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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죄 헌법불합치 환영한 정의당 첫 개정안, 여성단체는 왜 반발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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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미 의원 15일 형법·모자보건법 개정안 대표발의

정의당 “여성 자기결정권 전향적으로 확대하는 법안”

여성단체 “헌재 결정에도 못 미친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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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처음 발의된 정의당의 낙태죄 관련 형법 개정안에 대해 여성단체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 11일 헌재가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직후인 지난 15일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자기낙태죄’(269조 1항)와 의사 등의 ‘동의낙태죄’(270조 1항) 조항 등이 담긴 형법 27장과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대표의 발의안은 우선 현행 형법 27장에 나온 ‘낙태의 죄’를 ‘부동의 인공임신중절의 죄’로 바꾸고 임신부 자신의 ‘자기낙태죄’와 의료진의 ‘동의낙태죄’ 규정을 삭제하도록 했다. 모자보건법 개정안에서는 임신 14주까지는 임신부의 요청만으로 임신 중절이 가능하도록 하고, 14주에서 22주 사이에는 현행법의 임신중절 허용 사유에 더해 임신 유지나 출산 후 양육이 어려운 ‘사회·경제적 사유’를 추가했다. 임신 22주를 초과한 기간의 임신중절은 ‘임신의 지속이나 출산이 보건의학적 이유로 모체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고 있거나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로 제한했다. 정의당은 이번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전향적으로 확대하는 낙태죄 폐지 법안”이라고 자평했다.

하지만 여성단체들은 “임신 주수에 따라 임신 중지를 제한하고 징벌하는 법안”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포함한 이 의원의 개정안이 임신 주수에 따라 처벌 여부를 결정하는 구시대적 프레임에 갇혀 오히려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모낙폐)은 법안 발의 하루 뒤인 16일 성명을 내고 “정의당의 발의 법안은 헌재의 결정에도 한참 못 미치는 법안”이라며 “무엇보다 정의당 이정미 의원이 대표발의한 형법과 모자보건법 개정안은 여전히 임신중지를 법의 틀에 따라 ‘제한’하고 ‘징벌’한다는 점에서 매우 문제적”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그러면서 “임신 14주를 경과한 임신중지는 태아 건강, 성폭력, 근친상간, 사회·경제적 곤란함 등을 또 증명하고 허락받아야 한다. 임신 22주 이후에는 ‘심각한 건강상의 위험’ 외에는 임신 당사자의 개인적, 사회적 맥락을 전혀 고려할 수 없도록 제약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은주 한국여성단체연합 활동가는 “이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임신중지를 할 수 있는) 범위만 넓혀놓았을 뿐, 사회와 국가가 또다시 여성의 임신 중지를 제약하도록 하자는 것과 다름없다. 여성의 몸과 결정을 관리하고 인정 안 하는 프레임으로 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의당 안의 여성주의자모임에서도 이번 개정안을 비판했다. 정의당 여성주의자모임도 16일 “우리는 이 의원의 법안에 반대한다. 여성들이 지금까지 싸워서 얻은 성과를 무너뜨리는 법안은 필요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그러면서 “주수 제한을 포함한 법안은 헌재 결정문에 나온 ‘여성의 안전성이 보장되는 기간 내에도 국가가 불가피한 경우에만 낙태를 예외적으로 허용하면,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사실상 박탈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내용보다 후퇴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앞서 헌재는 임신 22주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여성이 임신 유지와 출산 여부를 결정할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봤다. 이정미 의원실 관계자는 이에 대해 “주수 제한을 둬서는 안 된다는 모낙폐 쪽 입장은 알고 있지만, 정의당의 발의 법안이 헌재 결정보다 후퇴한 것은 맞지 않다. 이번 헌재 결정에서도 임신 14주, 22주와 같은 주수를 명시를 했고 당시 나왔던 단순 위헌 의견이야말로 (이정미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 구조와 가장 가깝다”고 반박했다. 앞서 낙태죄에 대해 단순 위헌 의견을 냈던 이석태, 이은애, 김기영 재판관은 “임신 제1삼분기(마지막 생리 기간의 첫날부터 14주 무렵까지)에 적절하게 수행된 낙태는 만삭 분만보다 안전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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