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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미제라블도 구하라" 노트르담 화재에 노란조끼 시위 재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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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 재벌·대기업 노트르담 대성당 복원 거액 기부 행렬에 '분노'

"가난한 시민에게도 관심 가져라" 촉구…돌과 최루가스 오가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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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현지시간) 프랑스 보르도에서 '노란 조끼' 시위대가 '우리 모두 노트르담 드 파리다'라는 현수막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 이후 재벌과 대기업들이 잇따라 성당 복원을 위해 거액을 기부하겠다고 나서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노란 조끼' 시위에 새로운 불을 붙인 셈이 됐다고 주요 언론들이 전했다.

2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가디언 등에 따르면 노트르담 대성당이 지난 15일 화재로 첨탑이 무너지고 목재 지붕이 불에 타는 등 큰 피해를 보자 현지 재벌과 대기업들은 잇따라 성당 복원을 위해 거액을 내놓겠다고 나섰다. 이들이 약속한 기부금은 총 10억 유로(약 1조3천억원)에 이른다.

이에 토요일인 지난 20일 파리를 비롯한 프랑스 전역에서 23주째 이어진 노란 조끼 시위에서는 기업가들이 성당 복원을 위해 거액을 기꺼이 내놓는 것은 '위선'이라는 분노의 목소리가 쏟아졌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이들 기업가는 저임금에 시달리며 겨우 생계를 이어나가는 노동자 계층의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동시에 프랑스 정부에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한 시민들에게도 관심을 가져달라는 호소가 이어졌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이날 시위에는 파리 9천명을 비롯해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가 발생하기 전인 지난주 토요일 시위 때보다 많은 2만7천900명이 참여했다.

시위 참가자들은 "우리 모두가 대성당이다", "노트르담에는 수백만(유로)을, 가난한 자들에게는 무엇을?", "노트르담에는 모든 것을, 레미제라블에게는 아무 것도 없다" 등의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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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현지시간) 프랑스 마르세유에서 열린 '노란 조끼' 시위에서 한 시위자가 "빅토르 위고는 노트르담을 구할 준비가 된 모든 관대한 기부자들에게 감사한다. 그리고 그는 그들이 레미제라블에게도 똑같이 하기를 제안한다"라고 쓰인 표지를 촬영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빅토르 위고는 노트르담을 구할 준비가 된 모든 관대한 기부자들에게 감사해하고, 그들이 레미제라블에게도 똑같이 하기를 제안한다"라는 표지도 등장했다.

노트르담 대성당을 무대로 한 고전 '노트르담의 꼽추'(Notre-Dame de Paris·노트르담 드 파리)를 쓴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또 다른 명작 '레미제라블'(Les Miserables)을 빗대 가난한 시민들에 대한 관심과 대책을 촉구한 것이다.

'레미제라블'은 프랑스어로 '비참한 사람들' 등을 뜻하는 말로, 이 소설은 19세기 프랑스를 배경으로 가난한 민중들의 비참한 삶을 보여주고 있다.

시위대는 또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성당을 5년 내 재건하겠다고 한 것도 높은 세금과 경제적 불평등 등 그동안 시위대가 제기한 불만을 최우선으로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증거라고 비난했다.

이번 시위에서는 "노트르담 화재는 모두에게 힘든 일이지만 이것은 (시위에) 다시 불을 붙였다", "노트르담에서 발생한 일은 비극이지만 사람이 석조로 된 것보다 더 중요한 취급을 받아야 한다", "나도 좀 봐달라, 나 역시 도움이 필요하다!" 등의 비판과 호소가 쏟아졌다.

이날 파리 집회에서는 일부 시위대가 경찰을 향해 돌을 던지고 바리케이드에 불을 놓는 등 폭력 행위가 벌어지기도 했으며, 경찰은 최루가스 등으로 대응하고 200여명을 구금했다.

k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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