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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 아니에요…예멘 전장에서 체포된 불가리아 독수리의 모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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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멘 정부군, GPS장치 탓 정보수집용 조류로 오인·감금

주민들 노력으로 풀려나…"최악 위기서도 동물 보살피는 마음에 감동"

연합뉴스

"스파이 아닙니다"…예멘에 붙잡힌 불가리아 독수리 '넬손'
[야생동식물기금(FWFF) 페이스북]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 불가리아 출신 넬손은 터키를 거쳐 시리아 전선을 통과하고, 홍해를 따라 사우디아라비아를 이동한 후 예멘 내전의 한복판에서 '스파이' 혐의로 구금됐다.

위기에 빠진 넬손은 내전의 포연 속에서도 자신을 도운 예멘 친구들 덕에 혐의를 벗고 석방될 수 있었다.

분쟁지역을 누비는 요원의 '액션 어드벤처'가 아니다. 보호종 철새 흰목대머리수리(Griffon vulture) 넬손(인식 코드, Nelson-C2)의 모험담이다.

예멘 남서부 타이즈에서 반군의 정보 수집용 조류로 오인돼 붙잡혀 있던 넬손이 오해를 풀고 보살핌을 받고 있다고 노비니테 등 불가리아 매체가 18일(소피아 현지시간) 보도했다.

불가리아에서 흰목대머리수리 보호사업을 펼치는 자연보호단체 '야생동식물기금'(FWFF)은 넬손을 포함한 14마리에 위치 추적이 가능한 인공위성위치정보(GPS) 발신기를 달았다.

지난해 중동쪽으로 이동하던 넬손의 신호는 불통지역인 예멘으로 들어가면서 끊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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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새 흰목대머리수리 '넬손'의 이동경로
[야생동식물기금(FWFF) 페이스북]



이달 초 '쇠약해 보이는 독수리가 예멘 타이즈에 있는데, 안전이 걱정된다'는 예멘인 메일 수백통이 사진과 함께 FWFF에 쏟아졌다.

타이즈 주민들이 새 발목에 달린 인식표를 보고 연락처를 알아낸 것이다.

그러나 '최악의 내전'이 진행되는 예멘에 있는 조류를 어떻게 보호할지가 막막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넬손에 부착된 GPS 발신기가 예멘 정부군의 주의를 끌었다.

정부군은 후티 반군이 정보를 취합하려고 조류를 이용했다고 의심, 넬손을 묶어 '억류'했다.

묶인 채 날지 못하게 되자 넬손은 하루하루 쇠약해졌다.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넬손을 구한 건 예멘 사나에 사는 동물구조 활동가 히샴 알후트다.

위기종 조류가 처한 역경을 알게 된 후트는 위험한 여정을 감수하고 타이즈로 내려가 넬손을 가둔 '살렘 장군'을 만나 '석방'과 먹이 제공을 허락해 달라고 간청했다.

불가리아의 FWFF도 소피아 주재 예멘대사관을 상대로 설득에 나섰고, 프랑스와 아일랜드의 동물보호 활동가들도 넬손의 소식을 전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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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멘 친구들 덕분에 풀려났어요"
[야생동식물기금(FWFF) 페이스북]



현재 넬손은 혐의를 벗고 풀려나 내전으로 식량 사정이 열악한 예멘에서도 고기 먹이를 먹으며 체력을 기르고 있다.

넬손은 몇 주간 후트와 동료들의 보살핌을 받은 후 고향 불가리아로 돌아가는 긴 여정에 오를 예정이다.

FWFF의 나디아 반겔로바 활동가는 내전으로 최악의 인도주의 위기를 겪는 예멘인들이 새 한 마리에 쏟은 관심과 애정에 감동을 나타내며, "그들은 놀라운 사람들"이라고 영국 매체 BBC에 말했다.

tr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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