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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장외집회 나선 황교안 “문재인은 김정은 대변인” 공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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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문 대통령 vs 보수 황교안

강한 야당 지도자 다지기 분석

청와대 “공당 대표가 할말이냐”

민주당 “극렬극우만 대변하나”

중앙일보

황교안 대표(가운데)와 나경원 원내대표 등 자유한국당 의원과 당직자, 당원 등이 지난 20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문재인 정부를 규탄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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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자유한국당의 대정부 규탄 집회는 황교안 체제 후 처음 열린 장외 투쟁이었다. 집회 명칭은 ‘문재인 STOP! 국민이 심판합니다!’였다.

이날 짙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온 황 대표는 시작부터 “문재인 대통령은 민주주의를 외치면서 자유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좌파천국을 만들어 놓았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어 “북한은 우리를 핵으로 위협하는데, 우리 대통령은 대북제재를 풀어달라며 사방팔방 돌아다닌다. 외교는 전혀 보이지 않고 김정은 대변인 역할만 하고 있다. 이거 대한민국 대통령 맞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광화문에서 시작해 청와대 앞까지 가두시위를 한 황 대표는 “오늘 우리의 투쟁은 문재인 좌파독재를 막기 위한 대장정의 첫걸음”이라고 선언하며 집회를 마무리했다.

당초 이날 집회의 직접적 명분은 이미선 헌법재판관 임명 강행이었다. 그러다 19일 황 대표가 페이스북에 “이제 말로 하지 않겠다. 행동으로 하겠다. 문재인 대통령과 끝까지 싸우겠다”며 전의를 드러내면서 강경노선 쪽으로 무게를 실었다는 평가다.

황 대표는 특히 이 글에서 “저도 속았고, 우리 당도 속았다”라고 했는데 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08년 3월 한나라당 총선 공천에 반발하며 한 “저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는 말을 연상시켰다.

때문에 황 대표가 이번 장외 투쟁을 주도하면서 ‘강한 야당 지도자’의 이미지를 다지려 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이와 관련 황 대표 측 관계자는 21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황 대표가 이미 보수 대표 주자로서 어느 정도 입지가 형성됐기에 이제는 타깃을 문재인 대통령으로 하려 한다”며 “이에 따라 자연스레 진보 문재인 대통령 vs 보수 황교안의 ‘1:1 구도’가 만들어지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하지만 황 대표가 “문재인은 김정은 대변인” “종북 굴종 외교” 등의 발언을 내자 민주당은 물론 청와대까지 나서 강한 유감을 표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21일 일부 기자들과 만나 “구시대적 색깔론으로 과거에 사로잡힌 모습에 개탄을 금치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또한 “공당 대표의 발언인지 의심이 된다”며 “정략정치의 장(場)인 거리가 아니라 민생의 전당인 국회에서 본분을 다하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했다.

민주당 이재정 대변인도 논평을 내 “황 대표는 어째서 제1야당의 책임감은 내동댕이치고, 태극기 극렬극우세력과 토착 왜구 옹호세력의 대변인 역할만 하고 있는가”고 꼬집었다.

황 대표의 강경노선엔 한국당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원은 “‘5·18 망언’ 관련 징계가 솜방망이 처벌이라고 비판받는 상황에서, 굳이 토요일에 집회를 열어 태극기 부대와 한국당이 함께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했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정치학)는 “한국당이 강하게 말할수록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되는 건 최근 여러 차례 확인됐다”면서도 “다만 한국당이 박스권 지지율을 깨기 위해선 집토끼 공략만으론 한계가 있다. 중도확장으로 방향을 선회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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