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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TV쇼 대통령에서 진짜 대통령으로…우크라이나 선거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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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풍자극 주연 젤렌스키 결선 승리

득표율 73%로 현직 대통령 24% 압도

정치경력 없지만 ‘반부패’ 메시지 먹혀

드라마 제목도 당명도 ‘인민의 봉사자’

러시아·정치안정·경제개발 등 과제 첩첩

“친러 반군과 민스크 협상 재시동” 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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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극장에서 평범한 시민이 청렴한 대통령으로 변신하는 과정을 연기한 코미디언이 진짜 대통령이 됐다.

21일 우크라이나 대선 결선에서 정치 경력이 전무한 연기자 출신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41)가 현직 대통령 페트로 포로셴코를 압도적 표차로 누르고 당선됐다. 22일 오후 5시(현지시각) 개표가 99.6% 진행된 가운데 우크라이나 선거관리위원회가 집계한 득표율 현황을 보면, 젤렌스키는 73.2%를 얻어 포로셴코 대통령(24.5%)의 3배에 이르는 득표율로 당선을 확정지었다.

지난달 31일 39명이 겨룬 1차 투표 결과 2위로 결선에 오른 포로셴코 대통령은 이번에 8%포인트가량 득표율을 올렸을 뿐이다. 반면 젤렌스키는 1차 때보다 43%포인트 많은 몰표를 받았다.

젤렌스키는 당선이 확실시된 21일 저녁 선거운동본부에서 지지자들에게 “여러분을 절대 실망시키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난 아직 공식 대통령이 아니지만 우크라이나 시민으로서 모든 옛 소비에트연방 국가들에게 말할 수 있다. 우리를 보라, 모든 게 가능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통적인 기득권 정치세력과 대부호, 엘리트 관료들이 독점해온 최고 정치권력을 서민이 선거로 거머쥘 수 있다는 메시지에는 진한 감동과 흥분이 묻어났다.

포로셴코 대통령은 “결과가 분명하다. 상대에게 축하할 만하다”며 패배를 인정했다. 그러나 반러 민족주의 정서가 지지 기반인 그는 “경험 없는 신출내기 대통령이 러시아의 영향권으로 회귀할 수 있다”며 쓴소리를 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를 비롯해 프랑스·독일·폴란드 등 유럽 국가들과 미국, 러시아 등 주요국 정부는 일제히 젤렌스키의 당선을 축하하는 메시지를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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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선거 결과는 기성 정치권의 무능과 부패에 물린 유권자들의 변화를 향한 열망이 젤렌스키의 친근한 카리스마 및 강력한 반부패 메시지와 맞아떨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비비시>(BBC) 방송은 젤렌스키의 예상을 뛰어넘는 압승에 “거대한 항의 투표처럼 느껴진다”고 짚었다.

젤렌스키는 2015년 인기를 끈 정치 풍자 드라마 <인민의 봉사자>에서 주연한 코미디언 출신 배우다. 이 드라마는 평범한 고교 교사가 정부의 부패를 비판하는 열변을 토한 동영상이 소셜미디어에서 폭발적 호응을 얻은 것을 계기로 그가 대통령에 오른다는 게 줄거리다. 시민들은 속 시원한 드라마에 열광했다. 젤렌스키는 이에 힘입어 진짜 대선을 불과 90일 앞두고 출마해 드라마를 현실로 바꾸는 이변을 연출했다. 그가 창당한 정당 이름도 ‘인민의 봉사자’다.

그러나 현실이 드라마 각본처럼 될지는 미지수다. 압도적 지지를 업고 등판한 그는 막대한 부채 문제를 해결하고, 2014년 우크라이나령 크림반도를 합병한 러시아 및 국내 친러 분리주의 세력과 맞서며 정치력을 입증해야 한다. 젤렌스키는 21일 기자회견에서 “민스크 협정과 관련해 (친러 세력과의) 대화에 다시 시동을 걸겠다”고 밝혔다. 정치범 석방과 건강보험 개혁도 약속했다. 민스크 협정은 2014년 친러 세력과 벌인 내전의 휴전 협정인데, 지금도 충돌이 이어지고 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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