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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군사행보·방러… 김정은 대미 공세 고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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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자극 피하면서 ‘저강도 시위’ / 전략무기 아닌 전술무기 시험지도 / “마음 먹으면 못만들 무기 없다” 강조 / 하노이 이후 내부결속 다지기 의도 / 이례적으로 실제 방문 날짜 공개 / 비핵화·제재완화 협상 교착 국면 / ‘북·러 정상회담’ 카드로 타개 셈법도

세계일보

양어장 찾은 김정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6일 평안북도에 위치한 신창양어장에서 현지지도를 하고 있는 장면. 조선중앙TV는 지난 17일 김 위원장의 현지지도 사실을 알리며 관련 사진을 공개했다. 연합뉴스


18일 북한 매체들의 공개로 알려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16, 17일 이틀 연속 국방 관련 현지지도의 배경엔 미국 등을 압박하려는 의도가 자리 잡은 것으로 분석된다. 김 위원장의 ‘군행보’는 지난 2월 말 베트남 하노이의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다잡은 내부결속 분위기 속에 미국과 주변국을 향해 ‘저강도 도발’을 한 것으로 읽힌다. 북한 매체들이 최근 김 위원장의 실제 방문 날짜를 공개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상국가를 향한 전략 변화의 과정일 수도 있다.

북한 매체들은 이날 김 위원장의 신형 전술유도무기 사격시험 현장지도 소식을 전했다. 김 위원장은 “전략무기를 개발하던 시기에도 늘 반복했지만 이번에 보니 우리의 과학자, 기술자, 노동계급이 정말로 대단하다. 마음만 먹으면 못 만들어 내는 무기가 없다”며 사격시험 결과에 만족을 표했다. 김 위원장은 2기 집권체제 출범을 맞아 지난 12일 시정연설을 통해 미국을 향해 연내 3차 북·미 정상회담 조건으로 자신들의 요구를 강하게 내세웠다. 이번 군행보도 그 일환으로 여겨진다.

통상 무기는 파괴력에 따라 국가 주요 목표물에 공격할 수 있는 핵무기, 대륙간 탄도미사일, 원자력 잠수함, 전략폭격기 등 전략무기와 국지적으로 사용하는 전술무기로 나뉜다. 김 위원장이 17일 북한 국방과학원 방문에서 전술무기를 시험지도한 것은 이 같은 비중을 고려해 낮은 수준의 무력시위 형태를 띤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이 무기 제원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지난해 11월 김 위원장이 시험지도한 신형 첨단전술무기 당시 제원을 고려하면 미국을 자극하지는 않으면서도 자신들의 실력행사는 확실히 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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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6일 공군 제1017군부대 전투비행사들의 비행훈련을 현지 지도했다고 조선중앙TV가 17일 보도했다. 사진은 중앙TV가 공개한 것으로, 김 위원장이 부대원들과 웃으며 환담을 나누고 있는 모습. 김 위원장 뒤편으로 북한이 운영하는 수호이-25 전투기이며, 북한 경호팀의 도요타 랜드크루저 차량도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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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지난해 첨단전술무기 시험지도 당시 공개된 무기의 제원을 보면 미사일은 아니지만 사거리 200㎞ 수준의 방사포 형태였다”며 “실제 섬에서 발사하는 모습을 공개했는데 약간의 방어적 성격의 무기로 소개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북한이 미국을 자극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신들의 군비태세를 과시하는 행보를 보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은 과거 수령 신비화 정책과 보안 차원에서 최고지도자의 현지지도 방문 날짜 등을 명시하지 않는 것이 관례였으나 이번엔 이례적으로 김 위원장의 부대 방문 날짜를 공개했다. 홍 실장은 “11, 12일 최고인민회의 이후 북한 헌법에 수정이나 변경이 있었던 것 같고 이런 측면에서 정상국가의 국정운영을 내보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또 전날 공군부대 불시점검은 김 위원장의 집권 초기 군부를 장악하기 위해 불시 시찰을 했던 것처럼 2기 체제에 새로운 군부를 장악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이 김 위원장의 군사행보와 함께 미국을 향해 제재 완화 등 협상 양보를 위한 압박을 높이고 미국도 대북 공세를 강화하면서 대화 재개를 위한 돌파구 마련이 쉽지 않아 보인다. 김 위원장은 ‘북·러 정상회담 카드’로 교착 국면을 타개하려는 셈법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이 2기 체제 후 첫 행선지로 러시아를 택한 것은 미국에 대한 대응을 겨냥할 뿐만 아니라 중국에 대북제재 완화를 지원해 달라는 시위의 성격도 강하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날 “구체적인 성과가 도출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우리 입장에서 러시아와 북한의 회담이 잘 풀리는 것은 좋은 신호는 아니다”고 말했다. 북·러 정상회담 이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중국 일대일로 정상포럼에 참석해 북한 측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식으로 전개가 된다면 북·중·러 간 결속이 강화되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경우에 따라서는 교착관계가 장기화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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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6일 조선인민군 항공 및 반항공군 제1017군부대 전투비행사들의 비행훈련을 지도했다고 17일 보도했다. 노동신문=뉴시스


◆ 김정은 참관 신형무기는

지난 17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실시된 신형 전술유도무기 사격시험에 대해 군 당국은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합동참모본부 김준락 공보실장은 18일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북한 매체에서 언급된 무기에 대해 분석 중”이라면서도 “군사 정보사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말을 아꼈다. 이와 관련해 정보 소식통은 “군 레이더 대신 신호정보 탐지(전파송신기를 감청·기록·분석해 특성 등을 탐지하는 활동)에 의해 사격시험 동향을 파악한 것으로 안다”며 “북한이 관련 영상이나 사진을 공개하지 않는다면 분석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했다.

군 안팎에서는 레이더에 포착되지 않았다는 점과 ‘각이한(다른) 목표에 따르는 여러 가지 사격 방식으로 진행한 사격시험’ ‘특수한 비행유도 방식과 위력한 전투부 장착’이라는 북한 매체의 표현을 근거로 북한이 이스라엘제 스파이크 NLOS(Non-Line of Sight)와 유사한 단거리 대전차미사일을 개발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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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6일 공군 제1017군부대 전투비행사들의 비행훈련을 현지 지도했다고 조선중앙TV가 17일 보도했다. 사진은 중앙TV가 공개한 것으로, 김 위원장이 군 간부로부터 거수경례를 받고 있다. 뒤편에는 이른바 ''방탄 경호단''으로 불리는 김 위원장의 근접 경호원이 서 있는 모습.


우리 해병대가 서북도서에서 운용 중인 스파이크 NLOS는 사거리가 25㎞로 발사 직후 미사일이 송신하는 영상을 보면서 운용요원이 비행경로를 수정한다. 야간 및 악천후에도 목표물을 정확히 타격할 수 있도록 적외선·전자광학 유도체계를 갖췄으며, 700㎜ 두께의 장갑을 뚫을 수 있을 정도로 탄두의 위력도 강하다. 저고도로 날아가는 대전차미사일의 특성을 고려하면 레이더에 포착될 가능성은 낮다. 북한 매체가 언급한 신형 전술유도무기의 특성과 대략 일치하는 대목이다.

전투기에서 투하하는 정밀유도폭탄의 일종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폭탄에 레이저 유도 장치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부착, 정밀타격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미국제 합동정밀직격탄(JDAM·사거리 28㎞)과 유사한 정밀유도폭탄을 북한이 자체 개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북한의 신형무기 시험과 관련해 워싱턴포스트(WP)에 “탄도미사일은 아니다”며 “이번 시험은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후 북한이 평상시와 다름없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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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동선 시찰? 김창선 북한 국무위원회 부장이 최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시내를 거닐고 있는 모습. 일본 후지뉴스네트워크(FNN)는 17일 홈페이지에 김 부장의 시찰 모습을 게시했다.뉴시스


◆ “김정은, 24∼26일 방러 최종 조정 중”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4월 하반기에 러시아를 방문한다고 크렘린궁이 18일(현지시간) 밝혔다.

크렘린궁은 보도문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북한 지도자 김정은을 만날 것”이라면서 “푸틴 대통령의 초청으로 김정은 위원장이 4월 하반기에 러시아를 방문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날 크렘린궁 발표는 그동안 제기돼 오던 김 위원장의 다음 주(24∼26일) 러시아 방문과 북러 정상회담 관측을 공식 확인하는 것이다.

일본 교도통신도 이날 북·러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김 위원장이 오는 24∼26일 러시아를 방문하는 방향으로 북·러 양측이 최종 조정 중이라고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은 극동 블라디보스토크 루스키섬에서 열릴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푸틴 대통령은 26~27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실크로드) 정상포럼에 참석하기에 앞서 김 위원장과 만날 것으로 보인다. 요미우리신문은 이와 관련해 북·러 정상회담 장소는 루스키섬의 극동연방대가 유력시된다고 보도했다. 극동연방대는 지난해 9월 푸틴 대통령,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등이 참가한 가운데 제4차 동방경제포럼이 열렸던 장소다. 러시아 리아노보스티통신은 극동연방대에서 일부 건물이 폐쇄되는 등 회담을 준비하는 징후가 포착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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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6일 평안북도에 있는 신창양어장을 현지지도했다. 사진은 조선중앙TV가 17일 공개한 김 위원장의 모습.


복수의 외교소식통은 김 위원장이 2차 북·미 정상회담(베트남 하노이) 때처럼 이번에도 전용열차로 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 라선지구와 러시아 하산을 연결하는 북·러 접경 철교를 통과해 북한에서 러시아로 직접 넘어갈 수 있다. 이 경우 10여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011년 철도를 이용해 방러해 시베리아 부랴티야공화국 수도 울란우데에서 당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현 총리)과 정상회담을 했다.

평양에서 출발해 연변조선족자치주 투먼(圖們), 훈춘(琿春)을 거쳐 블라디보스토크까지 가는 방법도 거론된다. 북·중·러 철도 노선을 이용하면 미국을 겨냥해 제재 완화를 요구하는 북한을 중·러가 지지하는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조병욱·정선형 기자, 박수찬 기자, 도쿄·베이징=김청중·이우승 특파원 bright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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