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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달아오르는 넥슨 매각전-분리매각설에 가치 급등…최대 15~17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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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사 분리 매각설에 넥슨재팬의 소액 주주 문제 등 여러 변수로 인수를 위한 비용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넥슨 인수 후보자 셈법이 복잡해졌다.

현재 넥슨 적격인수후보(쇼트리스트)는 카카오, 텐센트, MBK파트너스, 베인캐피털 등과 해외 사모펀드(PEF) 1곳이다. 워낙 규모가 큰 거래인 만큼 독자 인수보다는 합종연횡을 통한 컨소시엄 구성이 승패를 좌우할 전망이다. 예비입찰은 단독 응찰을 원칙으로 했기 때문에 인수 후보 간 합종연횡이 더뎠지만 거래 과정에서 활발한 짝짓기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인수 후보들은 자금 마련에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반대로 김정주 NXC 대표는 넥슨 매각 가치를 최대한 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김 대표가 게임 분야만 분리 매각을 검토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넥슨 매각가치는 더욱 높아졌다. 일각에서는 넥슨을 인수하려면 15조원 이상 필요할 것으로 내다본다. 워낙 규모가 큰 거래인 데다 변수가 많다 보니 매각을 위한 본입찰이 당초 예정보다 늦춰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매경이코노미

넥슨이 신작을 선보이고 게임사업부문을 분리 매각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예상 인수금액이 오르고 있다. 당초 예상 매각가인 10조원보다 높은 15조~17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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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값 높이기 주력하는 넥슨

▷영업이익률 93% 네오플 분리매각?

김정주 대표가 NXC 지분을 매물로 내놓은 이후 넥슨은 성적이 부진한 게임을 정리하고 이를 대체할 신작을 내놓는 등 라인업 개편에 나섰다. 모바일 게임 ‘히트’나 ‘마스터 오브 이터니티’ 등 인기가 적은 게임 서비스를 종료하고 신작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올해 들어 ‘스피릿위시’ ‘린 : 더 라이트브링어’ ‘크레이지아케이드 BnB M’ 등 새 게임을 여럿 내놨다. 4월 18일에는 야심작 ‘트라하’를 선보인다. 개발 비용만 100억원 이상 투입된 대작이다. 사전예약자만 400만명 이상 모이는 등 정식 서비스 이전부터 소비자 사이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김정주 대표가 지분을 팔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이후 넥슨 주가는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다. 연초 1400~1500엔대를 기록하다 4월 들어서는 1700엔대에 거래되고 있다.

넥슨의 몸값 올리기 작업은 신작 발표로 끝나지 않는다. 게임사업부문을 분리해 매각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면서 매각 과정에서 변수로 떠올랐다. 김 대표가 게임 분야만 분리 매각에 나선다면 넥슨 인수 경쟁은 한층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게임과 직접적으로 관계없는 계열사까지 떠안아야 하는 부담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알짜 자회사인 네오플만 넥슨에서 분리해 따로 매각하는 방안이 거론되기도 한다. 네오플은 지난해 영업이익률 93%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운 넥슨 주요 계열사다. 연간 영업이익은 1조원을 훌쩍 넘긴다. 넥슨에서 가장 가치가 높은 계열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넥슨 그룹에서 네오플이 차지하는 절대적인 비중을 감안하면 네오플을 따로 매각했을 때 나머지 계열사의 가치가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넥슨이 신작에 열을 올리는 배경에는 네오플 외 다른 계열사 실적을 끌어올리고 게임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겠다는 의지가 자리한 것으로 보인다”며 “신작인 트라하 흥행 여부가 인수 가격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넥슨 매각 과정에서 발생한 또 다른 변수는 바로 넥슨재팬의 기타 주주 지분이다.

넥슨 지배구조는 이렇다. 김정주 회장 일가가 지주사 격인 NXC 지분 모두를 보유하고 있다. NXC는 넥슨재팬 지분(약 47%)을 갖고 있다. 즉, 새 인수자가 NXC가 보유한 넥슨재팬 지분을 모두 인수해도 53%에 해당하는 일본 기타 주주가 남는다.

특히 일본에는 상장사의 공개매수라는 독특한 규정이 있다. 상장기업 주식을 33% 이상 취득할 때에는 매각을 반대하는 주주 지분까지 사들여야 한다는 규정이다. 새로운 인수자는 NXC가 보유한 넥슨재팬 지분보다 더 많은 지분을 사들여야 할 가능성이 있다. 한 대형 증권사 게임 담당 애널리스트는 “넥슨재팬 주가 상승과 공개매수 제도로 인해 인수자가 사들여야 하는 지분가치에 경영 프리미엄 등을 감안하면 인수금액이 15조~17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며 “당초 예상 매각가인 10조원에 비해 훨씬 높다”고 설명했다.

즉, 넥슨을 인수하려면 예상했던 것보다 추가로 수조원 비용이 더 필요하다는 얘기다. 넥슨 인수 희망자들은 넥슨의 현금 자산 등을 이용하면 해결 가능한 문제라고 보고 있다. 넥슨의 현금성 자산은 약 40억달러(약 4조5000억원) 규모다. 그럼에도 넥슨 매각을 반대하는 주주가 얼마나 되느냐에 따라 비용 부담은 커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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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빠진 예비 후보

▷최대한 돈을 끌어모아라

넥슨 인수에 막대한 비용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인수 후보자들의 자금 확보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국내 주요 후보로 꼽히는 카카오와 넷마블은 현재 융통할 수 있는 보유 현금이 2조원 내외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넥슨 본입찰을 앞두고 인수 후보들은 자금 마련을 위해 총력을 펼치고 있다.

넷마블은 주주총회를 통해 주식예탁증서(DR) 발행 근거를 마련했다. 권영식 넷마블 대표는 DR 발행 근거 신설에 대해 “어떤 시점에 어떤 회사가 M&A 매물로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자금 조달을 하기 위한 준비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통상적으로 기업이 DR을 발행하는 이유는 해외 자본을 유치하기 위해서다. 게임업계는 넷마블의 DR 발행 근거 신설이 넥슨 인수를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DR 발행과 별도로 넷마블은 인수금액 상당 부분을 MBK파트너스에 의존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재 MBK 사정이 불안정하다는 점은 불안 요소다. MBK는 과거 유선방송 업체 딜라이브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많은 빚을 떠안았다. 딜라이브 지분을 되팔 마땅한 상대를 찾지 못했고 상환을 독촉하는 채권단을 설득해 가까스로 상환을 연기했다. 그런데 올해 7월에 또 만기가 돌아온다. 그때까지 딜라이브를 매각하지 않으면 상당히 곤경에 처할 수 있다. MBK가 마음 놓고 넷마블을 지원하기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넷마블이 자체적으로 대출을 일으켜 인수자금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소문도 제기된다.

카카오는 현금·현금성 자산을 1조2470억원 보유하고 있다. 단기 금융상품까지 더해도 2조1712억원에 그친다. 카카오도 외부 손을 빌릴 수밖에 없다. 카카오는 인터넷은행으로 연을 맺은 한국금융지주를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금융지주는 핵심 자회사인 한국투자증권을 통해 인수금융 혹은 발행어음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적격인수후보에 오른 베인캐피털 등 재무투자자에 손을 벌리는 방법도 거론된다.

자금 확보 못지않게 누가 텐센트를 우군으로 확보할 것인지도 관심사다. 텐센트는 최근 6조원 이상 회사채를 발행했다. 하지만 텐센트는 실탄 준비 차원이 아니냐는 해석을 경계하듯 ‘차환용’이라고 선을 그었다.

넥슨의 천문학적인 영업이익은 일반적인 국가가 아닌 규제가 강하고 정부 입김이 센 중국에서 발생한다. 10조원 넘는 돈을 주고 넥슨을 인수했는데 텐센트와 중국 정부 불화로 인해 ‘던전앤파이터’ 중국 서비스가 중단되면 그야말로 인수자 입장에서는 악몽이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넥슨 인수를 원하는 후보들이 텐센트와 연합을 바라는 이유는 자금 조달 문제도 있지만 중국 시장에서 정치적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함”이라며 “텐센트가 중간에 낀다면 중국 정부와의 완충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넥슨 매각 과정에서 어떤 형태로든 텐센트가 엮일 가능성이 높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강승태 기자 kangst@mk.co.kr, 김기진 기자 kjkim@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04호 (2019.04.17~2019.04.2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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