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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트럼프 변호사 “러시아가 준 정보 받아도 문제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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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변호사 루디 줄리아니가 "대선 과정에서 러시아인들로부터 정보를 받아도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와 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2016년 뉴욕 트럼프 타워에서 러시아 측 인사들과 만나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에게 ‘타격을 줄 정보’를 받은 것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줄리아니는 21일(현지 시각) CNN ‘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언’에 출연해 "러시아인들로부터 정보를 얻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이런 정보 제공이 문제가 되는 것은 정보가 어떤 방식으로 주어졌느냐에 달려있다"고 했다. 트럼프 주니어와 쿠슈너가 만난 러시아인들이 선거 기부의 형식으로 클린턴에 대한 정보를 주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줄리아니는 그러나 ‘당신이 대선을 치르던 장본인이었다면 러시아인들로부터 이런 정보를 받았겠는가’라는 진행자 제이크 태퍼의 질문에는 "아마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트럼프 주니어와 쿠슈너가 이 문제를 놓고 내게 조언을 구했다면 ‘받지 말라’고 충고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러시아인들로부터 정보를 받는 것에 문제가 없다고 하지 않았는가’라고 되묻는 태퍼에 "정보를 받는 것이 범죄는 아니다"라며 "도덕적으로는 문제가 있을수 있겠지만 검사들은 도덕적인 사안을 문제 삼을 수 없다"고 했다.

줄리아니는 이날 NBC ‘밋 더 프레스’에도 출연해 비슷한 입장을 반복했다. 그는 ‘미국의 선거 진영들이 이젠 외국의 적들이 훔친 정보를 활용해도 괜찮은 것인가’라는 진행자 척 토드의 질문에 "훔친 정보에 따라 다르다"며 "언론도 기밀 정보를 훔쳐 보도하지 않느냐"고 반박했다.

조선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변호사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이 2019년 4월 21일 CNN ‘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언’에 출연해 발언하고 있다. /C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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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법은 연방 선거 기간 후보 진영이 외국의 개인으로부터 자금 또는 가치가 있는 무언가를 기부받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러시아의 2016년 미국 대선 개입 의혹을 수사한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도 최근 공개된 보고서에서 "미국은 민주적인 자치정부의 활동에서 외국 시민들의 참여를 제한해 미국의 정치 과정에 외국의 영향력이 미치는 것을 막을 의무가 있다"고 명시했다.

뮬러 특검은 보고서에서 ‘트럼프 타워 회동’과 관련해 확보한 증언들을 나열하고 "러시아 측이 제공한 정보가 연방법이 규정하는 ‘가치있는 무언가’로서 성립할 수 있다는 합리적인 주장이 가능하다"고 했다. 특검은 그러나 트럼프 진영이 이 같은 상황에서 고의로 연방법을 어겼다는 증거는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며 선거법 위반 여부를 결론 짓지 않았다.

줄리아니가 다소 문제적으로 읽힐 수 있는 발언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뮬러 특검의 수사가 종결되기 전인 지난해 8월에도 폭스뉴스 등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와의 공모(collusion)가 범죄가 되는지 모르겠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언뜻 보면 트럼프 대통령의 변호사인 그가 자진해서 트럼프 대통령의 죄를 시인한 듯 하지만, 사실 법적 용어의 차이를 노린 발언이다. ‘이익을 공유하는 여러 주체가 비밀리에 결탁·합의하는 행위’를 뜻하는 ‘collusion’은 불법적 모의·시도를 가리키는 형법상 범죄인 ‘conspiracy’보다 광범위하고 일상적으로 쓰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워터게이트 사건을 수사했던 닉 애커먼 전 검사는 "뮬러 특검의 과제는 심증만 안기는 ‘collusion’이 아니라 범죄인 ‘conspiracy’를 밝혀내는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박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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