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51944579 0352019041951944579 07 0701001 6.0.14-RELEASE 35 한겨레 0

[인터뷰] “라미란과 연애? 글쎄요~”…‘막영애 17’ 인기 견인 정보석

글자크기
‘막돼먹은 영애씨 17’ 성격 급한 사장 합류

시즌1부터 출연한 사람처럼 찰떡 호흡

체력·연기력·노력까지 3박자 완벽

“애청하던 드라마…제안 하루 만에 OK

12년 이끈 배우들·제작진 존경스러워”

‘하이킥’으로 유튜브 세대들에게 인기 만점

“10대들에게 받는 인기 정말 기분 좋아”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곳에 그들이 산다. 낙원사 앞 곤드레밥집에 들어서면 ‘정보석 사장’이 밥을 먹고 있고, 바로 옆 커피숍에선 빛바랜 갈치색 정장을 입은 ‘정지순 과장’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쪽쪽 빨고 있다. 그 앞 테라스에선 ‘라미란 부장’이 빨간 입술을 바쁘게 움직이고, 길을 걷다 보면 누군가 차 경적을 빵빵 울린다. 국민엄마 ‘김정하’다.

경기도 양주 광사동의 한 마을은 ‘영애씨 랜드’였다.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17>(티브이엔 금 밤 11시) 배우들은 원래 그곳에 사는 사람들처럼 동네 곳곳에 자리했다. “촬영 현장이 너무 편하고 즐거워요. 실제 이곳에 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죠 하하.” 곤드레밥을 다 먹은 정보석이 낙원사 맞은편에 있는 커피숍에 앉았다.

실제 주변에 있을 법한 사람들이 모인 자연스러움. 2007년 시작한 <…영애씨>가 12년간 사랑받은 비결이다. 시즌 17에서 낙원사 사장으로 출연하는 정보석도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새로 투입된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찰떡 호흡을 자랑하며 시즌17 인기를 견인하고 있다. “코미디를 좋아하는데 <…영애씨>는 원래 애청하던 드라마였어요. 지난해 11월 <흉부외과―심장을 훔친 의사들> 끝나고 당분간 쉬려고 했는데 제안을 받았어요. 하루 만에 오케이를 했죠.” 이미 자리 잡은 드라마에 새로 투입되는 것도, 애초 이경영이 출연을 번복한 역이라는 사실도 그에게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게 뭐가 중요해요? 이렇게 현실감 넘치는 드라마가 없죠. 적어도 제작진 본인들이 경험했거나 보고 들은 에피소드를 확고부동하게 밀고 가요. 공감을 주죠. 이게 <…영애씨>의 가장 큰 장점이에요. 시즌16까지 끌고 온 배우들도 너무 존경스러워요. 이 드라마가 계속되면 좋겠어요.”

그런 마음으로 첫 회부터 몸사리지 않고 팔을 걷어붙였다. 극중에서 성격 급한 사장 역에 최선을 다하려 애썼다. 택시가 서기도 전에 문을 열고 내리는가 하면, 고기를 먹으러 가서도 20분 만에 뚝딱 해치우는 역을 제 옷 입은 듯 소화하고 있다. 캐릭터 분석에 몰두해 입꼬리 표정까지 세밀하게 신경쓴 덕분이다. “처음에는 진짜 이런 사람이 있나 싶었는데 모두 작가들이 직접 보고 들은 이야기더라고요. 실제 성격은 느긋한데 그래서 초반에는 대사를 빨리 내뱉는 게 힘들었어요. 하하.”

풍선을 들고 “으아아아아아” 소리를 지르며 라미란을 향해 뛰어가는 장면을 열번 넘게 찍어도 싫은 소리 하나 없다. 제작진을 신뢰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체력도 좋다. “예전처럼 헬스를 꾸준히 하지는 않지만 몸관리는 해요. 매일 아침 체중계에 오르고 76㎏을 넘었다 싶으면 안 먹거나 걷고 운동하고.” 이런 노력 덕택에 드라마 <달콤한 인생>(2008)에서 흔들리는 중년을 연기한 것처럼 현재 50대 후반의 나이에 이르기까지 멜로드라마의 ‘주인공다운’ 이미지를 유지해왔다. “지금은 멜로는 안 했으면 좋겠어요. 하하. 가장 표현하기 힘든 감정이 멜로예요.” 하지만 현재 그는 <…영애씨>에서 라미란 과장과 ‘썸’ 향기를 풍기고 있다. 라미란 과장과 진한 멜로를 기대해도 되느냐고 물으니 노련하게 스포일러를 방지한다. “그건 비밀입니다. 하하하. 첫 회에 ‘목소리는 꾀꼬리구만’이라는 대사가 있어서 피디한테 뭐 있는 거 아니냐고 물었는데 절대 없다고 하더니… 여기까지!”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1986년 드라마 <백마고지>로 데뷔한 이후 34년간 쉼없이 달려온 그는 완전한 ‘정보석의 시대’를 누리진 못했지만 늘 꾸준히 제몫을 해왔다. “쉬지 않고 열심히 후회 없는 삶을 살아왔다”는데 돌이켜보면 극중 ‘정보석’처럼 성급하게 결정해서 아쉬운 것들은 있다. “영화 <나인 하프 위크>의 제작자 잘만 킹 감독의 할리우드 영화 출연 제의를 거절한 것과 <인어아가씨>로 중국에서 출연 섭외가 많았는데 모두 거절한 것은 요즘 들어 좀 아깝다는 생각을 해요. 하하하. 당시에 일이 많아가지고…. 예전에 같이 했던 사람이 뭘 하자고 하면 다 승낙하거든요.” 그에게 배우로서 중요한 키워드는 “의리”다.

마침 정보석을 만난 날은 ‘4·16’이었다. 세월호 유족을 둘러싼 망언이 터져나오고 있었다. “누가 세월호를 언제까지 우려먹냐는 이야기를 하는데 정말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예요. 평생 교훈으로 삼아야 할 일이지 어느 시절에 잊혀져서 될 일은 아니라는 거죠. 우리처럼 기회가 많았던 기성세대는 현재 지금 젊은이들에게 빚을 지고 있어요.” 복지단체를 운영하며 학교 밖 아이들 등과 함께 야구도 하고 뮤지컬 무대에 오르는 것도 “청소년들을 위해 뭘 해줘야 한다는 부채의식”에서 비롯됐다. 그래선지 10대들로부터 받는 인기는 정말 기분 좋다. 유튜브 세대는 최근 2009년 나온 <지붕 뚫고 하이킥>을 다시 보면서 코믹 연기의 진수를 보여줬던 ‘주얼리 정’에게 열광하고 있다.

악역부터 멜로, 코믹까지 다양한 변신을 해온 그는 “나의 이미지를 유지시켜주는 연기보다는 그 역할의 의미를 좀더 살리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커피숍 사장이 모습을 드러내자 배우로서 내내 진지하던 정보석은 어디 가고 동네 터줏대감 낙원사 ‘정보석’ 사장이 불쑥 튀어나온다. “사장님 제가 소개해준 원두업체와는 어떻게 거래하기로 했어요?”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 정보석의 빛나는 순간

사모곡(1987) 배우로 눈도장을 찍은 작품. 악역을 너무 잘 소화해 당시 어르신들이 매일 돌 들고 찾아와 숨어 있기도 했다고.

보고 또 보고(1998) 젠틀하고 유능한 검사로 나와 전 국민적 사랑을 받음. 시청률 57.3%에 일조.

한겨레


영화 <걸어서 하늘까지>(1992) 잘생김을 먹고 사는 배우 인증. 누리꾼들이 지금도 블로그에 퍼나르며 감탄 중.

한겨레



신돈(2005) 정보석의 호연으로 손꼽히는 작품. 광기 어린 모습으로 치닫는 공민왕을 입체적으로 소화하며 호평받음.

한겨레


달콤한 인생(2008) ‘멜로의 남자’ 등극. 부인을 두고 애인과 불륜에 빠진 중년의 인물을 연기했는데, 미움보다 사랑을 더 받음.

지붕 뚫고 하이킥(2009) 숨은 코믹 디엔에이를 드러낸 작품. <신돈> 때 팬덤에서 생긴 별명 ‘주얼리 정’도 이때 유명해짐.

한겨레


자이언트(2010) 극악무도한 조필연으로 악역 연기의 정석을 보여줌. 표정의 미세한 변화만으로도 섬뜩함을 느끼게 함.

한겨레


내 마음이 들리니(2011) 7살 지능의 지적 장애를 가진 인물을 연기하며 팔색조 배우임을 입증.

한겨레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17(2019) 코믹과 멜로, 액션 등 어떤 역할도 자유자재로 변신 가능함을 재확인.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네이버 메인에서 한겨레 받아보기]
[▶한겨레 정기구독] [▶영상 그 이상 ‘영상+’]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