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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계시로 대선 출마? '대만판 트럼프' 궈타이밍 폭스콘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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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제품 조립 '폭스콘' 창립자로 여론조사서 차이잉원 총통 앞서

다만 궈타이밍 출마변 '여신 현몽'에 "신 아닌 국민 봐라" 비판 확산

친중성향 부호···대만 대륙위 "폭스콘 내부에 공산당 지부" 공세

"삼성 타도가 평생 목표"라고 밝히는 등 반한 발언도 서슴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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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 마쭈(女+馬祖·도교 신앙 속 여신)가 대만의 젊은이를 위해 일을 하라고 현몽했다.”

애플의 최대 협력업체로 잘 알려진 폭스콘의 창업자 궈타이밍(69) 훙하이정밀공업 회장은 대만 총통직 도전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히며 이렇게 말했다. 그러나 신앙심이 깊은 대만 사회를 고려한 듯한 그의 ‘신의 계시’ 발언은 뜻밖에 젊은이들 사이에서 거부감을 확산시키고 있다.

궈 회장의 발언은 지난 17일 출마의사를 밝히기 전 고향인 신베이시에 있는 유명 도쿄 사당 츠후이궁과 우성궁 등 2곳을 참배한 후에 나왔다. 그가 언급한 여신인 마쭈는 중국 연안부 등지에서 항해의 수호신으로 추앙되고 있다. 대만인에게도 수호신으로 사랑받고 있으며 각지에 사당이 있다.

그러나 이 발언이 보도되자 대만 소셜미디어(SNS)에는 “민주주의에서 ‘왕권신수’로의 역행”이라거나 “점괘에 의지하는 후보에게 투표하지 않겠다”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현지 언론도 지식인들의 비판적인 의견을 전하는 보도를 쏟아냈으며 차이 총통도 즉각 “신에게 물을게 아니라 얼굴을 국민에게로 향해야 한다”며 비판에 가세했다.

궈 회장은 외성인(外省人·1949년을 전후해 장제스 국민당 정권과 함께 중국에서 대만으로 건너온 한족) 2세대로 중국해사상업전문대학(타이베이해양과기대학의 전신)을 졸업했으며 20대 중반인 1974년 10만 대만달러(약 367만원)로 훙하이플라스틱회사를 설립했다. 특히 자회사인 폭스콘은 1988년 중국 광둥성 선전에 진출한 이후 휼렛패커드·IBM·애플 등의 제품을 조립·생산하면서 급격하게 성장했다. 애플 아이폰의 최대 제조업체이고, 화웨이 등 중국 업체들 제품도 만들고 있다.

사업의 확장을 통해 궈 회장은 대만 최고 부호로 등극했다. 지난 16일 기준 77억달러(약 8조7,500억원)의 재산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미 경제전문지 포브스 기준으로 전 세계 206위 부자로 올라있다. 이에 그가 대선 출마 의사를 밝히자 ‘부동산 재벌’ 출신인 트럼프 미 대통령처럼 ‘대만판 트럼프’가 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렸다. 그는 대선 출마 선언식은 물론 각종 행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처럼 국기가 그려진 모자를 종종 쓰고 나와 트럼프를 벤치마킹 한 것이 아니냐는 평가를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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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언론들은 기업가인 궈 회장의 대선 출마 선언으로 차기 총통 선거의 판세는 한층 더 복잡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지금까지 대만에서는 여당인 민진당의 차이 총통과 라이칭더 전 행정원장, 국민당의 한 시장, 무소속 커원저 타이베이 시장이 차기 총통 자리를 놓고 4파전 양상을 보여왔지만 최근의 여론조사에서 궈 회장이 높은 지지율을 받아 차기 총통 선거에서 ‘돌풍의 핵’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17일 실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궈 회장은 차잉잉원 총통과의 가상 양자대결에서 50.2%로 27.1%에 그친 차이 총통을 크게 앞섰고, 라이칭더 전 행정원장과의 가상대결에서도 42.6% 대 33.6%의 지지율로 우세했다. 대만 빈과일보는 차이 총통과 라이 전 원장이 궈 회장에게 각각 23.1%포인트와 9%포인트 뒤지는 것으로 조사돼 궈 회장의 상대로는 역부족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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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궈 회장이 중국 본토를 기반으로 사업을 키워온 ‘친중 성향 인사’라는 점은 그의 대선 행보에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대만은 ‘하나의 중국’을 외치는 중국 본토로부터 분리 독립을 강력하게 요구하며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폭스콘 그룹에는 2001년 12월15일부터 2017년 9월까지 공산당 지부가 설치됐으며 등록된 당원도 3만여명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만의 중국 담당 부처인 대륙위원회의는 궈 회장의 대선 출마 이후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 폭스콘 내부에 ‘중국공산당 지부’가 설치돼 있다고 강조하며 공세에 나서기도 했다.

또 궈 회장은 삼성전자를 겨냥한 반한(反韓) 발언을 서슴지 않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는 2010년 훙하이 계열사인 치메이가 삼성전자로부터 가격담합 혐의로 고발당해 유럽연합(EU)로부터 3억 유로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뒤 “경쟁자의 등 뒤에 칼을 꽂는 소인배”라고 비난하며 ‘삼성 타도’가 자신의 평생 목표라고 밝힌 적이 있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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