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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처럼 일하는 부장님처럼 재미없게 살기 싫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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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의 新성공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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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는 기성세대가 달라진 청년의 꿈을 이해하고 지원할 수 있도록 ‘웹뉴(웹툰 뉴스) 컬래버레이션‘을 시도했다. 취재팀이 만난 청년들의 생각을 웹툰 작가들에게 보내 매회 관련 내용을 4컷 웹툰에 담았다. 4회 ‘요즘 부자들’ 웹툰은 ‘아만자’로 유명한 김보통 작가가 즐겁게 일하며 큰 수익을 누리는 유튜버에게서 영감을 얻어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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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면서 즐거운 순간이요? 일을 재미로 하나요?”(40대 중견기업 부장 A 씨)

8일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 청계광장. 취재팀은 ‘나는 일하면서 ○○순간만큼은 즐겁다’라는 문구가 적힌 보드판을 들고 3시간 가량 거리로 누볐다. ‘재미’와 ‘일’의 상관관계에 대한 직장인 인식을 조사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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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하면서 이 순간만큼은 즐겁다.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 나는 일하면서 적어도 00 순간만큼은 즐겁다. 판넬에 자기의견 써 넣는 시민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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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으러 무리 지어 나온 직장인들은 보드판 답을 채워달라는 요청을 받고 한참을 망설이다가 ‘퇴근’ ‘점심시간’ ‘상사의 외출’ 등을 적었다. 고민 끝에 ‘無(없다)’라고 쓴 직장인은 이렇게 말했다. “일하면서 재미도 얻을 수만 있다면 그게 바로 성공한 인생이죠.”

‘회사는 동아리가 아니다’, ‘일에서 재미 찾을 생각마라.’ 부장님이 젊은 사원들에게 자주 하는 말이다. 내키지 않은 일도 소처럼 성실히 하는 게 기성세대의 태도였다. 하지만 요즘 청년들은 다르다. ‘좋은 대학→대기업→승진→정년’이란 기존의 성공공식을 거부하고 일에서 ‘재미’를 찾아 성공을 거두겠다는 인식이 강하다.

● 재미가 밥 먹여 줍니다

취재팀이 만난 청년들은 “월급을 많이 받는 삶보다 하루하루를 재미있게 보내는 삶이 곧 ‘성공’”이라고 말했다. ‘덕업일치(취미와 일의 조화)’ ‘재미주의자’ 같은 신조어의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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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버 송지훈 군(17) 방송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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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4시 전주 완산구 해성고등학교. 야간 자율학습을 하기 위해 숨을 고르는 학생들 틈에서 송지훈 군(17)은 교실을 빠져나갔다. 저녁 8시에 예정된 유튜브 개인방송을 하기 위해서였다. 하굣길에서 그는 “오늘은 무슨 내용으로 시청자들을 웃기지”라고 연신 중얼거렸다.

송 군은 개인방송 BJ(진행자)와 유튜버 크리에이터로 활동 중이다. 지난해 유명 BJ의 개인방송에 출연했던 게 인생을 바꿨다. 시청자들이 ‘웃기다’며 연신 댓글을 다는 것을 보며 ‘이게 내 일이다’란 확신이 들었다. 방송 시작 8개월째인 그의 유튜버 구독자는 1만 명에 이른다. 송 씨는 “‘공부 안 하냐’며 비난하던 어른들도 이젠 내 목표를 이해해준다”고 말했다.

덕업일치의 꿈을 이미 실현한 청년들도 있다. 인기 온라인 웹툰업체 레진코믹스에 다니는 손이경 씨(33)는 “재미가 밥은 먹여주더라고요”라고 말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만화를 좋아한 그는 일본만화를 읽기 위해 일어를 공부했고, 그 영향으로 한국외대 일어과에 진학했다. 대기업을 준비하는 동기들과 달리 그는 첫 직장으로 소규모 웹툰 제작사를 선택했다. 레진코믹스 이직 후 한국 웹툰 수출업무를 맡고 있다. 손 씨는 “가장 좋아하는 취미를 직업으로 삼은 건 탁월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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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송주현 씨(33)는 ‘음식’ 알리기를 직업으로 삼았다. 그는 음식 정보 배우기에 큰 즐거움을 느껴 식자재 유통업체 마켓컬리에 입사해 카피라이터로 활동 중이다. 취재팀이 이달 초 청년 452명에게 ‘OO없이 살기 싫다’를 물어보니 “‘재미’없이 살기 싫다‘(44.0%)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 단순히 재미 쫓았다가 시간 낭비 될 수도

청년들의 이런 흐름에 대해 기성세대들은 재미만 쫓는 것이 아닌지 걱정한다. 통계청이 지난해 조사한 신입사원의 근속연수는 ’1년 5개월‘에 불과했다.

30년 넘게 지방 공기업에서 근무했던 김상만 씨(59)의 아들은 대기업에 다니던 중 연극극단에 들어가겠다며 3년 만에 회사를 그만뒀다. 김 씨는 아들을 만류했다. 아들은 4년 넘게 월 100만 원을 받으며 극단 생활을 하다가 서른 중반을 넘겨 다시 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이다. 김 씨는 ”아들 인생을 되돌리고 싶다“고 하소연했다.

이처럼 재미를 느낀 일을 직업으로 삼는다고 해서 성공이 보장되지 않는 만큼 끝까지 파고들어야 한다. 성대모사 동영상으로 유명해진 후 온라인 크리에이터 기획사를 하는 김봉제 온웨이즈 대표(33)는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서 남들보다 월등히 잘 해야 직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고민하지 않은 채 즉흥적으로 직업을 선택하면 ’덕업일치‘에 실패할 수도 있다. 안성민 한국생산성본부 전문위원은 ”적당히 좋아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았다가 크게 후회할 수 있다“며 ”내가 정말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철저하게 분석하고 꾸준히 실력을 키워야 ’덕업일치‘를 실현할 수 있다“며 고 말했다.

▼“재미가 없다면 매일, 매일이 고통스러울 것 같다.”

동아일보와 취업정보 사이트 진학사 ‘캐치’가 이달 1~4일 진행한 ‘청년들의 신(新)성공법칙’ 설문조사에 참여한 젊은이들의 얘기다. 청년 452명에게 “당신이 직업이나 직장을 선택하는데 ‘재미’가 얼마나 중요하냐”고 물었더니 350명(77.4%)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매우 중요하다”고 응답한 사람도 130명(28.8%)이었다. “거의 중요하지 않다”거나 “중요하지 않다”고 답변한 청년(5.8%)은 극히 드물었다.

기성세대는 일과 재미를 분리했다. 하지만 요즘 청년들은 일에서 재미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 절박하리만큼 강하다. 직업에 대한 가치관 자체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기성세대에게 직업을 먹고 살기 위한 수단”이라며 “반면 청년세대는 행복이라는 가치를 얻기 위해 일을 하다보니 직업을 자아실현의 도구로 여긴다”고 말했다.

청년세대는 부모인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의 직장생활을 옆에서 지켜보며 자란 세대다. 자주 야근하는 아버지를 보며 직업을 가지면 회사에 오래 머물러야 한다는 사실을 부정하진 않지만 그 시간을 고통스럽게 보내기 싫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3년차 직장인 조모 씨(31)는 “직장엔 계속 있어야 하는데 일하는데 재미가 없으면 동기부여 자체가 안 된다”며 “즐겁게 일할 직장으로 이직하고 싶은 이유”라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이제 기업이 청년들에게 업무를 맡기는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이은형 국민대 경영학과 교수는 “신입사원이라도 작지만 의미가 있는 프로젝트를 맡긴 후 알아서 하도록 자율과 권한을 줘야 동기부여가 돼 즐겁게 일하게 되고 성과도 극대화 된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창간기획 ‘청년들의 신(新)성공법칙’ 특별취재팀은 기성세대와 달라진 새로운 꿈을 향해 달려가는 청년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대나무숲 e메일’(youngdream@donga.com)을 개설했다. 자신의 다짐을 비롯해 부모나 직장 상사, 정책담당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요구사항, 도움이 필요한 내용 등을 자유롭게 밝힐 수 있다.

특별취재팀
▽팀장 김윤종 정책사회부 차장 zozo@donga.com
▽김수연(정책사회부) 김도형 김재형(산업1부) 황성호(산업2부) 김형민(경제부) 최지선 기자(국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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