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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압박에 도움의 손길도 '뚝'…더 고달파진 캐러밴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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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내 인심 흉흉해져 음식·차량·일자리 제공 끊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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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가기 위해 도보로 멕시코 고속도로 통과하는 캐러밴
[AP=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중미 국가의 폭력과 마약, 빈곤을 피해 미국으로 향하는 이민자 행렬(캐러밴·Caravan)의 여정이 더욱 고달파졌다.

캐러밴의 미국 유입을 막으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경유지인 멕시코를 압박하면서 멕시코 내 인심도 흉흉해져 도움의 손길이 뚝 끊긴 탓이다.

AP통신은 21일(현지시간) 캐러밴이 지나는 멕시코 치아파스주 마파스테펙에서 이민자들을 만나 굶주림과 피로에 시달리는 이들의 상황을 전했다.

2살 아들과 함께 미국행에 나선 온두라스 출신 마디손 멘도사(22)는 숙모의 조언으로 캐러밴에 합류했다. 숙모는 멕시코 곳곳의 사람들이 이민자들을 돕기 때문에 여정이 그리 힘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까지만 해도 온두라스,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등 중미 국가 출신 캐러밴이 멕시코를 종단할 때 멕시코 지방정부나 인근 교회, 주민들이 음식이나 거처를 제공하곤 했다.

지나던 트럭 운전사들은 도보에 지친 이민자들을 태워줬고, 이민자들의 여비 마련을 위해 임시 일자리를 주는 곳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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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치아파스주 지나는 캐러밴
[AP=연합뉴스]



그러나 쏟아지던 도움의 손길은 이제 말라버렸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멘도사는 "제일 힘든 것은 아이가 먹을 것을 달라고 조르는데 줄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라며 흐느꼈다.

운전자들에겐 허가 없이 이민자들을 태우면 벌금을 물린다는 경고가 내려졌다.

치아파스주 우익스틀라의 에이만 바스케스 목사는 이민자들을 범죄와 치안 불안의 원인으로 지목하는 반(反) 이민 발언들이 캐러밴을 향한 지원이 줄어든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AP에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진 차별과 외국인 혐오 움직임, 그리고 치아파스 치안 불안을 이민자 탓으로 돌리는 언론 탓에 도움이 끊긴 것"이라고 말했다.

온두라스 출신 헤오바니 비야누에바(51)는 "우리를 지치게 하려는 것이 정부의 전략인 것 같다"고 했다.

멕시코 내의 분위기 변화는 미국의 거세지는 압박과 무관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에 캐러밴을 막아 세우라고 촉구하며 무역 제재나 국경 폐쇄 가능성까지 경고했다.

교역의 대부분을 미국에 의존하고 있는 멕시코로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이 현실화할 경우 큰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미국 가는 길은 더 험해졌지만 이민자 행렬이 곧 끊길 것 같지는 않다.

폭력배들의 살해 위협을 피해 미국행을 결심했다는 비야누에바는 "살려고 떠났다. 절대로 돌아가진 않겠다"고 결연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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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울에서 목욕하고 빨래하는 중미 이민자들
[AP=연합뉴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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