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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봄날, 벚꽃, 그리고 와인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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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신지민의 찌질한 와인

5. 와인페어에 가보자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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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1시30분, 순대와 샌드위치, 치즈 등 와인 안주들을 챙긴다. 낮 12시, 와인페어가 시작되는 시간이다. 몇 안 되는 테이블을 사수하기 위해 달려간다. 테이블 위에 안주를 깔아놓고 무제한으로 제공되는 와인을 즐긴다. 행사가 끝나는 시간까지, 취하지 않고 쭉!

물론 이건 희망사항일 뿐이다. 지금까지 한번도 테이블을 잡아보지 못했다. 테이블은 나보다 훨씬 부지런한 사람들의 것이었고, “자리 있나요?” 물어보며 근처를 얼쩡거려봤자 쉽게 빈자리는 나지 않았다. 돗자리를 챙겨 온 사람들도 있는 것을 보며 ‘나는 아직 멀었구나’ 하고 생각했다. 한 손엔 와인잔을, 한 손엔 가방을 들고 28개의 부스를 돌아다니며 와인을 마시다보니 다리가 아파 금방 지쳤다. 안주 없이 술을 마시려니 속도 쓰렸다. 결국 난 찌질하게도, 호주머니에 초콜릿이나 치즈를 넣어놓고 다니며 마시기도 했다.

봄이 되면 와인페어에 간다. 와인페어는 다양한 와인을 무제한으로 시음하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구매도 할 수 있는 행사다. 주전부리를 즐길 수 있는 푸드트럭도 있고, 버스킹 공연도 펼쳐진다.

여러 와인페어가 있지만 나는 매번 4월에 열리는 행사를 선택한다. 벚꽃을 보면서 와인을 마실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입장료 3만원(예약 시 2만 5천원)에는 리델 와인잔을 주는 것은 물론 조각 피자 교환권까지 포함돼 있다. 올해부터는 피자 대신 치즈 큐브로 바뀌어서 안타까웠지만.

그러나 각 수입사에서 내놓은 와인을 마음껏 시음할 수 있다고 해서 무작정 마셔선 안 된다. 나도 처음엔 모든 와인을 다 마실 기세로 잔을 내밀곤 했다. 한모금으론 맛을 느끼기가 어려워서 많이 따라달라고 말하기도 했는데, 그렇게 마시다간 금세 취할 수 있다. 또 몇십 종의 와인을 조금씩 맛보다 보니, 혀가 마비되는 기분이 들었다. 물로 입안을 헹궈보기도 했지만 ‘그 맛이 그 맛’처럼 느껴지는건 어쩔 수 없었다. 이후론 모든 부스를 돌아본 후 평소에 궁금했던 와인 위주로 시음 계획을 철저히 세웠다.

와인페어라고 모든 와인을 시음할 순 없다. 일정 가격이 넘어가는 와인들은 판매용으로 전시만 해놓을 뿐 시음용으로 주지 않기 때문에 ‘그림의 떡’이다. 와인을 할인가로 판매한다고 하지만, ‘득템’이라고 할 정도의 매력적인 가격도 아니다.

그럼에도 한번쯤은 와인페어에 가보라고 권하고 싶다. 중저가의 와인은 마음껏 시음할 수 있기 때문에 나만의 ‘데일리 와인’, ‘가성비 와인’은 찾을 수 있다. 또 야외에서 와인을 마시는 것 자체가 봄소풍 같은 느낌도 든다. 무엇보다도 벚꽃이 흩날리는 봄, 와인을 마시기 너무 좋은 계절 아닌가!

토요판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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