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0 (토)

대서양 무역갈등 심화…EU, 美제품 관세목록 공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美, 유럽산에 110억달러 稅 부과에 유럽도 200억달러 맞불

항공기 공방 WTO 최종결정 임박…해결 가능성은 열어둬

아시아경제

[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지난해 관세 폭탄을 주고받은 미국과 유럽연합(EU)이 항공기 보조금 문제로 또다시 격돌하고 있다. 앞서 미국 정부가 유럽산 제품 110억달러(약 12조5000억원) 규모의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하자, EU 역시 200억달러 규모의 보복 관세 대상 목록을 공개하며 맞섰다.


EU 집행위원회는 17일(현지시간) 관세 부과를 검토 중인 미국산 수입 제품 목록을 공개했다. 총 11페이지에 달하는 이 목록에는 보드카 등 주류, 핸드백, 비디오 게임기, 여행용 가방, 담배, 생선, 마른 과일, 케첩, 트랙터, 헬리콥터, 항공기 등이 포함됐다. 농식품부터 전자제품, 대형 기계까지 거의 전 분야의 제품이 포함됐다.


EU 집행위의 이번 조치는 미국이 유럽 항공기 에어버스에 대한 보조금을 문제 삼아 관세 부과 입장을 밝히자 맞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9일 트위터에서 "세계무역기구(WTO)는 EU의 에어버스에 대한 보조금이 미국에 불리하게 영향을 끼쳤다고 판정했다"며 "미국은 이제 110억달러의 EU 제품에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도 8일 고율 관세를 부과할 예비 목록을 공개했다. 치즈와 요구르트, 올리브유, 스키복, 특수 오토바이, 항공기 등이 포함됐다.


항공기 보조금에 대한 양측의 공방은 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4년 미 정부는 EU가 에어버스에 부당한 보조금을 지급해 미 업체인 보잉이 피해를 입었다며 WTO에 EU를 제소했다. EU 역시 보잉에 대한 미국의 보조금을 지적하고 나섰다. 양측은 자신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각각 일부 승소한 가운데 WTO의 최종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최종 결정은 이르면 올여름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과 EU의 관세 공방은 지난해 3월부터 시작된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과 닮았다. 당시에도 양측은 고율 관세 부과를 선언하며 무역 전쟁을 시작했다. 다만 희망적인 점은 미국과 EU의 협상이 곧 시작되며, WTO의 결정도 임박했다는 것이다. 최근 EU 회원국들은 무역 협상을 시작하도록 EU 집행위에 권한을 위임했다. 항공기 보조금을 둘러싼 갈등도 협상 과정에서 타협될 수 있다.


EU 집행위 역시 보복 관세 목록을 발표하면서도 협상 가능성은 열어뒀다. 세실리아 말름스트룀 EU 통상 담당 집행위원은 이날 "우리는 치고받기를 원하지 않는다.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을 때의 대응 조치를 준비할 필요가 있지만, EU와 미국처럼 중요한 무역 파트너는 대화로 오랜 분쟁을 끝내야 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공정한 결과를 목표로 한다면 EU는 미국과의 협상에 열려 있다"고 덧붙였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