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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밀착카메라] 동물·사람 모두 위협하는 '로드킬', 생태통로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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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늘 다니던 길이었는데 언제부터인지 차들이 무섭게 내달리는 차도가 돼서 갈길 잃은 동물들은 치여 죽기 일쑤입니다. 이런 로드킬은 동물들뿐 아니라 결국 사람들에게도 위협으로 되돌아옵니다.

밀착카메라 윤재영 기자입니다.

[기자]

충남 천안의 한 소방서입니다.

마당에 있는 우리 안에 고라니가 있습니다.

몸 곳곳이 상처투성입니다.

앞 다리를 가누지 못하고, 턱도 다쳤습니다.

고라니가 사고를 당한 것은 이날 오후 시내 한 지하차도 앞에서입니다.

사고가 난 도로 현장입니다.

바닥을 보면 타이어 자국이 선명하고요.

이쪽으로 와 보면 핏자국이 넓게 퍼져 있는데, 자세히 보면 고라니 털도 남아있습니다.

[이준석/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 앞다리가 둘 다 부러진 상태이고요, 출혈이 굉장히 심각합니다.]

이 센터가 지난 1년 동안 구조한 동물은 118마리.

그 중 29마리가 차에 치여 다쳤습니다.

4마리 중 1마리 꼴입니다.

[김봉균/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 저번주 토요일 세종에서 들어왔고요. 이 다리를 적출을 할 거예요. 그렇게 하는 게 더 생존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 우리에는 도로에서 차에 치여서 부상을 당한 고라니 2마리가 있습니다.

둘 다 이번달에 다쳤고 뇌진탕 증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쪽 눈의 시력을 잃은 너구리도 있습니다.

2017년 기준 도로에서 죽은 동물은 약 1만 7000마리.

통계에 잡히지 않은 사고까지 합하면 그 수는 훨씬 많습니다.

특히 고속도로보다 국도에서 죽는 동물들이 늘고 있습니다.

[김봉균/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 국토 면적에 비해 도로의 밀도가 매우 높기 때문이고요. 대책을 아직 긴밀하게 적용하지 못한 게 주원인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고를 당한 동물 중에는 천연기념물인 삵도 있습니다.

[심영국/로드킬 목격자 : 삵을 옛날 어릴 때 보고 거의 못 봤는데. 일주일에 못 봐도 대여섯 번 이상 (동물이) 죽어있는 거 보고, 길이 너무 뻥뻥 뚫리니까.]

'로드킬'로 악명이 높은 당진-대전선의 경우 지난 3년 동안 560마리가 죽었습니다.

[한국도로공사 : (세종시) 도시 개발이 이루어진 지가 얼마 안 됐고, 지형들이 좀 산지라든지 금강이 흐른다든지.]

로드킬 사고는 운전자에게도 큰 위협입니다.

[정연우/로드킬 경험자 : 너무 멍했다고 해야 되나? 멧돼지가 뛰어오른다거나, 비스듬히 부딪히면 많이 위험이 있지 않았을까…]

일부 지자체에서는 로드킬을 막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내놓고 있습니다.

동물이 다닐 수 있도록 생태통로를 조성하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경기도 화성 도로 위에 만들어진 숲길.

동물의 배설물이 보입니다.

그런데 통로 길목에 크게 울타리가 쳐졌습니다.

[인근 주민 : 농사짓는 사람들이 자기 것 보호하기 위해서 치는 거지. 도로로 (나와서) 밤에 라이트에 도망가질 못하니까 치여 죽는 거지 뭐.]

경기도 광명시의 또 다른 생태통로.

사람들이 다니는 등산로와 정자까지 있습니다.

[김문섭/등산객 : 생태공원 및 일반 등산로라고 보면 되겠죠. (야생동물 본 적 있으세요?) 못 본 거 같은데?]

로드킬을 줄이기 위한 장치인데요.

여기 보이는 까만 부분에서 반경 300m까지 동물이 싫어하는 초음파를 쏴서 동물이 도로에 접근하는 것을 막는 것입니다.

하지만 해당 구간이 아닌 곳에서 '로드킬'은 더 많아졌다는 지적입니다.

환경부는 지난해부터 실질적인 대책 마련을 위해 전국 로드킬 사고 자료를 모으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 지자체들이 협조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

[환경부 자연생태정책과 : 많이 발생한다고 하면 지자체가 불이익을 당하거나(당할까 봐) 그런 부분들 때문에 객관적인 자료를 얻는 게 어려움이 많거든요.]

우리가 편리하게 이용하는 이 도로를 야생동물들은 목숨을 걸고 다닙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사람에게로 이어집니다.

사람과 동물의 공존을 위한 고민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화면제공 : 한국도로공사,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인턴기자 : 윤현지)

윤재영, 정철원, 김동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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