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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혐오시설 우리 지역 안돼"...갈길 먼 서울장애인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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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구청 반대로 건립일정 차질

서울·경기 국공립 비중 36·37%

전국 평균 47%에 한참 못미쳐

비싼 사립 보내는 학부모들 시름

제39회 장애인의 날을 맞았지만 서울 장애인 학교의 현실은 갈 길이 멀다. 공립 특수학교의 비중이 전국 평균보다 크게 낮은 상황인데도 주민과 구청의 반대로 추가 건립이 쉽지 않아 장애인 학부모들의 시름이 깊다.

19일 교육부에 따르면 서울 지역의 국공립 특수학교는 지난해 기준 11곳으로 전체 30곳 중 36.6%에 그쳤다. 이는 국내 전체 특수학교 175곳 가운데 국공립의 수가 83곳으로 비중이 47.4%인 전국 평균보다 한참 떨어지는 수준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부산과 인천·광주·대전 등에서 국공립 학교 비중이 50%를 넘기는 등 전국 평균보다 높았지만 서울과 함께 학령인구가 많은 경기도가 특수학교 국공립 비중이 37.1%로 낮았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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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와 같은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서울시교육청 등 당국이 노력하고 있지만 ‘혐오시설’이라는 반대에 신규 학교 건립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서울시교육청은 오는 9월 강서구 가양동에 특수학교인 서진학교를 개교할 예정이었지만 아직 공정률이 34% 수준에 불과해 일정에 차질을 빚고 있다. 특수학교 위치에 반발하는 지역 주민들이 당국의 정책 추진에 정면으로 반대하는 대신 공사 소음에 민원을 제기하면서 개교 시점이 미뤄졌다. 이에 서울시교육청은 9월에 완성된 일부 건물에서만 개교를 하고 전면 개교는 미루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역 주민이 아니라 구청이 특수학교 건립을 반대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2022년 3월까지 중랑구 신내동에 특수학교인 동진학교를 개교하는 것을 추진 중이지만 중랑구청의 반대에 직면했다. 중랑구는 해당 구역에 대한 개발계획이 이전부터 수립돼 있었다며 학교 위치를 구내 다른 지역으로 옮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중랑구가 새롭게 제시한 장소는 장애인 학생들의 교통 편의에 맞지 않는 장소”라며 “이 경우 추가 예산이 투입돼야 할 가능성도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국공립 대신 비싼 돈을 들여 사립학교에 보내야 하는 장애인 학부모들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등은 지난 1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유아 시기의 교육은 평생을 결정하는 생존교육이며 더 나은 삶의 주기로 이어지는 절대적인 기회”라며 “의무교육의 주체가 부모가 아닌 담당 부처가 되도록, 장애유아의 교육이 정상화되도록 노력해달라”고 밝혔다.
/이경운기자 clou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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