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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자 관리 '임세원법' 통과됐지만..."여전히 미흡, 산 너머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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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18일 오전 자신이 사는 아파트에 불을 지른 뒤 주민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11명을 죽거나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 안모(42)씨가 영장실질심사가 열리는 창원지법 전주지원에 출석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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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20명의 사상자를 낳은 경남 진주 ‘묻지마 방화·살인사건’의 용의자 안모(42)씨는 과거 조현병 진단을 받았지만 수년간 방치돼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말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병원에서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지는 사건이 일어난 뒤 정신질환자 사후 관리를 강화하는 법안까지 통과됐지만, 실제 시행이 되고 제도가 자리잡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경찰과 이웃주민 등에 따르면, 안씨는 정신병력과 함께 평소에도 수 차례 위험징후를 보였는데도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한 채 오랜 기간을 혼자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안씨는 2010년 폭력 혐의로 구속기소돼 조현병 진단을 받고 보호관찰 처분을 받기도 했다. 이후 안씨는 스스로 정신병원을 찾아가 입원하는 등 2015년 2월부터 이듬해 7월까지 치료를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안씨의 병원 치료 기록은 2016년 7월이 마지막인 것으로 드러났다. 1년 9개월 동안 병원 치료 등 의학적 도움을 받지 못한 것이다. 아파트 주민들은 안씨가 베란다에서 큰소리로 욕하거나 오물을 뿌려 큰 불편을 겪었다고 한다. 안씨의 난동으로 경찰에 접수된 신고만 7건이다. 지난 1월에는 자활센터 직원 2명을 폭행해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작년 말 임 교수 사건이 발생했을 때도 이번 진주 사건만큼 떠들썩 했었다. 당시 정신건강복지법을 개정해 이른바 ‘임세원법’도 만들었고, 지난 5일 국회 본회의도 통과했다. 정신질환자가 자신이나 다른 사람을 해칠 위험이 있는데도 의료기관에서 퇴원할 경우 정신건강복지센터나 관할 보건소에 통보하고 치료와 재활을 받도록 한다는 게 개정된 법안의 골자다. 센터장이 필요에 의해 외래치료를 청구할 때 보호자의 동의를 의무적으로 구해야 한다는 절차도 삭제해 외래진료가 용이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았다.

하지만 개정 법안은 아직 공포도 되지 않았다. 개정 법안이 국회 의결 절차를 마치면 정부로 이송하게 되고, 대통령은 이를 국무회의 의결을 거친 뒤 공포한다. 임세원법의 경우 공포 후 6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하도록 돼 있다.
의료업계에서는 새 법안이 시행되면 지금까지 방치됐던 관리 사각지대가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겠지만, 여전히 사후 관리의 허점을 보완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서울 한 보건소 관계자는 "정신질환자의 병원 치료를 지원하고 재활프로그램 등을 제공하는 정신건강복지센터는 극심한 인력부족에 시달리고 있다"며 "관리요원 1명이 돌봐야 하는 환자만 평균 70~100명에 이른다의 환자를 돌봐야 하고, 정신질환자 치료 지원뿐 아니라 자살방지 등 다른 업무들도 많다"고 했다. 현재 전국에는 243개 센터가 설치돼 있다.

또 임세원법의 핵심 내용 중 하나인 ‘외래치료제’에 대해서도 실효성을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외래치료지원제는 임세원법 중 예외적으로 시행에 앞서 정부 부처가 관련 예산을 확보하고 필요한 절차를 마련하기 위해 개정안 공포 후 1년 뒤 시행된다. 박종익 강원대병원 전문대 교수는 "센터장들이 기존에 외래 진료를 청구하지 못한 것은 보호자 동의를 구해야 한다는 걸림돌도 있었지만 환자를 누가 데려갈 것인지, 또 그 비용은 누가 댈 것인지도 큰 문제였다"면서 "지방자치단체에서 책임질 것인지, 국가나 경찰이 나설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오히려 위험한 정신질환자를 강제로 입원시키는 절차를 지금보다 용이하게 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주장도 있다. 정신건강복지법은 자신 또는 남에게 해를 가할 위험이 있다고 판단되는 정신 질환자에 대해 의사, 경찰관의 동의가 있다면 정신의료기관에 응급 입원을 시킬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박 교수는 "위험의 정도를 판단하는 기준이 상당히 까다로운데다 입원 이후 발생할 수 있는 각종 민원이나 법률적인 문제 때문에 매우 제한적으로만 이뤄지고 있다"며 "진주 사건에서 경찰이 7번 신고를 받고도 지나칠 수밖에 없었던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의사, 경찰에게 보다 넓은 재량권을 줄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안씨에 대해 현주건조물방화, 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영장실질심사는 이날 오전 11시 창원지법 진주지원에서 진행됐다.

[박현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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