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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가 현실로…우크라 대선서 코미디언 압승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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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경험 없는 젤렌스키, 현직 대통령 눌러

부패 척결 드라마 주인공 진짜 대통령 눈앞

패한 포로셴코 "푸틴 영향권 돌아갈까 우려"

BBC "재벌 후원자와 관계 설정도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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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언 출신으로 21일(현지시간) 대선 결선투표에서 당선이 유력한 젤렌스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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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대선에서 정치 경험이 없는 코미디언이 대통령에 당선될 것이라는 출구 조사가 나왔다. 그것도 현직 대통령을 큰 표차로 누를 것으로 예측됐다. 드라마 속 대통령이 진짜 대통령이 되는 것이다.

21일(현지시간) 실시된 우크라이나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의 출구 조사에서 코미디언 출신 볼로디미르젤렌스키(41)가 70% 이상의 득표로 승리할 것으로 예측됐다고 BBC 등이 보도했다. 현직 대통령인 페트로 포로셴코는 25%가량을 얻을 것으로 나타났다. 출구 조사에서 격차가 크게 벌어지자 포로셴코 대통령은 패배를 인정했다.

젤렌스키는 2015년부터 방영된 정치풍자 드라마 ‘국민의 종'에서 주인공을 맡은 코미디언 출신 배우다. 부패한 정권을 비판한 고교 교사가 우연히 대통령이 된다는 내용이다. 극 중에서 대통령이 된 그는 부패한 정치인과 재벌을 개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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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조삭 결과 압승이 예상되자 젤렌스키가 부인과 즐거움을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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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제목처럼 국민의 종이라는 정당 소속으로 출마한 젤렌스키는 정치 경험이 없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이 점을 특히 강조했다. 기성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실망이 그에 대한 지지로 이어지면서 지난달 31일 1차 투표에서 일약 1위를 차지했다.

출구 조사가 발표된 이후 환호하는 지지자들에게 젤렌스키는 “결코 여러분을 실망하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그는 “내가 아직 공식 대통령은 아니지만, 우크라이나인으로서 모든 옛 소련 국가를 향해 ‘우리를 보라. 무엇이든 가능하다’고 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의 선택은 경험이 풍부한 정치인 대신 백지와 같은 코미디언을 뽑은 것이라고 BBC는 소개했다. 포로셴코 대통령은 패배를 수용하면서도 정계에서 은퇴하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출구 조사 발표 후 “이번 결과는 불확실성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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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에서 패한 포로셴코 대통령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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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러시아 정부 이후 집권했던 그는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동부 분리주의 반군과 전투를 벌여왔다. 포로셴코는 트위터에 “경험이 없는 새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의 영향력 궤도로 재빨리 돌아갈 수 있다"고 적었다. 젤렌스키가 직면할 국정 현안이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젤레스키는 선거 공약에서 5년째 이어지고 있는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의 반군과 정부군 간 무력분쟁을 종식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이 되면 반군을 지원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담판을 벌이겠다고 했다. 21일에도 그는 반군과의 평화 회담을 재개하겠다고 했다.

지난 2014년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일어나 친러시아 성향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물러났다. 같은 해 5월 대선에서 포로셴코가 당선됐다. 그는 러시아에 병합된 크림반도와 친러시아 반군이 장악한 돈바스 지역을 되찾고,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부패를 척결도 약속했다. 하지만 공약은 지켜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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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러시아성향 반군과 교전이 벌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경계를 서고 있는 군인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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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디언에 따르면 선거 한 달 전 포로셴코의 사업 파트너였다가 국방위원회 부의장인 글라드코브스키의 아들이 러시아에서 밀수한 부품을 우크라이나 방산업체에 매우 비싼 가격에 판매한 의혹이 불거졌다. 젤렌스키에 대한 유권자의 지지는 대통령 측근 고위 인사 아들의 방산 비리가 터져 나오자 급등했다.

젤렌스키에 대해 국민의 기대가 크지만, 정치 경력이 없다는 게 약점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그의 ‘재벌 후원자’에 해당하는 콜로모이스키와의 긴밀한 관계를 우려하는 이들이 많다. 그가 재벌의 영향력을 극복하고 푸틴에게 제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BBC는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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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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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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