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51961108 0372019041951961108 08 0805001 6.0.14-RELEASE 37 헤럴드경제 0

똥이 약이 된다고?…“세포 돕는 미생물, 소화·비만 치료한다”

글자크기
헤럴드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프로바이오틱스나 항생제 등이 모두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에서 왔습니다. 마이크로바이옴을 질환의 진단과 치료에 적용하려는 시도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고바이오랩 대표인 고광표 서울대학교 보건대학교 교수는 18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국미생물학회 60주년 국제학술대회에서 “사람 몸 속에는 인간 세포 수보다 많은 미생물이 존재하며, 미생물은 알레르기·장질환·비만·정신질환 등과 연관돼 있다는 연구결과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마이크로비옴은 인간의 몸속에 존재하는 미생물들의 유전정보 전체를 말한다. 우리 몸 속에는 100조~1000조 개의 미생물이 있는데 이들이 크론병·베체트병·소화기 질환·아토피·알러지 등 면역성 질환뿐 아니라 치매·파킨슨병 등 신경정신질환 영역까지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마이크로바이옴이 인간의 건강과 질병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가 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최근 잇따라 나오면서 마이크로바이옴이 미래 바이오산업의 주도권을 가져갈 수 있다는 희망섞인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 2006년 미국 워싱턴대학교 제프리 고든 박사가 체내에 미생물이 없는 무균 쥐에게 뚱뚱한 쥐와 마른 쥐의 대변을 각각 주입해 관찰한 결과 같은 양의 먹이를 먹어도 뚱뚱한 쥐의 대변이 주입된 쥐의 체중이 마른 쥐의 대변이 주입된 쥐보다 2배나 더 늘어난 것을 발견했다. 장내 미생물이 소화와 영양 흡수를 돕고 비만과 같은 질병에도 영향을 준다는 것을 밝힌 것이다.

제프리 고든 박사는 후속 연구로 사람 쌍둥이의 마이크로바이옴을 무균쥐에게 이식하는 실험도 진행했는데, 비만인 쌍둥이의 마이크로바이옴을 이식 받은 쥐는 뚱뚱해지고 마른 쌍둥이의 마이크로바이옴을 이식 받은 쥐는 체중이 감소했다.

고 교수는 “현재 미국에서는 이러한 분변 마이크로바이옴 치료를 신약 개발로 볼지 또는 시술이라는 개념으로 볼지에 대해 치열하게 논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헤럴드경제

바이오랩 대표인 고광표 서울대학교 보건대학교 교수 [출처 한국과학기자협회]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다만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치료를 검증하기 위해서 표본 수를 늘린 임상실험이 진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안정적인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지를 비롯해 인간이 아직 모르는 부작용이 유발될 수 있다는 우려다.

이에 대해 고 대표는 “고바이오랩은 2000명 이상의 쌍둥이를 통해 한국인 바이크로비옴 데이터를 확보했다”며 “양질의 마이크로비옴 데이터와 이를 활용해 효과적인 연구활동을 펼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사실 당장 치료를 받고 싶어하는 환자들의 수요를 따라갈 수 없는 실정이기도 하다”라며 “세계적인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마이크로바이옴을 연계한 아토피·천식 치료제 등 신약 개발에 한창인 이유와도 맞물린다”라고 말했다.

세레스, 이벨로, 베단타, 천랩, 지놈앤컴퍼니, 제노포커스 등 마이크로바이옴과 관련된 국내외 바이오벤처도 눈에 띄게 늘고 있으며 학계에 따르면 현재 마이크로바이옴 시장의 83%는 기능성식품, 10%는 치료제, 7%는 진단이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한편 지난 2016년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를 위한 ‘국가 마이크로바이옴 이니셔티브’(National Microbiome Initiative, NMI)를 발표했다. 다양한 마이크로바이옴간의 협업을 위한 다학제적 연구를 지원하고 분석이 가능한 기술 플랫폼 구축하며 생물학, 기술 관련 다학제적 기술 보유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서다. NMI는 연방기관의 1억2000만 달러 투자와 민간기금, 기업, 대학 등 이해 당사자들로부터 4억 달러 이상의 투자가 지원됐다.

마이크로바이옴은 2014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21세기 차세대 핵심부가가치 산업으로도 선정됐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도 지난해 미국 대형은행 JP모건이 주최하는 컨퍼런스에서 “마이크로바이옴과 영양 섭취와의 연결고리는 매우 중요하다”며 “이에 대한 과학기술의 혜택이 선진국 뿐만 아니라 후진국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dsun@heraldcorp.com

- Copyrights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