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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하반기” “내년에도 험난”…성장률 회복 전망 누가 맞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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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경기 ‘진단과 전망’ 논쟁

낙관하는 한은·정부

한은 “2분기부터 수출 부진 완화”

추경 빼도 하반기 2.7% 성장 전망

정부도 연간 2.6~2.7% 기대 여전

우려하는 민간연구기관

LG경제연 “하반기도 어려운 상황”

추경 효과 0.1%p 포함하고도

하반기 2.4%·연간 2.3%로 낮춰

차이는 반도체·세계경제 진단 다른 탓

한은 “세계경제 소비 증가세 유지

반도체 수출, 하반기 갈수록 회복”

LG “세계경제 내년까지 계속 하향

반도체 부진으로 국내 영향 증폭”

한쪽선 “각국 ‘응전’ 수준이 변수”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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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경제가 하반기부터 점차 회복 추세를 보일 것이다”(한국은행·기획재정부) vs “하반기에도, 내년에도 회복세로 돌아서기 어려울 것이다”(엘지(LG)경제연구원·현대경제연구원)

올해 성장률과 대내외 경기국면 판단 등을 둘러싸고 ‘진단과 전망’ 논쟁이 일고 있다. 지난 18일 한국은행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5%로 0.1%포인트 낮추면서도 “하반기부터 회복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엘지경제연구원은 21일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5%(2018년 9월)에서 2.3%로 낮추고 “내년에도 회복세로 돌아서기 어려울 전망”이라고 밝혔다. 특히 한은 전망치에는 정부가 편성중인 추가경정예산(6조~7조원 예상) 효과가 빠져 있는 반면, 엘지경제연구원에는 추경효과가 반영돼 있다. 만약 한은 전망에 추경효과가 포함되면 성장률이 더 높게 잡힐 수 있는 터라 한은과 엘지경제연구원의 수정 전망 격차는 사실상 0.2%포인트보다 더 커지게 된다.

또다른 민간 경제연구소인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달 말에 제시한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2.5%다. 그러나 현대경제연구원은 “정부 소비와 투자가 성장률을 지탱하고 있지만 수출 경기에 영향을 미치는 글로벌 경기둔화 가속화 및 국내 내수경기 하방리스크가 해소될 기미가 요원하다”며 “특히 중국 및 인접한 아세안 국가의 동반 경기둔화 리스크가 국내 수출부진 우려를 심화시키고 있어 성장률에서 의미있는 반등이 나오기 힘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정부는 지난해 말 ‘경제정책방향’에서 제시한 올해 성장률 목표치인 2.6∼2.7%가 여전히 달성 가능하다고 여기는 분위기다. 지난 10일 국제통화기금(IMF)이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경제 하방 압력을 반영해 주요국 성장률을 하향 조정하면서도 한국 성장률은 2.6%로 기존 전망을 유지하면서 더 고무된 모습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2일 “올해 우리 경제가 하반기부터 성장 모멘텀이 개선되고 내년부터는 성장세 반전도 이뤄질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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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한은과 민간경제연구소 모두 지난 1분기 수출·투자 흐름이 당초 예상보다 더 부진했다는 진단에는 일치한다. 양쪽의 전망 차이는 ‘올 하반기 성장률’에 있다. 제시된 하반기 성장률은 한은 2.7%, 엘지 2.4%, 현대 2.5%다. 한은은 “2분기부터는 정부 재정지출 확대가 예상되고 수출 부진도 완화되면서 잠재성장률 수준의 완만한 성장세 회복”을 기대한다. 하지만 엘지경제연구원은 “2017년 6월을 (경기변동 순환사이클상) 경기 정점으로 볼 때 하향국면이 2년 가까이 지속됐지만 대내외 수요가 전반적으로 위축되면서 국내 경기는 올 하반기에도 어려운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며 “6조~7조원 규모의 정부 추경이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효과는 0.1%포인트 수준으로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쪽의 전망이 엇갈리는 것은 반도체 업황 개선 여부와 세계경제 회복세에 대한 서로 다른 진단 때문이다. 한은은 “올 하반기로 가면서 반도체 등을 중심으로 상품 수출이 점차 회복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상저하고’(상반기 2.3%, 하반기 2.7%) 패턴을 제시했다. 반면 엘지경제연구원은 세계경기 둔화가 반도체 수출 부진을 통해 국내경기에 ‘증폭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세계경제 동향에 대한 엇갈린 견해는 미국·중국경제 흐름에 대한 시각 차이와 연결돼 있다. 엘지경제연구원은 “세계경제는 경기추진력 부재가 경제주체들의 실망감으로 이어지면서 하반기 중 본격 하락국면에 접어들 것이고, 반등 모멘텀이 없어 하향국면이 최소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한은은 “미국경제의 성장모멘텀이 약화된 모습이지만 양호한 고용상황과 소득여건에 힘입어 경기확장 국면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 경제와 세계경제 모두 이미 2017년 6월 무렵 경기변동 사이클상 확장기 정점을 찍고 현재 수축기에 들어서 있다는 건 통계청과 국제통화기금이 거의 확정적으로 언급하고 있는 팩트다. 2000년대 이후 경기 하강국면은 평균 1년 6개월 가량 지속됐다. 한은·정부가 대체로 순환주기상 올 상반기에 바닥을 찍을 것으로 보는 몇 가지 근거 중 하나다. 하지만 엘지경제연구원은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작년 4월 이후 11개월 연속 떨어지면서 1997년 구제금융사태 때의 12개월 연속 하락 기록에 근접하고 있다”며 “이번 경기하향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가파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간경제연구소가 과도하게 우울한 전망을 내놓은 게 아니냐는 질문에 한 민간경제연구소 거시분석가는 “경험적으로 볼 때 정부·한은, 그리고 투자은행(IB) 쪽은 장래 경기 전망을 가급적 긍정적으로 보려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물론 어느 쪽 전망이 보다 정확했는지는 오직 사후적으로 확인될 수 있을 뿐이다. 나아가 실물경기 부진에 대응해 재정·통화정책을 통해 경기부양에 나서는 각국 정부의 ‘응전’도 향후 경기 전망에 함께 고려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가계·기업 등 경제주체들이 현재와 장래 경제활동을 선택·판단·행동할 때 경제전문기관의 경기전망에도 의존하다는 점에서 보다 정확한 ‘최선의 전망’은 매우 중요하다. 전망 그 자체가 실물·금융경제 자체를 변동시키는 힘으로도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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