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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카드사-초대형 가맹점 수수료협상 장기화… 카드노조 총파업 변수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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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현대차와의 가맹점 수수료 협상에서 굴복에 가까운 결과를 냈던 카드업계가 나머지 자동차업계나 이동통신, 대형마트, 항공사 등 다른 초대형 가맹점들과의 수수료 협상에선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카드업계로선 이미 인상된 수수료율을 적용 중이라 급할 게 없는 입장이고, 초대형 가맹점들도 현대차의 전례에 따라 밀리 수 없다는 입장이라 장기화되고 있다.

최근 금융당국이 내놓은 카드산업 경쟁력 개선안 대책에 대해 카드사 노조가 ‘500억원 초과 가맹점에 대한 수수료 하한선을 다음 달까지 마련하지 않으면 파업에 돌입하겠다’며 내민 총파업 카드가 변수가 될지 주목된다.

14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업계 1위인 신한카드가 대표격으로 쌍용차와 가맹점 수수료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쌍용차는 현대차의 전례에 따라 지난달 20일 자신이 제시한 안을 받지 않으면 카드 결제를 거부하겠다며 강공 태세를 보였으나 ‘더는 물러설 수 없다’는 카드업계의 결사 항전 기세에 밀려 주춤한 상황이다. 쌍용차는 카드업계의 2%대 인상 통보에 맞서 현대차 수준인 1.89%로 낮춰달라고 했고, 현재 양측은 1.9%대 중반에서 타협점을 찾고 있다.

이동통신, 대형마트, 항공사 등 다른 업종의 초대형 가맹점과 수수료 협상도 진척이 없기는 매한가지다. 지난달 1일부터 인상된 수수료율이 적용되고 있어 카드업계는 협상을 서두를 이유가 없다.

이들 업종으로선 현대차처럼 가맹점 계약 해지를 운운하며 협상을 종용할 수 없다. 현대차는 그룹 계열사에 현대카드를 끼고 있어 언제든 결제 가능한 카드사가 존재한다. 그러나 이동통신나 대형마트, 항공사는 계열사에 카드사를 갖고 있지도 않은데다 카드업계와 이해관계도 긴밀하게 얽혀있어 무작정 수수료 협상을 밀고나갈 수 없는 상황이다. 예를 들어 이동통신업체는 요금을 카드로 결제하면 요금이 연체될 일이 없고, 요금 연체에 따른 채권 추심도 할 필요가 없다. 이동통신사는 자동납부 접수대행 제휴 중단이라는 카드를 꺼냈으나 카드업계에 큰 타격을 입히지는 못했다. 자동납부 접수대행은 카드사가 이동통신사를 대신해 요금의 카드 자동납부 신청을 받는 것을 말한다. LG유플러스는 2월에 이미 제휴를 철회했고, KT는 15일에 중단한다.

최근 여론 동향도 협상력에서 우위가 있는 이들 초대형 가맹점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어 협상 정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초대형 가맹점들이 카드사로부터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 카드사의 수수료 수입 대비 마케팅 비용 비율이 이동통신업종은 143%에 달했다. 이동통신사는 수수료로 1만원을 낸 대신 경제적 이익을 1만4300원을 받았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카드사 노조의 요구사항에 따라 초대형 가맹점의 카드 수수료에 대한 하한선을 마련하게 되면 초대형 가맹점들로선 더욱 불리하게 될 전망이다. 애초 금융당국이 소상공인-영세업자에 대한 카드 수수료를 낮추면서 내세운 논리가 초대형 가맹점 카드 수수료의 ‘역진성 해소’를 통해 손실분을 충당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금융 당국은 연매출 30억~500억원 가맹점의 수수료율이 2.18%로, 500억원 초과의 대형 가맹점(1.94%)보다 높은 건 부당하다면서 중소영세업자 카드 수수료율 인하로 빚어진 손실을 대형 가맹점 수수료율 인상을 통해 보전하는 길을 열어준 바 있다. 카드사들은 금융당국 가이드라인에 따라 0.12~0.14%포인트 인상된 수수료율을 현대차에 내밀었지만 결과는 완패였다. 카드사들이 현대차와 협상에서 고전하는 상황에도 당국은 애써 눈을 감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금융당국으로선 5월말까지 초대형 가맹점 카드 수수료 관련 대책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이래저래 초대형 가맹점들로선 상황이 불리해졌다. 과연 카드사와 초대형 가맹점 간 장기화되고 있는 협상이 금융당국의 움직임 전에 마무리될지 주목된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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