님께서는 정말 특별한 일이 아니면 지적하시는 일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유 감독은 “지금 선수들은 (고참인) 양동근이나 함지훈 때랑은 조금 다르다. 이제는 선수들에게 맞출 것은 맞추면서 필요하면 이쪽으로 따라올 수 있게끔 만들어줘야 한다”는 생각이다. “확실히 감독님이 예전에 비해 많이 부드러워졌다”는 양동근의 말은 유 감독의 현재를 잘 표현해준다. 이대성은 “하고 싶었던 말을 다 하고 나니 마음이 가벼워졌다. 감독님께서도 잘 들어주셨고, 이날이 이번 시즌 터닝포인트였다”고 말했다.

유 감독은 ‘우승하면 이대성에게 자유이용권을 주겠다’고 했고, 이대성은 우승과 MVP로 그 자유이용권을 기분 좋게 받게 됐다. 자유이용권은 이를테면 플레이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권한이다. 하지만 이대성은 “내가 자유이용권을 받는다고 해서 내 멋대로 하겠나. 감독님을 믿으니 나한테 이렇게 좋은 결과가 왔다. 앞으로도 감독님을 더 믿고 따르겠다”고 다짐했다.

울산 |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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