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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월드피플]TV 깨고 나왔다…코미디언 대통령 젤렌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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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만난 운명의 드라마 '국민의 종'

"문제는 인사"…누구를 등용할지가 관건

뉴스1

우크라이나 대통령 당선이 확실시되고 있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 로이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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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흥행했던 드라마에서 '어쩌다' 대통령이 된 평범한 교사가 TV를 깨고 현실 세계로 나왔다. 동유럽 국가 우크라이나에서 대통령에 당선된 배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41) 얘기다.

2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공영 방송사 우크린폼에서 발표된 2차 대선 출구조사 결과를 보면, 젤렌스키는 73.2%의 득표율로 현직 대통령인 페트로 포로셴코(25.3%)를 압도적인 표차로 따돌렸다.

젤렌스키는 1978년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가 현지 언론과 했던 인터뷰 내용에 따르면, 아버지는 대학에서 인공두뇌학과 컴퓨팅 하드웨어를 가르치던 교수였고 어머니는 공학 기술자였다. 어릴 적 아버지를 따라 4년을 몽골에서 보내기도 했고 다시 우크라이나로 돌아와 키예프국립경제대학에서 법을 공부했다. 하지만 법조인의 길을 걷지는 않았다.

대신 코미디언의 길을 선택했다. 17살 때 팀을 결성해 코미디 대회에 출전하기 시작했고, 1997년에는 끝내 한 코미디 대회에서 우승을 거머쥐었다. 그가 속한 코미디언 팀은 동구권 전역을 돌아다니며 순회 공연을 하는 등 인기를 끌기도 했다. 이후 영화계에도 진출해 수 편의 코미디 영화로 필모그래피를 쌓으며 이름값을 높였다.

2015년에 젤렌스키는 운명의 드라마 '국민의 종'을 만났다. 여기서 그는 고등학교 역사 교사로 일하다가 반(反)부패 운동으로 소셜미디어(SNS) 스타가 된 뒤 끝내 대통령으로 선출되는 역할을 맡았고 드라마처럼 현실에서도 대통령에 도전장을 냈다.

젤렌스키는 TV 속에서처럼 '새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기존 정치인에게선 볼 수 없었던 신선함과 패기가 매력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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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이 확실하다는 소식에 환호하는 젤렌스키 © 로이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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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치 경험이 전무한 배우가 현실 세계 권력의 정점에 섰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는 결코 적지 않다. 아직 정계에서 그를 지지하는 세력이 형성되지 않았고, 의회에는 그에게 언제든 반기를 들 수 있는 포로셴코 대통령의 파벌들이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공약 이행을 위한 세부 계획도 부족하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해외 원조에 의존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경제 상황과 자국내 분리주의자들과의 계속되는 갈등도 그를 시험대에 서게 할 수 있는 위험 요소다.

유권자들은 젤렌스키가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동부 산업지대의 분리주의자들과의 내전을 끝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2014년부터 발생한 이 내전으로 1만3000여명이 죽고 사회·경제적으로 커다란 비용을 초래했다.

포로셴코 대통령은 젤렌스키가 이 사안과 관련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맞설 수 있는 무게감과 끈기가 없는 인물이라고 비난해왔다.

하지만 일각에선 젤렌스키가 자신이 정치적으로 '아웃사이더'라는 점을 십분 활용해 러시아와 정치적 협상을 타결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러시아 측은 서방 친화적인 포로셴코 대통령과는 절대 대화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해왔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정치 전문가 미콜라 다비듀크는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젤렌스키는 갈등 해결을 위해 외교적인 해결책을 찾고, 군사적 수단을 사용하는 것은 회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렁에 빠져있는 우크라이나 경제를 젤렌스키가 어떻게 이끌어갈지도 관건이다.

2014년 친러 정권을 축출한 뒤 우크라이나는 경제 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해 국제통화기금(IMF)로부터 175억달러를 빌렸다. 단기 외채도 태산이다. 우크라이나 투자은행 콩코드캐피털은 우크라이나가 3년 안에 200억달러의 부채를 갚아야 한다고 추산한다.

경제 성장률 또한 둔화되고 있어 젤렌스키의 위기 관리 능력에도 이목이 쏠린다.

젤렌스키의 주요 과제는 무엇보다 '인사'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젤렌스키는 과거 포로셴코 대통령 밑에서 재무장관으로 일했던 올렉산드르 다닐류크를 측근으로 두고 있지만, 그의 선거대책본부는 명확한 경제 발전 프로그램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다비듀크 분석가는 AFP 인터뷰에서 "신임 대통령의 최우선 과제는 군사도 아니고, 러시아와의 전쟁도 아닌 (참모)팀의 구성"이라면서 "누가 그의 비서실장이 될지, 누가 그의 대리인이 될지, 누가 핵심 요직을 꿰찰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past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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