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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암호화폐 거래소]①숫자로 드러난 크립토 겨울, 곳간이 비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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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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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월 26일 한국블록체인협회가 출범했다. 우리나라 최대의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운영사 BTC코리아닷컴)과 업비트(운영사 두나무), 코빗, 코인원 등 주요 기업은 모두 이 협회의 회원이다. 이들은 팽창하는 암호화폐 산업 내에서 지속가능한 블록체인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리고 규제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자율규제도 구축해나갔다.

이러한 협회의 움직임의 배경엔 암호화폐 가격의 급등으로 인한 거래소의 성장이 있다. 2017년 3월부터 상승 조짐을 보이던 비트코인(BTC) 가격은 2017년 10월 5,000달러를 돌파했다. 12월 20,000달러도 넘나들던 BTC의 가격이 정점에 달했다. 협회의 창립총회가 열렸던 지난해 1월 26일의 BTC 가격은 11,000달러로 내렸지만, 여전히 암호화폐는 일부 투자자와 거래소에 엄청난 부를 안겨줬다.

하지만 이른바 ‘크립토 겨울’은 순식간에 찾아왔다. 비트코인뿐만 아니라 그 외의 무수히 많은 다른 암호화폐인 알트코인(altcoin)의 가격은 그보다 더 급격히 하락했다. 떨어지는 칼날을 잡으려던 투자자는 오히려 피를 보고 말았다. 일반 투자자들은 빠르게 시장을 이탈했고, 암호화폐에 전문적으로 투자한다던 자칭 전문가들도 투자를 멈춘 채 시장을 관망했다.

크립토 겨울에 직격탄 맞은 코인원과 코빗
이러한 투자심리의 변화는 암호화폐 거래소의 실적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6월 말 결산법인이던 코인원은 12월 말로 결산일을 옮기면서 크립토 겨울의 현실을 숫자로 드러냈다.

암호화폐 거래량이 크게 늘었던 시기와 맞물린 2018년 7월 1일부터 1년 동안 코인원은 940억원의 영업수익을 냈다. 영업이익은 524억원이다. 영업이익률만 55.74%에 달한다. 하지만 거래량이 마르기 시작한 2018년 7월부터 6개월 동안 코인원은 45억원의 영업수익만 냈다. 그리고 44억8,180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김정주 넥슨 회장의 NXC가 대주주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코빗의 상황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영업수익은 줄었지만 영업비용은 오히려 늘어나 75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여기에 99억원의 암호화폐 처분손실과 324억원의 평가손실이 더해져 458억원의 당기순손실로 이어졌다.

1분기 효과로 영업이익 낸 빗썸과 업비트
시장상황에 비해 양호한 실적을 보인 빗썸과 업비트의 운영사 비티씨코리아닷컴과 두나무도 발등에 불이 떨어지긴 마찬가지다. 이들의 2017년 실적이 2017년 4분기의 힘이었다면, 지난해 실적의 상당 부분은 크립토 겨울이 오기 전인 1분기의 영향이기 때문이다.

빗썸의 지난해 영업수익은 2017년보다 17.47% 증가한 3916억원이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대비 3.42% 감소한 2,560억원이다. 하지만 1,214억원의 암호화폐 처분손실과 2,268억원의 암호화폐 평가손실, 그리고 205억원의 암호화폐 감모손실로 인해 비티씨코리아닷컴은 2,055억원의 대규모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감모손실이란 자산이 보관 중의 분실, 파손, 도난으로 발생한 손실로, 2018년 6월 발생한 해킹 탓이다.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는 2017년보다 크게 좋아진 영업수익과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2,114억원이던 2017년의 영업수익은 지난해 4,706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영업이익도 2018년 전년 동기대비 213% 상승한 2,875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두나무가 암호화폐 거래소 서비스를 개시한 시점이 2017년 10월이란 점을 고려해야 한다.

암호화폐 업계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주요 거래소는 암호화폐 거래량이 급증했을 때 벌어놓은 돈이 있어 앞으로 몇 년을 버틸 체력은 있을 것”이라면서도 “급변하는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선 새로운 모멘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이 기업가치를 유지하고 높이기 위해선 해외로 진출하거나 아예 새로운 사업 모델을 덧붙이는 시도가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줄어든 고객예치금, 추가 신규 회원 발굴은 쉽지 않아
2019년은 거래소에게 어떤 해가 될까? 거래소 이익의 원천은 ‘거래 수수료’다. 좋은 사용자 경험(UX)을 제공해 많은 사람이 자사의 플랫폼에서 더 많은 거래를 하도록 하는 게 거래소 비즈니스 모델의 기본이다. 이를 위해 좋은 프로젝트의 토큰을 상장하고, 해킹의 위험성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재무제표에서 이 고객 기반을 숫자로 보여주는 항목은 ‘회원예치금’이다. 빗썸의 2017년 회원예치금은 1조2,992억원에 달했지만,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회원예치금은 2,329억원으로 떨어졌다. 두나무의 재무제표 계정에선 예수부채가 이에 해당하는데, 2017년 12월 말 1조374억원에 이르던 이 예수부채는 지난해 말 2,944억원으로 급감했다. 코빗의 예수금은 2615억원(2017년)에서 460억원으로, 코인원의 회원예치금은 703억원에서 404억원으로 각각 줄어들었다.

빗썸, 업비트, 코인원, 코빗 등 4대 거래소는 실명확인 가상계좌를 통해 원화 법정화폐를 받고 있다. 주요 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신규 회원 유치를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성과가 좋진 않다”면서 “국내에서 가입할만한 사람은 이미 다 몇 개의 거래소에 가입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온라인 광고를 해도 그리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심두보기자 shim@decen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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