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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루가는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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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국내 수족관 9마리 벨루가, 우리가 그들을 러시아로 돌려보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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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 짓는 듯한 얼굴로 물속을 유영하는 흰고래, 벨루가는 신비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동물입니다. 그래서인지 국내 수족관에서 가장 인기 있는 동물이기도 합니다. 벨루가가 한국에 처음 들어온 해는 2012년입니다. 여수세계박람회를 ‘기념’하는 동물이었죠. 명목상의 목적은 멸종위기종인 벨루가의 종 보전 및 해양 생태 수호를 연구였지만, 당시 3마리 벨루가들은 여수세계박람회의 마스코트처럼 여겨지며 하루에 2만 명 이상 관객들의 구경거리였습니다. 벨루가의 인기가 치솟으며 아쿠아플라넷 여수에 이어 거제씨월드,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에서도 벨루가를 들여왔습니다. 국내 도입된 벨루가 총 10마리 가운데 1마리는 폐사하고 현재 9마리가 남았습니다.

지난 15일, 동물단체 6곳(동물권행동 카라, 동물해방물결, 시민환경연구소, 핫핑크돌핀스. 환경보건시민센터,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은 이들 9마리를 러시아로 돌려보내 주자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러시아 정부가 연해주 앞바다 ‘고래 감옥’에 억류된 벨루가 87마리, 범고래 11마리를 야생으로 돌려보내겠다고 발표한 데 따른 것인데요. 한국에 있는 벨루가들도 러시아로 돌려보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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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과 함께 바다로


국내 수족관에 있는 벨루가 9마리는 러시아 고래 감옥에서 구출되는 87마리 벨루가와 같은 바다에서 온 고향의 친구들입니다. 벨루가는 사회적인 동물입니다. 벨루가는 ‘바다의 카나리아’라는 별명을 가질 정도로 다양한 소리를 활용해 서로 의사소통하는 동물이기도 합니다. 호기심이 많고 사교적이어서 바다에서 보트나 카약을 타고 벨루가를 관찰하는 사람들에게 장난을 치기도 하는데, 이런 성격이 인간 친화적이라 생각해 사람들은 벨루가를 붙잡아 가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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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수족관은 벨루가가 살기 좋은 환경일까요?


수족관은 벨루가가 살아온 야생과 전혀 다른 공간입니다. 세 수족관에서 벨루가들이 머무는 수조는 거제씨월드는 6m, 아쿠플라넷 여수와 롯데월드아쿠아리움은 7m에 불과합니다. 다 자란 벨루가의 몸길이는 3.5~5m가량입니다. 최대 수심 7m 수조란 몸을 겨우 쭉 펼 수 있는 수준인 거죠. 야생의 벨루가는 수심 20~40m 사이에서 먹이 활동을 하고, 깊은 곳을 찾아 들어갈 때는 700m까지 내려가기도 합니다. 특히 공포나 위협을 느낄 때, 휴식을 취하고 싶을 때 수심 깊은 곳까지 내려가는 특징이 있는데, 수조에서의 삶은 그것을 불가능하게 합니다. 야생에서는 수평 이동 범위도 넓습니다. 벨루가들은 봄이 되면 차가운 바다에서 강어귀까지 이동할 정도로 먼 거리를 움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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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족관에서 만난 벨루가는 신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할까요?


황현진 대표는 “9마리 모두에게서 이상행동을 발견했다”고 말했습니다. 수족관에서 본 벨루가들은 계속 벽을 바라보고 있거나 행동 풍부화를 위해 넣어준 사람 장난감인 공 등을 1시간이고 2시간이고 계속 돌리는 등의 정형 행동을 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야생에서 전혀 하지 않는, 사람에게 먹이를 받아먹거나 사람과 직접 접촉하는 활동에 매일 반복해서 동원되기도 합니다. 아쿠아플라넷 여수에서는 매일 3차례 생태설명회와 먹이 주기 시범을 보입니다. 거제씨월드의 경우 체험, 교육, 치유를 내세우며 벨루가와 입 맞추기, 먹이주기, 물속 함께 들어가서 만지기 등의 프로그램을 하루 6차례 운영합니다. 야생에서 하지 않는 인위적인 행위에 동원되는 일상이 반복되는데, 사람으로 치면 8~9살의 지능을 가진 벨루가가 정상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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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류의 수족관 전시 및 공연 금지는 세계적인 추세


동물단체들에 따르면 살아 있는 고래의 전시를 허락하지 않는 나라는 10개국에 달한다고 합니다. 캐나다는 최근 고래와 돌고래 등 모든 고래류의 번식과 사육을 금지하는 형법 개정안 통과 절차 중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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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족관에서 벨루가를 만나는 것이 교육적일까요?


수족관에 갇힌 동물들이 사람에게 어떤 정서적 함양을 도모하는지, 교육적 효과를 유발하는지에 대한 과학적 근거는 없습니다. 황현진 대표는 “아이들에게 해양 생태를 알려주고 싶다면 수족관에서 직접 보는 것보다 야생에서의 특징이 잘 나타난 도감이나 다큐멘터리를 보여주는 것이 훨씬 도움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미국 동물복지연구소(Animal Welfare Institute) 나오미 로즈 박사는 “대부분 국가의 법과 국제적 조약이 교육 및 보전 목적으로 포획을 허용하지만, 이러한 포획의 일차적 목적은 오락 및 상업적 이윤”이라며 “이 아름다운 동물을 콘크리트 수조에 가두고 트라우마를 주고 공연·전시에 동원하는 게 어떤 점에서 교육적이란 말인가”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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