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6 (금)

검사에 “교과서 보라” 훈계… 임종헌 ‘셀프 변론’ 고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사법농단’ 의혹 재판 변호인 役 / PPT 활용하며 무죄 적극 주장 / 檢 말 끊기에 이의제기 위협도 / 법조계 “유죄땐 양형에 악영향”

세계일보

“공무원은 위법한 명령에 복종할 의무가 없어요. 행정법 교과서를 보세요.”(검사에게)

“형사소송법 74조에 어긋난 증인신문은 소송지휘권을 행사해주세요.”(재판장에게)

‘사법농단’ 의혹으로 기소된 임종헌(사진) 전 법원행정처 차장(사법연수원 16기)의 ‘셀프 변론’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피고인 신분인 그는 증거능력을 탄핵하기 위해 프레젠테이션(PPT) 화면을 띄우고 직접 2시간가량 변론을 하는 등 사실상 변호인으로서 자신의 무죄 입증에 주력하고 있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임 전 차장은 지난달 11일 정식재판이 시작된 이후 직접 자신을 변론하는 모습을 자주 드러내고 있다. 지난달 26일 이동식저장장치(USB)의 증거능력을 놓고 검사 측과 공방을 벌일 때가 대표적이다. 그는 검찰이 입수한 USB가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란 점을 강조했다. 법정에 PPT 화면을 띄운 채 “헌법 12조3항이 선언하고 있는 영장주의에 위반해 수집된 증거는 절차적 하자가 중대하기 때문에 형사소송법 308조의2에 따라 증거능력이 배제된다”며 2시간 동안 말을 이어갔다.

지난 2일 정다주 의정부지법 부장판사(〃 31기)가 증인으로 출석하자 재판장에게 형사소송법 규칙 조항을 상기시켰다. 그는 재판장을 응시하며 “형사소송법 74조 및 75조에 어긋나는 증인신문이 이뤄질 경우 적극 이의를 제기할 예정”이라며 “재판장님께서도 전향적으로 소송지휘권을 행사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검찰이 정 부장판사에게 질문하자 “유도신문에 해당한다”며 말을 끊기도 했다. 이에 검찰은 “이게 누구 소송인지 조금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지난달 19일 검찰이 직권남용죄를 지적하자 “공무원은 직무상 명령이 명백하게 위법한 경우 복종 의무가 없다고 행정법 교과서에 씌어 있으니 자세히 읽어보세요”라고 훈계했다.

법조계에서는 임 전 차장의 ‘셀프 변론’이 이례적이라면서 행정처 차장 출신으로서 자신에 대한 확신이 찬 결과라고 분석한다.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인 김한규 변호사는 “다만 향후 유죄가 났을 경우 양형 고려 시 이런 변론 방식은 (반성의 태도가 없다고 비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염유섭 기자 yuseoby@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 Segye.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