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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폴 바셋처럼…WBC 스타 된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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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연씨 한국인으론 처음 우승

소비자 응대하듯 독특한 시연

심사위원들 “힙하다” 높은 점수

전씨 “산지 농부와 협업이 중요”

중앙일보

지난 14일 열린 월드바리스타챔피언십에서 설명 중인 전주연씨(오른쪽). [사진 라니 후앙 W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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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함을 깼다.”

지난 11~14일(현지 시간)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월드바리스타챔피언십(WBC)에서 1위를 차지한 전주연(32)씨는 이렇게 말했다. 지난 17일 미국 뉴욕에 머무는 동안 중앙일보와 전화 인터뷰를 한 전씨는 “인테리어 연출부터 프리젠테이션 주제, 심사위원과 커뮤니케이션 등을 파격적으로 꾸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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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스타 전주연이 지난 14일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월드바리스타챔피언십에서 프리젠테이션을 하고 있다. [사진 라니 후앙 W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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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테이블을 택해 심사위원들이 테이블에 걸터앉아 자신과 마주 볼 수 있도록 했다. 선수와 심사위원이 아니라 바리스타가 소비자를 응대하는 것처럼 구성했다. 심사위원들은 ‘이전까지 볼 수 없었던 시연’이라며 ‘센세이셔널하다’ ‘힙(Hip)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올해 20회째인 WBC엔 각국에서 예선을 거친 55개국 국가대표 바리스타가 경합했다. 예선까지 약 3000명이 참여했다. 상금은 없는 대회지만 여기서 바리스타가 얻는 명예는 크다.

2002년부터 WBC에 참가한 한국이 우승을 차지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커피 업계는 “한 명의 바리스타 덕에 한국 커피의 위상이 올랐다”고 기뻐하고 있다. 우종호 한국커피품평협회장은 “모든 게 영어로 진행되는 대회에서 우승했다는 게 더 의미 있다. 한국 바리스타의 수준이 여러 면에서 세계적 수준에 도달했다는 점을 증명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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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스타 전주연이 지난 14일(현지 시간)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월드바리스타챔피언십에서 커피를 내리고 있다. [사진 라니 후앙 W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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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는 단순히 커피를 잘 뽑는 사람을 가리는 대회가 아니다. 심사위원 5명에게 에스프레소·밀크음료·첨가음료 등의 커피를 각 4잔씩 제공하며 ‘나의 커피 철학’을 15분 이내에 설명해야 한다. 이런 과정을 예선·준결승·결승 세 번 거친다. 지난해 한국 대표로 참가해 14위에 그친 전씨는 올해는 ‘탄수화물이 커피의 향미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주제를 들고 재도전했다.

전씨는 “탄수화물은 커피의 단맛을 결정하는 요소다. 그만큼 밸런스가 중요하다”며 “생소한 주제라 그런지 심사위원들도 집중해서 들었다”고 말했다. 탄수화물이 풍부한 콜롬비아 라팔마 엘 투칸 농장의 ‘씨드라’ 품종을 선보인 것도 적중했다. 말린 자두와 말린 포도 향이 나는 풍미가 좋은 커피로 지난해 산지를 방문해 직접 테이스팅했다.

WBC로 가장 유명해진 바리스타는 2003년 우승한 폴 바셋(호주)이다. 매일유업은 폴 바셋과 로열티 계약을 맺어 한국에 카페 전문점 ‘폴 바셋’을 냈다. 현재는 폴 바셋이 우승할 당시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대회 위상이 높아졌다.

그럼 폴 바셋처럼 ‘전주연’ 카페가 생겨날까. 전씨는 “그렇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스페셜티 커피를 하는 사람은 개인이나 소속 카페의 수익보단 산지 농부와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농부는 좋은 커피를 생산해 제값을 받고, 바리스타는 농부로부터 좋은 생두를 얻는 게 목적”이라며 “앞으로도 개인 브랜드 카페보다는 산지 농부와 협업에 더 열중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전씨는 지난해 런던 대회에 나가기 전 두 달 정도 어학연수를 했다. 한국 밖에서 공부한 건 그게 전부다. 전씨는 “많은 사람이 보는 가운데 영어로 프레젠테이션하는 게 가장 어려웠지만, 한국에서 많이 준비해간 덕에 무리 없이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전씨는 대학 2학년 시절 카페 ‘알바’로 커피에 입문해 월드챔피언십 우승을 거머쥐며 십여년 만에 ‘거위의 꿈’을 이뤘다. 졸업 후 부산의 스페셜티 커피전문점 모모스 창업 멤버로 합류해 스페셜티 커피라는 한 우물만 팠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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