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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사건 몰리는 곳에 비리도 줄줄이…‘강남경찰’의 흑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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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룸살롱 황제’ 이경백서 승리까지…‘비리의 온상’ 오명

물갈이 인사도 헛일…5년간 징계, 강남·서초 소속 많아

‘수금책’이 뒷돈 나누기 → 경찰과 ‘직거래’…로비도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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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닝썬’ 사건을 계기로 경찰과 강남 유흥업소 간 유착 의혹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18일 서울 강남경찰서 출입구가 일그러진 채 거울에 비쳤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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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국가기관도 손대지 못했던 ‘룸살롱 황제’ 이경백을 구속시켰던 것도 우리 경찰이었습니다. 이경백과 통화했다는 이유만으로 파면·해임된 6명을 포함해 40명을 징계했을 만큼 곪은 살을 스스로 도려냈던 것이 바로 우리 경찰이었습니다.” 제16대 경찰청장을 지낸 조현오 전 청장이 2012년 경찰 수장직에서 물러나며 언급한 이임사의 한 대목이다. 조 전 청장은 ‘이경백 사건’ 이후 부정부패 근절을 위해 노력한 끝에 금품수수 등 비위가 크게 줄었다며 “우리가 얼마나 깨끗해졌습니까. 기적이라고 일컬을 만큼 우리는 변했습니다”라고 했다.

‘룸살롱 황제’라고 불린 이씨의 전방위적인 대관 로비와 경찰관 유착 비리가 세상에 드러난 지 8년. 경찰은 이경백 사건이 터지자 유흥업소 유착 비리를 엄단하겠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변한 것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강남 클럽 ‘버닝썬’의 폭행사건에서 촉발된 경찰과 지역 유흥업소 등의 ‘검은 커넥션’이 최근 수사를 통해 다시 드러났다. 유착 의혹의 한가운데 있는 것이 이번에도 ‘강남경찰’이다.

■ 잊을 만하면…‘강남경찰’ 흑역사

강남지역엔 돈도 사건도 쏠린다. 유흥업소 관련 사건뿐만 아니라 연예인 관련 사건, 사기 등 경제사건 등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그만큼 실적 쌓기와 승진에 유리해 한때는 강남경찰서가 일선 경찰관들의 희망근무지 ‘0순위’로 꼽혔다. 하지만 비리도 끊이지 않았다. 1990년대부터 강남서 경찰관들의 유흥업소 비호 사건이 심심치 않게 터졌다. 그때마다 경찰은 강남서뿐만 아니라 서초·수서서 등 이른바 ‘강남라인’ 일선 경찰관들을 대대적으로 물갈이했다. 2000년대 들어서도 경찰은 유흥업소와의 유착고리를 끊겠다며 2003년 강남권-비강남권 일대 직원 전보 조치를 실시했다. 2009년에는 600여명에 이르는 강남지역 경찰관들을 대거 전보 조치했다. 유흥업소 밀집지역에 있는 역삼·논현지구대 소속 경찰관들이 단속 정보를 제공해주는 대가로 안마시술소·유흥업소 업주로부터 매달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을 정기적으로 받은 사건이 드러난 직후 단행한 인사였다.

징계와 순환 인사에도 크게 달라진 건 없다. 2011년 룸살롱 업계의 ‘큰손’으로 불리던 이경백씨에게서 뒷돈을 받은 혐의로 전·현직 경찰관 18명이 줄줄이 구속됐다. 이듬해엔 국내 최대 규모 기업형 룸살롱 ‘어제오늘내일(YTT)’과 관련해 경찰 유착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검찰이 강남서 관할 지구대에 근무했던 경찰관 700여명의 명단을 요구하며 대대적인 수사에 돌입하자 검경 간 신경전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후 재판에서 YTT 실소유주는 성매매 알선과 세금 포탈, 관할 지구대 경찰관에 대한 뇌물 혐의 등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2015년엔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정운호 게이트’ 사건 당시 법조 브로커 이동찬씨로부터 수사 무마를 대가로 돈을 받은 혐의로 당시 강남서 지능범죄수사과장이 징역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지금은 달라졌을까. 경찰청 통계를 보면 최근 5년간(2014~2018년) 유흥업소 및 기업 등과의 유착 비리로 적발된 경찰공무원은 모두 70명으로, 이 가운데 중징계인 파면·해임 처분을 받은 경찰관은 56명에 달했다. 5년간 징계를 받은 서울경찰청 소속 경찰관 45명 가운데 강남 8명(파면 7명), 서초 7명(파면 6명)으로 유흥업소 밀집지역의 경찰 비위가 가장 많았다. 버닝썬 사건 이후 서울지방경찰청 특별감찰에서 적발된 현직 경찰관들도 대부분 과거 강남서에서 근무했거나 현재도 일하고 있는 이들이다.

■ 비리 대물림? 퇴직 후엔 ‘거간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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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유흥업소들이 관할 구역 경찰을 ‘관리’하는 방식은 안마시술소 유착 사건처럼 지구대 내 ‘총무’라 불리는 수금책까지 가동해 뒷돈을 나눠 갖게 하는 조직적인 ‘관 로비’였다. 최근 적발된 사례들은 유흥업소 직원이 직접 혹은 브로커를 통해 단속 업무를 맡은 경찰관에게 접근하는 ‘직거래’ 방식이 대부분이다.

강남 일대 근무를 마친 경찰관이 새로 온 후임을 업주에게 소개하거나, 전직 경찰관이 유흥업소와 현직 경찰관 사이에 다리를 놓는 ‘거간꾼’ 역할을 하기도 했다. 버닝썬과 경찰 간 연결고리로 지목된 전직 경찰관 강모씨(44)는 미성년자 출입 사건을 무마해주는 대가로 2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최근 재판에 넘겨졌다. 강씨가 버닝썬의 사건 무마 청탁에 ‘강남경찰서 석 과장이 내 첫 조장’이라고 언급한 석모 경정 역시 강씨로부터 고급 외제 승용차를 싸게 구입한 것으로 드러나 부정청탁법 위반 혐의로 입건됐다.

룸살롱이나 마사지업소 등 기존 유흥업소들이 성매매 단속 정보 등을 미리 넘겨받기 위해 조직적으로 경찰관에게 접근했다면, 버닝썬·아레나와 같은 강남 일대 클럽들은 클럽 안에서 벌어지는 각종 폭행사건 무마를 위해 ‘보험’을 드는 식으로 경찰관에게 다가갔다. 강남지역 경찰서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한 경찰관은 “클럽 안에서 수시로 폭행이나 성추행 사건이 발생하는데, 경찰이 그때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하면 영업에 문제가 생긴다는 우려 때문에 업주들이 미리 경찰과 친분을 쌓아두려고 한다”고 전했다.

경찰은 버닝썬과 관련한 경찰관 유착 의혹이 제기되자 지난달부터 서울시내 31개 경찰서를 대상으로 3개월간의 대대적인 특별감찰에 돌입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5월 말까지 진행되는 특별감찰에서 첩보 수집을 통해 왜 이런 유착 비리가 반복되는지 사례를 분석하고, 분석이 마무리되면 이에 상응하는 종합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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