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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Law]<29>형집행정지는 '합법적 탈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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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환자·노부모 부양자 등에

인도적 처벌중단 조치지만

악용 많아 '합법 탈옥' 논란

서울경제


“내가 미쳤다고 범죄자들 우글거리는 감방에 갈 거 같아?” “이번에는 가게 될 거야. 내가 너 보내러 왔거든.”

KBS에서 방영 중인 드라마 ‘닥터 프리즈너’에서는 마약 소지 및 투약 혐의로 징역 3년형을 받고 구속된 재벌그룹 상무 이재환(박은석 분)이 호송차로 이송되던 중 고의로 교통사고를 내는 장면이 등장한다. 사전에 교도소 의료진과 공모해 사고로 부상을 입은 것처럼 위장해 징역형의 집행정지를 받아내겠다는 노림수다. 이 계획을 눈치 챈 의사 나이제(남궁민 분)가 현장에 먼저 도착해 예기치 않게 크게 다친 이재환에 대해 응급조치를 취하고 수술을 진행하면서 결국 수포로 돌아간다.

이재환이 출소 통로로 이용하려고 한 형집행정지는 징역형을 계속 살 경우 생명을 보전할 수 없을 정도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면 예외적으로 처벌을 멈출 수 있는 제도다. ‘심신의 장애가 회복될 때까지’ 취해지는 일종의 인도적 조치다. 수형자가 암 말기인 사실이 밝혀진다거나 임신 6개월 이상인 경우, 고령의 부모를 부양할 가족이 없는 상황 등이 해당한다. 지난 17일 옛 새누리당 공천 개입 혐의로 수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건강상의 이유로 형집행정지를 신청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사례 같지만 사회 고위층이나 부자들이 형집행정지를 악용한다는 논란은 주기적으로 불거졌다. 2004년 서울대병원 의사들과 서울구치소 간부들이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 등 재소자들로부터 돈을 받고 형집행정지를 도와주다 검찰에 적발됐다. 당시 정 전 회장의 주치의였던 서울대병원장은 대장암과 고혈압, 협심증 등 형집행정지 신청서에 부합하는 내용의 소견서를 써주고 사례비를 받아 챙겼다. 정 전 회장은 현재까지 해외 도피 중이다. ‘여대생 청부살인’ 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던 영남제분 회장 부인 윤길자씨도 형집행정지를 받아 논란이 됐다. 파킨슨병과 유방암 등을 주장했지만 역시 허위진단서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있는 자들의 합법탈옥’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물론 형집행정지가 현실에서 쉽게 받아들여지지는 않는다. 형집행정지를 위해서는 학계와 법조계, 의료계, 시민단체 인사로 구성되는 심의위원회에서 사유가 적절한지 확인받아야 한다. 심의위원회 심의결과는 관할 검찰청 검사장 판단의 참고자료로 활용된다. 검사장이 불허하면 석방은 불가능하다. 법무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형집행정지로 출소한 인원은 한해 평균 250명 미만이었다. /오지현기자 ohj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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