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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친절한 의학기자] 타이거 우즈, 껌 씹어서 메이저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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껌 씹으면 왜 좋을까.. 천연 치클 껌 10분 이내만 씹어야
한국일보

타이거 우즈가 15일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 클럽에서 열린 마스터스 최종일 경기 마지막 18번 홀에서 퍼트에 성공한 뒤 포효하고 있다. 오거스타=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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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사상 최고의 인간승리 드라마.”

2009년 성추문 스캔들에 이어 허리 부상으로 사라지는 듯하던 타이거 우즈(44)가 15일 PGA투어 마스터스 정상에 오르면서 화려하게 재기하자 미국 언론은 이렇게 보도했습니다. 우즈는 이날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열린 대회에서 접전 끝에 1타 차(113언더파 275타)로 11년 만에 5번째 메이저 우승을 달성했습니다.

그런데 우즈는 마스터스 대회에서 거의 껌을 씹으면서 경기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처럼 경기를 하면서 껌을 씹는 운동 선수를 자주 보게 됩니다. 심리적 안정과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심지어 감독도 껌을 씹으며 불안감과 스트레스를 해소하기도 합니다. 은퇴한 잉글랜드 프로축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대표적이지요.

껌 씹기가 불안감과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학술적으로도 증명이 됐습니다. 2015년 미국 공공과학도서관 온라인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껌 씹기가 정신 집중에 도움될 뿐만 아니라 불안감과 스트레스 해소에 효과적이었습니다. 껌 씹기가 치실을 사용하는 것만큼 입속 세균 제거에도 효과적이었습니다.

껌을 씹으면 젊어지고 행복해진다고 합니다. 일본 시나가와 치과대학 오노즈카 미노루 교수는 심지어 노인성 치매(일본에서는 인지증이라고 합니다)를 예방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주장합니다. 껌 씹기가 뇌속 해마를 활성화시키고 기억력을 높이며 치매를 일으키는 아세틸콜린 감소를 억제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영국 카디프대 연구진은 ‘영국 심리학 저널(2015년)'에 발표한 논문에서 두 그룹으로 나눠 30분간 1에서 9까지 숫자를 듣고 이를 기억하게 했더니 껌을 씹으면서 과제를 수행한 그룹이 숫자를 더 빨리 기억하고 정확도도 높았다고 합니다.

일본 방사선의학종합연구소(NIRS) 연구진이 껌을 씹으면 집중력과 사고력이 향상돼 반응시간이 10% 정도 빨라진다는 연구결과도 내놓았습니다. 이처럼 껌 씹기가 사고력 증진과 집중력 향상 등에 좋다는 연구결과는 상당히 많습니다.

하지만 치과의사들은 “껌을 씹을 때는 턱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너무 오래 씹지 말고 10분 정도만 씹어야 한다”고 권합니다. 껌을 10분 이상 오래 씹거나, 자주 씹으면 저작(咀嚼)근육인 교근을 발달시키고, 이는 턱 모서리 부위 뼈 성장까지 자극해 사각턱을 만들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씹는 추잉껌(chewing gum)은 19세기 중반 미국에서 처음 상품화됐습니다. 존 커티스가 1848년 메인주에서 가문비 나무에서 생산한 천연 껌을 처음으로 시판했습니다. 그런데 현재 우리가 시중에서 사는 껌은 천연 성분만 들어 있지 않고 첨가물 등 각종 석유합성물질이 많이 포함돼 있습니다. 껌 수요가 늘어나면서 멕시코에서 주로 나는 천연 치클이 부족해지면서 초산 비닐이나 폴리이소부틸렌 같은 합성 고무 등이 대체된 것이지요.

현재의 껌 성분은 껌기초제(gum base) 20~30%, 탄수화물 60~80%, 향료 1~2% 등입니다. 껌기초제 원료는 치클을 비롯한 식물성 수지, 초산 비닐 수지, 에스테르껌, 폴리이소부틸렌, 왁스, 유화제 등입니다. 따라서 껌을 씹으려면 치클 등 천연원료로만 된 것을 선택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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