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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관심 뜨겁다고 베트남 주식 ‘덜컥’ 거래했다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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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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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 증권사의 한 프라이빗뱅커(PB)는 투자자 A 씨로부터 “베트남 현지 우량 증권사들을 알려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PB가 무슨 목적인지 묻자 A 씨는 뜻밖에도 “베트남 여행을 가는데 간 김에 현지 증권사에서 계좌를 만들려고 한다. 현지 증권사를 통하면 수수료가 매우 싸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 PB는 “투자자 관련 제도나 세금 문제 등을 전혀 모르고 그저 수수료를 아끼겠다는 생각만 하기에 절대 안 된다고 말렸다”고 전했다.

베트남 증시에 관심을 갖는 한국 투자자가 늘면서 펀드 투자나 해외주식 직구(직접구매)가 아닌 현지 증권사 계좌를 이용한 주식 거래까지 알아보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내 거주자가 외국 금융사 계좌를 통해 투자하는 것은 불법이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해외주식 거래 비용을 아끼겠다며 위험을 감수하고 있다.

최근 베트남 증시가 꾸준히 오르면서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은 식지 않고 있다. 베트남 호찌민거래소의 VN지수는 올 들어 12일까지 10.12% 올랐다. 올해 경제성장률도 약 7%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베트남 증시에서 한국인 투자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5%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베트남 주식에 투자하기 적잖은 비용이 발생한다. 국내 증권사들은 투자자가 주식을 사고 팔 때마다 약 2만 원 수준의 매매 수수료를 부과한다. 여기에 해외 주식 매매로 얻은 소득에는 양도소득세(지방세 포함) 22%를 내야 한다. 펀드를 통한 간접 투자에도 수수료가 부과된다.

이에 일부 인터넷 블로그나 카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에는 거래 비용을 아끼기 위한 방법으로 ‘베트남 현지 증권사 계좌를 통한 투자 방법’과 관련된 글이 곳곳에 올라와 있다. 베트남 여행 중 ‘사이공 증권’ 등 현지 증권사에 방문해 계좌를 열었다는 체험담부터 국내 거주자의 베트남 증권사 계좌 개설을 대행해준다는 광고까지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국내 거주자의 베트남 현지 증권사 계좌 개설은 현행법 위반이다. 자본시장법은 일반 투자자가 해외 주식을 매매할 때 당국의 인가를 받은 국내 증권사만을 이용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개인투자자가 이를 위반해도 처벌할 조항이 없다는 게 문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법인에는 행정조치를 내릴 수 있는데 개인을 대상으로 한 제재 수단은 아직 없다. 일부 투자자의 현지 증권사 계좌 개설은 이런 허점을 노린 행위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추후 베트남 당국의 협조를 통해 한국인의 계좌 보유 여부 등을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지 증권사를 이용할 경우 양도소득세 신고가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국내 증권사는 해외 주식 거래에 따른 양도세 신고를 대행해주지만 현지 증권사를 이용하면 이 업무를 개인이 직접 해야 한다. 김예나 삼성증권 세무전문위원은 “해외 주식 양도세를 제대로 신고하지 않으면 탈세로 가산세가 붙는 것은 물론 역외탈세 혐의로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양곤·프놈펜=이건혁기자 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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