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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최보기의 책보기] 일본 가정식 요리, 의외로 간단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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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단비의 '1인분만 만드는 일본가정식'

뉴스1

왕초보 환영! 1인분만 만드는 일본 가정식


(서울=뉴스1)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 인사동 한정식집이 줄줄이 문을 닫는다는 뉴스가 이어진다. 엊그제 필자의 50대 지인은 "단골로 찾던 서울 중심의 복요리 집이 그새 문을 닫아버렸다"며 "이렇게 몇 년 더 가다가는 좋아하는 복요리를 아예 먹을 수 없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걱정을 늘어놨다.

정부청사의 세종시 이전과 김영란 법(부정청탁금지법), 최저임금 인상, 불경기 등 여러 이유가 겹친 탓이라고 하는데 솔직한 이유는 따로 있어 보인다.

그것은 다름 아닌 세태의 변화다. 한정식이나 복요리 등 우리 전통음식을 즐기던 60대 이상 장년, 노년층들이 현역에서 은퇴하면서 그들의 활동이 줄고 지갑이 얇아진 것과 관련이 깊어 보이는 것이다.

이런 추측이 의심스럽거든 10대 후반부터 30대 후반까지 청년층을 붙잡고 '피맥'(피자와 맥주), '피콜'(피자와 콜라), '치맥'(치킨과 맥주), 한정식 중에 무엇을 먹을 건지 물어보면 금방 답이 나오지 싶다. 그들은 지금도 저녁 약속 때 무엇을 먹을지 SNS(소셜미디어) 맛집을 검색하고 있을 것이다.

수년 전에 '얼마 안 있으면 밥과 반찬 공장이 생기고 새벽이면 아파트 앞에 서 있는 밥차에서 그날 아침 식사를 줄지어 사게 될 것'이란 미래예측서를 읽으며 '설마 밥차까지'라 생각했다. 그러나 2019년 현재 편의점의 주력상품이 된 각종 도시락과 1인용, 일회용 먹거리, 골목마다 새로 생겨나는 반찬가게, 집에서 지은 밥 못지않게 맛있는 밥 공장 표 즉석밥, 새벽이면 문 앞에 깔끔하게 배달되는 요리를 보면 주택 설계에 주방의 지위가 그리 중요하지 않을 날도 멀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면 더욱 시간이 흐를 경우 저 많은 '쉐프'들도 할 일이 없어질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먹는다'는 행위가 단지 식욕(食慾)이나 채우도록 입력된 프로그램이 아닌 만큼 요리는 여전히 만물의 영장인 인간이 스스로의 만족을 위해 즐기는 중요한 활동 중 하나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요리의 세계에도 세태 변화의 바람이 분 지 이미 오래다.

주부와 여성의 영역으로만 인식되던 이곳에 '상남자'(상 차리는 남자)들이 마구 늘었을 뿐만 아니라 연예인 급 스타로 몸값이 오른 사람도 한 둘이 아니다. 최근에는 젊은 청년들이 술자리에서 '맛있는 음식을 얻어 먹으려면 여자 친구를 사귀어 한다'는 발언을 무심코 했다가 성인지감수성이 높은 친구들로부터 혼이 났다는 소문도 들었다.

오히려 지금 젊은 세대들은 남녀불문 생존을 위해 요리를 익혀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거기다 1인 청년가구가 빠르게 늘 뿐만 아니라 그들의 입맛 또한 '뭔가 남다르고 특이한, 해외에서 인상 깊게 먹어봤던, 맛있으면서 살은 안 찌는, SNS에서 청년들 사이에 소문난 맛집' 등 기성세대들과 확연히 다르다.

'왕초보 환영! 1인분만 만드는 일본 가정식'은 바로 그런 변화를 읽고서 출판된 책이다. 삼시 세끼를 사 먹을 수 없는 만큼 누구나 집에서 이미 있는 도구들로 간단하게 일본의 가정식 요리를 할 수 있는 매뉴얼이다. 식자재를 재는 저울도 필요 없다. 대신 눈대중, 손대중하는 요령을 사진으로 친절하게 가르쳐 준다.

볶기, 삶기, 찌기, 굽기 요리 후 남은 재료로 미니 반찬까지 만들어 볼 수 있는 매뉴얼이다. 재료 자르기와 손질 방법, 보관장소, 1인 주방의 조리공간 만드는 법, 시간을 절약하는 설거지 방법, 행주 고르고 관리하는 법은 물론 머그 잔에 넣어 레인지에 돌리기만 하면 되는 수프까지 과연 디테일에 강한, 섬세한 일본인 특성이 그대로 책에 스며들었다.

자자, 그러니 혼자 사는 청년들이여! 얼른 이 책을 구해 더블 계란밥이나 오므라이스, 담백한 연어 도시락이나 돼지고기 스키야키 도시락으로 친구, 선후배들의 기를 살짝 죽여보자.

◇왕초보 환영! 1인분만 만드는 일본 가정식 / 인단비 옮김 / 채문사 펴냄 / 1만 3000원
seulb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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