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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국내 첫 투자개방병원 녹지병원 결국 취소 …소송전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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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정당한 사유 없이 개원 거부, 법 따라 처분”

병원 측 “예상못한 조건부 귀책사유 제주도에 있다”

녹지병원 부지 포함 헬스케어타운 정상화 난항 예상

중앙일보

제주 녹지국제병원 전경. 최충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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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투자개방형 병원인 녹지국제병원(이하 녹지병원)의 개설허가가 결국 취소됐다. 병원을 제때 열지 않아 의료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다. 하지만 녹지병원 측은 귀책사유가 제주도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어 양측 간 소송전이 이어질 전망이다.

제주도는 17일 “녹지병원 개설 허가 취소 청문회의 의견서를 검토한 결과 앞서 내린 조건부 허가를 ‘취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제주도는 지난해 12월 녹지병원에 외국인을 대상으로 진료한다는 조건부 허가를 했다.

제주도는 지난달 26일 양측 대리인 등이 참가한 가운데 녹지병원 개설 취소 청문을 진행했다. 제주도는 녹지 측이 현행 의료법 제64조(개설 허가 취소 등)에 따라 허가 3개월(90일) 내 문을 열어야 하는데 진료를 시작하지 않아 의료법을 위반했다는 입장이다. 제주도는 “조건부 허가 직후, 개원에 대해 협의해 나가자는 의사를 전했음에도 녹지 측은 협의 요청을 모두 거부해 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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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제주지사가 17일 제주도청에서 제주도 녹지병원 조건부 개설허가 취소를 발표하고 있다. 최충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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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문회 주재자인 오재영 변호사는 의견서에서 “15개월의 허가지연과 조건부 허가 불복 소송이 제기됐다는 점이 3개월 내 개원준비를 하지 못할 만큼의 중대 사유로 보기 어렵고, 내국인 진료가 사업 계획상 중요한 부분이 아니었음에도 이를 이유로 병원을 개원하지 않았다“고 취소에 무게가 실린 의견을 냈다. 또 의료인 이탈 사유에 대해 충분히 소명하지 못했고, 의료진 이탈 후 신규채용 공고 및 계획 등 의료진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고 했다.

반면 녹지 측은 허가 기간 내에 병원을 열지 못한 귀책사유가 제주도에 있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778억원가량을 들여 병원을 준공하고 2017년 8월 개설허가 신청 당시 진료에 필요한 시설·인력을 갖췄지만, 제주도가 15개월간 허가절차를 지연하고 공론조사에 들어가면서 70여 명의 직원이 사직했다”며 개원 지연의 불가피성을 설명했다. 또 “투자 시 예상할 수 없었던 내국인 진료제한 조건이 붙었고, 이에 전문업체와의 업무협약이 이뤄지지 않아 인력 구하기가 어려워졌다”고 지연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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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제주도청에서 진행된 녹지국제병원 취소 청문 절차. 최충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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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는 양측 의견이 팽팽한 만큼 법적 공방이 장기화할 것으로 보고 “적극 대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번 사업허가 취소로 800억원에 달하는 투자금 손해배상 소송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녹지 측이 투자자-국가 분쟁 (ISD) 제도를 활용해 한국 정부를 상대로 직접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예상된다.

중국 국영기업인 녹지그룹이 투자해 만든 녹지병원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적용 대상으로, 이 제도가 적용 가능하다. 녹지 측 법률대리인은 지난달 청문에서 “허가취소 처분은 외국 투자자의 적법한 투자기대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며 “녹지는 제주도와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의 강제적 투자요청에 따라 어쩔 수 없이 투자계약을 체결한 외국 투자자임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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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녹지국제병원 전경. 최충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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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녹지병원은 2017년에 공사대금 1218억원을 지불하지 못해 대우건설·포스코·한화건설 등 3개 건설회사에 건물 등을 가압류당한 상태다. 이에 따라 녹지병원 부지가 포함된 제주헬스케어타운 정상화에도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당초 2018년 12월 완공할 예정이었지만,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체계에 대한 반발과 외화반출 축소정책 등의 영향으로 자금조달에 차질을 빚으며 2017년 5월부터 공사가 중단됐다. 현 공정률은 54%다.

제주=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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