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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김우람의 가상화폐 스토리텔링] 블록체인의 영원한 숙제 ‘오라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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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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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이 탈중앙화와 확장성(속도), 보안 등 3가지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이를 ‘블록체인 삼중딜레마(트릴레마·Trilema)’라고 하죠.

이는 네트워크 기술적인 문제인데요. 사실 다른 난제가 있습니다. 바로 ‘오라클(Oracle)’이죠. 오라클이란 블록체인 외부(off-chain)에서 발생한 데이터를 블록체인상(on-chain)에 기록하는 주체입니다. 오라클은 신이 인간을 매개로 뜻을 전하거나 인간의 물음에 대답하는 것을 말해요. 신과 인간의 매개체라고 보면 됩니다. 영화 ‘매트릭스’에서도 인간과 소통하기 위한 기계의 대변인 역할을 하는 것도 오라클 프로그램이죠.

◇현실의 신뢰는 누가 만드나 = 블록체인은 컴퓨터 프로그램의 일종인데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과 같은 대규모 네트워크에서 일어나는 일은 미리 정한 규칙에 의해 결정되고, 운영되고 있어요. 상호 간 합의에 따라 만들어진 프로그램으로 구동되기 때문에 규칙만 잘 만든다면 분쟁의 여지가 거의 없다는 게 특징입니다.

하지만 누군가의 현실 판단이 개입해야 하는 상황에선 합의가 쉽지 않게 됩니다.

보험을 예를 들어 보죠. 프랑스 대형보험사 악사(AXA)는 2017년 이더리움 블록체인을 활용해 비행기가 2시간 이상 지연됐을 경우 자동으로 보상금을 지급하는 스마트컨트랙트 보험 ‘피지(Fizzy)’를 출시했습니다.

비행기가 지연돼 자동으로 보험금이 지급되려면, 보험사와 고객이 동시 신뢰할 만한 데이터 제공자를 찾아야 합니다.

보험금 지급을 확정하기 위해선 우선 정확한 시간을 받아야 하고요. 다음으로 비행기가 정확히 이륙한 시간을 알아야 합니다. 이를 통해 예정된 출발 시간과 실제 이륙 시간이 2시간 이상 차이 날 경우 보험사는 고객에게 보험금을 지급하고, 이외의 상황에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죠.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누구에게 정확한 시간을 받게 될 것이며, 이륙시간은 ‘누가 확정하느냐’ 입니다. 보험금 지급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게다가 데이터를 제공자를 정했다고 해도 보험사가 조작을 시도할 수도 있습니다.

이럴 경우 고객은 보험사를 상대로 이의를 제기하더라도 해결이 쉽지가 않습니다.

◇법·제도·기술 문제 산적 = 최근 실물 자산을 당국의 허락하에 거래하는 증권형토큰공개(STO)가 부각되고 있는데요. 증권형 토큰은 오라클 문제로 둘러싸여 있다고 볼 수 있어요.

실제로 지금도 이 문제는 일어나고 있는데요.

일례로 스테이블코인 ‘테더(Tether)’가 대표적입니다. 테더는 테더재단이 보유한 달러 만큼 테더코인을 발행하기 때문에 테더발행량 만큼 실물 자산을 보관해야 가치가 유지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테더재단은 신뢰할 만 한 회계감사를 하지 않고, 안전하다는 주장만 하고 있죠. 누구도 신뢰할 수 없다는 블록체인의 근본정신과는 한참 동떨어져 있습니다. 테더재단을 믿어야 하니까요.

회계감사를 받고 있는 다른 스테이블코인도 위험은 있습니다. 경영진이 실물 자산을 횡령할 경우 피해는 고스란히 사용자가 떠안게 됩니다.

앞으로 계속 생겨날 것으로 보이는 실물 자산 기반 토큰은 어떨까요.

임대부동산 지분을 토큰화 했다고 할 때, 매월 들어오는 수익을 제대로 분배하기 위해선 관리자의 역할이 중요하죠. 관리자가 부정·횡령을 저지를 수 있는 위험이 있습니다.

제도적 뒷받침이 없는 것도 약점인데요. 임대부동산 소유자가 일부 지분을 토큰으로 분배해놓고 수익 배분을 하지 않을 경우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아마 정부나 지방정부에선 관련 법이 없다고 당사자끼리 해결하라고 하겠죠.

법원에서도 생소하고 낯선 상황에 대해 어떤 판결이 내릴지 예측이 쉽지 않습니다.

많은 이들이 증권형토큰의 활용을 기대하고 있지만, 이런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고서는 안착하기 힘들겠죠.

다만 오라클 문제가 언젠가 해결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세계 각국에서 가상화폐공개(ICO)와 증권형토큰공개(STO), 코인 관련 제도 마련을 하고 있습니다.

적지 않은 전문가가 블록체인의 발전과 함께 오라클 문제도 해결될 것이라고 하네요.

[이투데이/김우람 기자(hura@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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